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앤 섹스턴(Anne Sexton)

높은바위 2024. 7. 27. 08:20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그럼에도 난 - 굳이 말하자면 - 신앙을 절실히 필요로 하네. 그럴 때는 밤에 별을 그리러 밖으로 나가네.

-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마을은 존재하지 않네

다만 검은 머리의 나무 한 그루가

익사한 여인처럼 뜨거운 하늘로 솟아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마을은 조용하네. 밤은 열한 개의 별들로 끓어오르네.

오 별이, 별이 빛나는 밤이여! 그처럼

난 죽고 싶네.

 

움직이네. 모든 게 살아 있네.

달조차 주황색 족쇄 속에서 부풀어 올라,

마치 신처럼, 그 눈에서 아이들을 밀어내네.

보이지 않는 늙은 뱀이 별들을 삼키네.

오 별이, 별이 빛나는 밤이여! 그처럼

난 죽고 싶네.

 

질주하는 짐승인 저 밤 속으로,

저 거대한 용에게 삼켜져,

내 삶으로부터 분리되기를 바라네,

깃발도 없이,

몸통도 없이,

울지도 않고.

 

* * * * * * * * * * * * * *

 

The Starry Night

 

That does not keep me from having a terrible need of - shall I say the word - religion. Then I go out at night to paint the stars.

-- Vincent Van Gogh in a letter to his brother

The town does not exist

except where one black-haired tree slips

up like a drowned woman into the hot sky.

The town is silent. The night boils with eleven stars.

Oh starry starry night! This is how

I want to die.

It moves. They are all alive.

Even the moon bulges in its orange irons

to push children, like a god, from its eye.

The old unseen serpent swallows up the stars.

Oh starry starry night! This is how

I want to die:

into that rushing beast of the night,

sucked up by that great dragon, to split

from my life with no flag,

no belly,

no cry.

 

* * * * * * * * * * * * * *

 

앤 섹스턴(Anne Sexton, 1928년 11월 9일 ~ 1974년 10월 4일, 향년 45세)은 미국의 시인이다.

앤 섹스턴(Anne Sexton)은 독창적이고 고백한 시로 우울증, 자살 경향 및 사생활에 대한 다양한 세부 사항을 다루는 오랜 전투를 주로 다루었다.

20세기 미국 시문학사에서 실비아 플라스,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더불어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작가다.

매사추세츠 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엄격한 훈육과 정서적 결핍으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고, 평생 우울증, 양극성장애, 죽음충동과 맞서 싸워야 했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의 천사로서 여성의 역할이 중시되던 시기에, 몸에 대한 예민한 인식, 성, 섹스, 자살, 낙태, 불륜, 욕망, 정신질환 등 그동안 시에서 잘 다루지 않던 금기된 소재를 과감하게 드러내어 큰 공감을 얻었다.

시집 『살거나 죽거나(Live or Die)』로 ‘퓰리처 상’(1967년)을 받았고, 시인으로서 빛나는 성취 가운데 있었으나 아쉽게도 마흔여섯의 나이에 죽음을 택한다.

‘홀린 마녀’처럼 시대의 금기와 씨름하며 걸어온 삶의 길에서 시가 생을 지탱하는 치료제였고 힘이었다.

가부장제의 틀 속에 매여 있으나 마음은 새로운 영토를 꿈꾸는 여성들, 사랑을 받고 사랑을 품어 나누어주는 엄마이자 딸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속울음과 갈망과 상실의 목소리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낸 시인은 시문학사에서 많지 않다.

앤 섹스턴은 지금 시대 우리가 경청해야 할 여성의 목소리, 시의 목소리이면서 동시에 주어진 생에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 삶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