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162

앤 섹스턴(Anne Sexton)

그런 여자 과(科)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검은 대기에 출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악마를 꿈꾸며 나는 평범한 집들너머로 휙휙 불빛들을 타고 다니지.외로운 존재, 손가락은 열두 개, 정신 나간,그런 여자는 여자도 아니겠지, 분명.나는 그런 여자 과야. 숲 속에서 나는 따뜻한 동굴들을 발견했고동굴을 프라이팬, 큰 포크들과 선반들,벽장, 실크, 셀 수 없는 물건들로 채웠지.벌레와 요정들에게 저녁을 차려 주고,훌쩍이며, 어질러진 걸 다시 정리했지.그런 여자는 이해받지 못해.나는 그런 여자 과야. 나는 당신 수레에 올라탔어, 마부여,지나는 동네마다 내 맨 팔을 마구 흔들어 댔지,최후의 바른 길을 배우며, 생존자여,그 길에서는 당신 불꽃이 아직도 내 허벅지를 물어뜯고내 갈비뼈는 당신 바퀴들이 도는 ..

앤 섹스턴(Anne Sexton)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그럼에도 난 - 굳이 말하자면 - 신앙을 절실히 필요로 하네. 그럴 때는 밤에 별을 그리러 밖으로 나가네. -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마을은 존재하지 않네다만 검은 머리의 나무 한 그루가익사한 여인처럼 뜨거운 하늘로 솟아오른 것을 제외하고는.마을은 조용하네. 밤은 열한 개의 별들로 끓어오르네.오 별이, 별이 빛나는 밤이여! 그처럼난 죽고 싶네. 움직이네. 모든 게 살아 있네.달조차 주황색 족쇄 속에서 부풀어 올라,마치 신처럼, 그 눈에서 아이들을 밀어내네.보이지 않는 늙은 뱀이 별들을 삼키네.오 별이, 별이 빛나는 밤이여! 그처럼난 죽고 싶네. 질주하는 짐승인 저 밤 속으로,저 거대한 용에게 삼켜져,내 삶으로부터 분리되기를 바라네,깃발도 ..

앤 섹스턴(Anne Sexton)

죽고 싶다 당신이 묻기 때문에 대부분의 날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나는 그 항해의 흔적이 없는 옷을 입고 걸었다.그러자 거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정욕이 돌아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인생에 반대하지 않는다.나는 당신이 말한 풀잎을 잘 알고 있습니다.태양 아래 놓은 가구. 그러나 자살에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목수처럼 그들은 어떤 도구를 알고 싶어 합니다.그들은 왜 건물을 짓는지 묻지 않습니다. 나는 두 번이나 나 자신을 이렇게 단순하게 선언했다.적을 사로잡고, 적을 잡아먹고,그의 기술, 그의 마법을 받아들였다. 이렇듯 무겁고 사려 깊고,기름이나 물보다 따뜻하고,나는 입구멍에 침을 흘리며 쉬었다. 나는 바늘 끝에서 내 몸을 생각하지 않았다.심지어 각막과 남은 소변도 없어졌다.자살은 이미 몸을 배신했다. 사산(..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고독한 자의 독백 나? 홀로 걷는다. 한밤의 거리 발아래로 꺼질 듯 소용돌이치는 일렁임 눈을 감으면 일시적인 변덕에 의해 꿈결 같은 집들의 풍경은 전부 죽어 버리지 저너머 박공의 남루한 세상 위로 천상의 달이 양파처럼 높게 걸려 있어. 나, 집들을 오그라 들게 한다. 그리고 소멸되는 나무들 늘어지듯 이어지는 나의 시선에 가까스로 매달리듯 따라붙는 자신들이 얼마나 타락한가 깨닫지 못하는 꼭두각시 사람들 웃음, 키스, 흥청거림, 방관의 눈을 감지 않는 한 그들은 죽는다. 나, 우스개 소리는, 들판을 더 푸르게 하고 블루 스카이의 무한함을 황금의 태양에 자혜로움을 그러나, 화려함을 배척하는 것도, 아름다운 꽃의 진리를 거절하게 하는 것도, 나를 붙들고 있는 압도적인 힘은 나의 냉담함에 있다. 나 알고 있다.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떼까마귀가 있는 겨울 풍경 물방아 홈통의 물은, 돌로 만든 수문(水門)을 지나,저 검은 연못 속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지고,연못에는, 우스꽝스럽고 철 지난, 백조 한 마리가눈(雪)처럼 정숙하게 떠돌고 있다, 그 하얀 반사를확 끌어내리길 갈구하는 구름 덮인 마음을 조롱하며. 준엄한 태양은 늪지 위로 하강한다,이 유감(遺憾)의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보기를수치로 여기는, 주황색 키클롭스 눈(目).생각에 어둡게 깃털 덮인 채, 난 깊은 상념에 잠겨떼까마귀처럼 훌쩍 걷는다, 겨울밤은 밀려오는데. 지난여름의 갈대는 모두 얼음 속에 새겨져 있다,당신의 영상이 내 눈 속에 그러하듯. 메마른 서리는내 상처의 창의 유리가 되어간다. 어떤 위안이바위를 치면 나와서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금 푸르게 만들 수 있을까? 누가 이 모진 곳..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튤립 튤립은 너무 흥분을 잘해요, 이곳은 겨울. 보세요, 모든 것이 순백색이잖아요, 조용하고 또 눈 속에 갇혀 있어요. 햇살이 이 흰 벽, 이 침대, 이 손에 떨어질 때 나는 조용히 혼자 누워 평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무명인입니다. 그래서 폭발과는 아무 관계도 없지요. 나는 내 이름과 내 세탁물을 간호원들에게, 또 내 병력을 마취사에게, 내 몸은 외과 의사들에게 내주어 버렸답니다.  그들은 내 머리를 베개와 시트 끝동 사이에 받쳐놓았어요 마치 닫히지 않는 두 개의 흰 눈꺼풀 사이의 눈처럼. 멍청한 눈동자, 모든 걸 놓치지 않고 봐야만 된다니. 간호원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요, 그들이 성가시진 않아요. 그들은 흰 캡을 쓰고 갈매기가 내륙을 지나가듯 지나가죠. 저마다 손으로 일을 하면서, 이 간호원이나..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매장의 공포  빈 들판아침나절시신은 부름 받기를기다리네.영혼은 그 옆에 앉았네작은 바위 위에.그것에 형체를 다시 만들어주려고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생각해 보렴 그시신의 외로움을.밤에 삭막한 들판을따라가는그것의 그림자를.꽁꽁 묶인온몸을.그토록 긴여행을. ​이미 아득하고 경련하는마을의불빛들그 불빛들이 광선으로훑어볼 때시신을 위해 멈추진 않네.얼마나 멀어졌는가.그것들이 보이기에는.목재로 된 문들,빵과 우유테이블 위에묵직하니 놓인. ​* * * * * * * * * * * * * * * The Fear of Burial In the empty field, in the morning,the body waits to be claimed.The spirit sits beside it, on a small roc..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아베르노(Averno) 1.영(靈)이 죽으면 너는 죽는다.영이 죽지 않으면 살고.잘할 수 없을지라도, 너는 계속하는 거야 -선택권이 없는 일이지.​이렇게 아이들한테 말하면아이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나이 든 사람들이란, 아이들은 생각한다 -어른들은 늘 이런 식이야:자기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그 모든 뇌세포들을 커버하려고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아이들은 서로에게 눈을 찡긋거리고;의자를 뜻하는 말을 더는 기억 못 해서영(靈)에 대해 이야기하는 늙은이의 말을 듣고 있다.​혼자가 되는 건 끔찍한 일이다.혼자 사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혼자가 되는 것, 아무도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의자라는 단어가 생각난다.말하고 싶은데 - 이제 나는 아무 관심이 없다.​준비를 해야 해이런 생각을 하며..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애도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연습을 하듯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박자와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공포에 사로 잡힐 것이다.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조문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시작하면,왜냐하면 그런 날에는전통 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당신은 갑자기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 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하며길에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다...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야생 붓꽃(The wild iris)  내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네.   내 말을 들어주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난 기억해요.  머리 위, 시끄러운 소리들, 소나무 가지들의 움직임. 그러곤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힘 잃은 햇살이 마른땅 위를 희미하게 비추었어요.   캄캄한 땅속에 묻혀 의식으로 살아남는 것은 끔찍한 일이에요.   그러곤 끝났어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영혼이면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견고한 땅이 조금 휘었어요. 그리고 내 생각엔 새들이 낮은 관목 숲 안으로 빠르게 날아갔어요.   저 다른 세상으로부터의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말할게요 내가 다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망각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돌아와 목소리를 되찾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