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183

린다 패스턴(Linda Pastan)

우리가 어디로 떠나든 우리가 어디로 떠나든똑같이 몇 시간이면그곳에 이를 것 같다. 비행기는 구름 위로 올라아무것도 없는 하늘로 들어간 뒤다시 구름을 뚫고 내려와 다른 곳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향한다. 하지만 여기에도똑같은 초록색 도로 표지와 번호가 매겨진 도로들왔던 곳에서처럼 집에서 나와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들 굴뚝들이며 창문이우리가 뒤에 두고 왔다고 생각한그것들과 똑같다. 라디오는 귀에 익숙한음악을 내쏟는다. 이윽고 우리가문을 두드리면 누군가 맞으러 나와 우리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리라한 번도 본 적 없지만마음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방으로. * * * * * * * * * * * * * * * Wherever We Travel Wherever we travelit seems to take the..

린다 패스턴(Linda Pastan)

사랑의 시 당신에게 사랑의 시를 쓰고 싶어요걷잡을 수 없는 마치 얼음이 녹은 우리의 시냇물처럼위험한 강둑에 서서 우리는 보고 있어요 강물이 휩쓸고 가는 것을모든 나뭇가지와모든 마른 잎과 잔가지들을흘러가는 그 길에모든 망설임까지물살이 강둑까지 넘쳐나는 것을 보며 우리는 강물을 지켜보면서서로를 붙잡아야 하고뒤로 물러서며서로를 붙잡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우리 신발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서로를 붙잡아야 해요 * * * * * * * * * * * * * * * Love poem ​I want to write youa love poem as headlongas our creekafter thawwhen we standon its dangerousbanks and watch it carrywith it every t..

린다 패스턴(Linda Pastan)

윤리학 아주 오래전 윤리학 시간선생님께선 가을이 오면 늘 이런 질문을 하셨다.만약 미술관에 불이 난다면여러분은 어느 쪽을 구하겠어요, 렘브란트의 그림과어차피 살날이 많이 남지 않은할머니 중에? 그림이고 노년이고 별 관심이 없던 우리는딱딱한 의자에 불안하게 앉아어떤 해는 생명을, 어떤 해는 예술을늘 내키지 않는 맘으로 선택했다. 이따금씩그 여자는 우리 할머니의 얼굴을 하고일상의 부엌을 떠나 어떤 바람 부는,반쯤은 상상으로 지은 미술관을 배회했다.어느 해인가 난 영리한 척 대답했다.그 여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면 안 될까요?린다는 책임을 회피하는구나,선생님의 핀잔을 들을 만한 대답이었다.올 가을 난 진짜 미술관에서진짜 렘브란트의 그림 앞에, 나 자신 할머니가아니면 거의 그쯤의 나이가 돼 가 서있다. 액자 ..

롤린 J. 웰즈(Rollin J. Wells)

늙는다는 것 하루가 저물 때 조금 더 피곤하고,뜻대로 하려고 조금 덜 안달하고,조금은 덜 꾸짖고 덜 나무라고,형제의 이름에 조금 더 관심 갖고,그렇게 시간과 영원이 만나 섞이는여행의 끝을 향해 다가가는 것. 채권과 황금에 조금 덜 관심 갖고,지난날에 조금 더 열의를 갖고,더 넓은 시야와 더 건전한 마음을 갖고,온 인류를 조금 더 사랑하며,그렇게 더 나은 날의 문으로 인도하는길을 따라가는 것. 어린 시절 벗들을 조금 더 사랑하고,정해진 진리에는 조금 덜 열정을 갖고,자신의 견해에 조금 더 자비심을 베풀고,일간 뉴스에 조금 덜 목말라하며,그렇게 천막을 접고하루가 저물 때 말없이 사라지는 것. 앉아서 꿈꿀 여유가 조금 더 생기고,보이지 않는 것을 조금 더 진실하게 여기고,오랫동안 사랑받다 죽은 이들의 모습을 ..

리영 리(Li-Young Lee)

다른 것이 된다는 건 저녁이 되길 기다리라.그러면 넌 혼자가 될 것이니.​놀이터가 텅 비길 기다리라.그러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불러내어라,​ 자신의 눈을 감고 마치 자기가 남에게 보이지 않는 척하는 그를.네가 모든 비밀을 다 말한 그를.숨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자기의 세계로 만드는 그를.​그리고 잊지 마라, 네가 놀라며 큰 소리로 물을 때말없이 귀 기울였던 그를,​ 우주는 텅 빈 거울인가? 꽃이 피는 나무인가?우주는 여자의 잠인가? 하늘의 마지막 파란색을 기다리라(고향을 그리워하는 네 마음의 색깔인).그러면 넌 그 답을 알리라.​ 하늘의 첫 황금빛을 기다리라 (아멘 기도의 색깔인).그러면 넌 바람이 맨발로 걷는 발걸음을 느끼리라.​ 그러면 넌 그 이야기를 기억하리라숲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로 시작하는..

리영 리(Li-Young Lee)

별의 다섯 모서리를 접을 때 만나게 되는 모서리들​​오늘 밤 제가 느끼는 이 슬픔은 저의 슬픔이 아닙니다​아마도 제 아버지의 슬픔.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소중히 여김 받은 적 없기에.아버지의 아들로부터 받은 게 없기에.​이 외로움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아무도 외롭지 않은데아무도 태어난 적 없고죽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이 침울함은 어떤 다른 사람의 침울함입니다.어떤 다른 사람은 침울한데그 어떤 다른 사람은 언제나 어떤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아주 오랫동안 저는 이름 부르는 말에 대답해 왔고,누가 이 이름에 답했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씨? '가눌 수 없는 슬픔' 형제?'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자매? 누구든지? 어떤 사람이든지?​누군가는 생각합니다:죽음과 연관을 가지고생각이 ..

리영 리(Li-Young Lee)

난 널 사랑했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난 널 사랑했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말이 되지 않는 줄 난 알지만.​ 난 내가 바라볼 눈을 가지기도 전에 너의 눈을 보았네.난 그때부터 그리워하며 살았네너의 영원한 모습을.그 그리움은 시간 속으로 들어와 내 몸이 되었네.그리고 그리움은 커졌네 이 몸이 자라면서.그리고 그리움은 커가네 이 몸이 늙어가면서.그 그리움은 이 몸이 죽은 후에도 남으리라.​ 난 널 사랑했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말이 되지 않는 줄 난 알지만. ​ 영원한 시간의 훨씬 전에, 난 보았네너의 목과 어깨, 너의 발목과 발을.바로 그 순간부터 난 너 때문에 외로웠네.그 외로움은 이 땅에 나타나 내 몸이 되었네.내 시간은 단지 네 이름으로 넘쳐났네,일일이 내가 분명히 부를 수 없을 정도로.네 얼굴은 끊..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흐르는 시간 네 피부는 새벽 같고내 피부는 짙은 갈색이네​ 하나는 확실한 종말의시작을 그리며​ 다른 하나는, 확실한 시작의종말을 그리네. ​* * * * * * * * * * * * * * * Passing time Your skin like dawnMine like musk​ One paints the beginningof a certain end.​ The other, the end of asure beginning. ​* * * * * * * * * * * * * * * * 이 시는 삶과 늙음과 죽음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 * * * * * * * * * * * * * *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28년 4월 4일 ~ 2014년 5월 28일, 향년 86세)는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여전히 난 일어서리라 당신은 역사 속에 날 기록할 수 있겠지당신의 비정하고 왜곡된 거짓말로,날 진흙 속에 짓밟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먼지처럼, 여전히 난 일어서리라.​내 자신감이 당신에게 불쾌한가요?당신은 왜 우울해하나요?내가 마치 우리 집 거실에 석유 유전이라도가진 듯이 걷기 때문인가요.​마치 달처럼, 마치 태양처럼,썰물과 밀물이 드나들듯 어김없이,높이 솟아오르는 희망처럼,여전히 난 일어서리라.​내가 낙담한 것을 보고 싶었나요?고개를 숙이고 눈을 아래로 떨구면서,어깨는 눈물방울처럼 처져 내리고,심연의 슬픔으로 약해진 내 모습을?​내 당당함이 당신을 화나게 하나요?너무 괴롭게 생각하지 마세요.마치 집 뒤뜰에 금광을 가진 것처럼내가 웃는다 할지라도.​당신은 말로 나를 비난하고,당신은 눈으로 나를 멸시하..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자유로운 새는 날아오르네바람결을 타고그리고 날아 내려가네바람이 멈출 때까지그리고 날개를주황색 햇빛에 반짝이며하늘이 자기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네.​ 하지만 좁은 새장 속을침울하게 걷는 새는분노의 쇠창살 너머바깥을 거의 볼 수 없네날개는 짧게 잘렸고발은 묶여 있네다만 입을 열어 노래할 뿐이네.​ 새장에 갇힌 새는 노래하네겁에 질린 떨리는 울림으로자신이 알지 못하면서도여전히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그 목소리는먼 산등성까지 들리네새장에 갇힌 새가자유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새는 생각하네, 또 다른 부드러운 바람을,나무들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순한 바람을,그리고 새벽 햇살에 빛나는 잔디 위의 살찐 벌레들을,그리고 하늘을 자기 것이라고 말하네.​ 하지만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