2023/12 101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어

흐르는 곡은, Joy - Touch By Touch * * * * * * * * * * * * * * *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어 高巖 밤늦은 귀갓길. 너의 뒤를 바짝 붙어 따라오던 괴한(怪漢). 위급한 상황에 아무 전화번호를 누른 게 나. 연인에게 전화하듯 위기를 모면하는 너의 재치에, 아무 집이나 불 켜진 집의 벨을 누르라했어. 다행히 안에서 나오는 사람의 기척을 듣고 괴한은 사라졌어. 긴박했던 사정(事情) 설명과 미안함을 인사하고 우리는 그렇게 인연(因緣)이 되었어. 그리고 사랑은 시작되었어.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세월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의 결백인가, 무엇이 우리의 죄인가? 모든 것이 다 드러나며,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네. 이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이 없는 질문, 확고한 의심, - 말 못 하는 자가 묻고, 귀먹은 자가 듣네 - 불행에 있어, 심지어 죽음에서조차,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실패함에 있어서도 부추기는, 영혼에게 강해질 것을?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는 깊이 보며 기뻐하네, 자신의 굴레를 박차고 일어나네 심연의 바다처럼,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나, 이룰 수 없는, 좌절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러므로 강렬하게 느끼는 자는, 바르게 행동하네. 노래할수록 키가 커지는 바로 그 새는 그의 몸을 똑바로 세우며 버티네. 비록 새장에 갇혔으나, 그의 힘찬 노래는 말하네, 만족이란 천박한 것이며..

충고와 조언

'어려운 일은 어떤 것인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러면 쉬운 일은 어떤 것인가?'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다.' 앞서도 충고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고 조언을 하는 것처럼 곤란한 문제는 없다. 내 딴에는 진심으로 위한다고 한 이야기인데, 상대가 서운해해서 당황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남편이나 아이의 성적이나 시집, 이웃이야기에 불평에 괜히 어설프게 맞장구쳤다가 화를 당하기가 십상이다. "그렇다고 우리 남편이 뭐...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애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지 않나요?" 내 딴엔 좋은 뜻에서 바른말해준다고 한 말인데, 도리어 원망이나 서운함으로 되돌아올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충고'라는 것이 그렇다. 나는 '바른말' 한다고 하지만..

클라크 E. 무스타카스(Clark E. Moustakas)

침묵의 소리 존재의 언어로 만나자. 부딪침과 느낌과 직감으로. 나는 그대를 정의하거나 분류할 필요가 없다. 그대를 겉으로만 알고 싶지 않기에. 침묵 속에서 나의 마음은 그대의 아름다움을 비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유의 욕망을 넘어 그대를 만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허용해 준다. 함께 흘러가거나 홀로 머물거나 자유다.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대를 느낄 수 있으므로. * * * * * * * * * * * * * * * * 클라크 E. 무스타카스(Clark E. Moustakas, 1923년 5월 26일 ~ 2012년 10월 10일)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인본주의 및 임상 심리학의 주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인본주의 심리학 협회(Association for Hu..

산 물고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같은 삶을 살더라도 죽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산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생명 중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얻는 인연이 그렇게 지중하다고 한다. 이 귀한 삶을 그저 뜻 없는 말과 행동으로 시간을 죽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남을 헐뜯고 비방하거나, 좀 이익이 된다 싶으면 남에게 상처되는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도 어쩌지 못하면서 살면서 계속 나쁜 업만 더 짓게 되니, 이런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죽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물고기를 봐도 그렇다. 죽은 물고기는 그저 물살이 흐르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지만, 산 물고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요리조리 자기 의지대로 방..

파울 첼란(Paul Celan)

눈 하나 열린 오월 빛깔, 서늘한, 시간 이제는 부를 수 없는 것, 뜨겁게 입안에서 들린다. 다시금, 그 누구의 목소리도 없고, 아파 오는 안구의 밑바닥. 눈꺼풀은 가로막지 않고, 속눈썹은 들어오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다. 눈물 반 방울, 한층 도수 높은 렌즈, 흔들리며, 너에게 모습들을 전해 준다. * 눈 하나 : Ein Auge 첼란의 시에서 빈번히 나오는 고통의 심상이다. 감기지 못한 눈, 뜬 채로 굳어진 눈, 생명의 물기를 잃어버린 눈, 본 것이 준 고통이 각막에 지워지지 않은 상흔으로 남아 지층에 총총히 박혀있는 눈 등.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 * * * * * * * * * * * * * * 파울 첼란(Paul Celan, 본명: 파울 안첼 Paul Antschel, 1920년 11..

지혜의 눈으로 내 안의 풍요를

스님들께서는 '깨달음이 곧 지혜고 지혜가 곧 깨달음'이라고 한다. 지혜는 또 '존재의 본질을 바르게 아는 것'이라고도 한다. 결국은 '바르게 아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씀이다. 요즘처럼 소비를 부추기고 소유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를 살다 보면, 사실 '무엇이 진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그 가치를 바로 알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몰라서 '가진 게 없다 가난하다'라고 하지... 사실, 자기 몸 하나만 제대로 볼 줄 알아도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이 없다." 많은 스님들이 이와 같은 법문을 설하신다. 이빨 하나 신장 하나만 따져도 수백수천을 호가하는데, '가진 게 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것은 어리석은 내 생각 속에서만 그렇다고 한다. 지혜로운 눈으로 알아차리고 보면, 있는 그대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