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29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꽁치의 노래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 사나이 있어서저녁상에 혼자꽁치를 씹으며생각에 잠긴다고. 꽁치, 꽁치,그 위에 푸른 밀감(蜜柑)의 초를 떨어뜨려서꽁치를 씹음은 그 사나이의 고향의 버릇이었다그 버릇을 이상히 여기고 그리워서 여자는몇 번이고 푸른 밀감을 따와 저녁상에 차렸다.가련하다, 사나이에게 버림을 받으려는 유부녀와아내에게 배반당한 사나이와 식탁에 앉으니,박정(薄情)한 아버지를 가진 계집애는조그만 젓가락을 다루다 고민해아버지 아닌 사나이에게 꽁치의 창자를 주겠노라 하는 것이다.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너만은 보았으리세상의 얄궂은 저 단란(團欒)을.어째서가을바람이여그렇다 하더라도 증명하려무나저 한때의 단란은 결코 꿈이 아니라고.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와..

레이첼 필드(Rachel Field)

어린아이의 기도 이 우유를 축복하고 이 빵을 축복해 주세요.날 기다리는 부드러운 침대를 축복하여내가 곧 안전하게 달콤한 잠에 들게 하소서.어둠 속에서, 밤중 내내내 잠을 무섭게 하는 어떤 위험도일어나지 않기를 빌어요, 아침이 다시창가에 손짓할 때까지.내 눈에 익숙한 장난감을 축복해 주세요.날 여기저기, 아래위로, 사방 곳곳에데리고 다니는 신발을 축복해 주세요.내 작은 색칠한 의자를 축복해 주세요.등불 빛을 축복하고, 그 불을 축복하고,싫증 내지 않고 한결같이 사랑스럽게날 돌보아 주는 손을 축복해 주세요.친구들과 가족들을 축복해 주세요.아빠와 엄마를 축복해 주고우리 모두를 서로 가깝게 있도록 해 주세요.다른 아이들도 축복해 주세요,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두려움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롭게 지켜 주세요.내가 ..

레이첼 필드(Rachel Field)

네가 한때 섬에서 잠을 잤다면 네가 한때 섬에서 잠을 잤다면,넌 결코 똑같을 수 없으리라,넌 그 전날과 똑같아 보이고똑같이 옛 이름으로 불리며,거리와 상점에서 바삐 움직이고,집에 앉아 뜨개질할지도 모른다.하나 네 발이 어디를 향하든넌 푸른 바다와 하늘을 맴도는 갈매기를 볼 것이다.넌 이웃 사람들과 이것저것 잡담을 나누고,벽난로 가까이 머물지 모른다.하나 넌 배의 기적 소리, 등대의 종소리를 듣고잠결에 파도치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아, 넌 그러한 변화가 왜, 그리고 어떻게 네게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며,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하나 - 네가 한때 섬에서 잠을 잤다면,넌 결코 똑같을 수 없으리라! * * * * * * * * * * * * * * If once you have slept on an island..

마투랭 레니에(Mathurin Régnier)

내가 나에게 눈을 던질 때  서른 살이 되어 나 자신을 바라볼 때,내 늙음을 보니두려움의 마음이 줄어들고,한순간에늙었으니 젊어졌다고말할 수밖에 없다.달리는 요람에서 관까지,낮은 내 눈에서 숨고,나의 불안한 감각은 사라진다.인간은 눈물 속에서 태어나 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꽃과 같다.그들의 나이는 날아가 버린화살처럼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그리고 여기서 그토록 유명한 그들의 이름은,그들이 죽자마자 군주만큼이나 가난한 사람들도 죽는다.한때 푸르렀고, 건강하고 힘찼고,꽃이 만발한 산사나무처럼 나의 봄은 맛있었다.쾌락이 내 가슴에 머물렀다.그리고 그다음에는 나의 모든 목적이 사랑의 게임과 식탁에 있었다.그러나 지쳤다! 내 운명은 잘 바뀌었다.나의 나이는 하찮은 것에 제한되어 있고,연약함은 나의 희망을 시들..

장구령(張九齡)

조경견백발(照鏡見白髮)         -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며 宿昔靑雲志 (숙석청운지)蹉跎白髮年 (차타백발년)誰知明鏡裏 (수지명경리)形影自相憐 (형영자상련)   머지않은 지난날 품었던 청운의 꿈, 미끄러져 넘어지니 백발노인 되었어라.누가 알리, 이 몸과 거울 속 그림자 서로 가여워하는 줄을. * * * * * * * * * * * * * * * * 지난날 청운의 뜻을 품고 노력해 왔지만, 일이 잘못되어 실패하고 나니 남은 것은 머리칼이 허옇게 세어 늙은 몸뿐이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문득 백발이 되었음을 느꼈나니 내 몸이나 거울 속에 비친 그림자, 같은 그 모습이 서로 안되었다며 가엾게 여기고 있다. 인생길이 좌절되면 누구나 후회뿐 온갖 바람이 헛되고 마는 법이라 안타까워한들 무슨 소용이리오. 평소에 ..

마투랭 레니에(Mathurin Régnier)

묘비명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 나 자신을 선한 자연의 법칙에 부드럽게 맡기면서,그리고너무나 놀랐어,왜 죽음이 나를 생각하려고 했는지, 누가그녀를 생각하지않았는지.  * * * * * * * * * * * * * * Epitaphe J'ai vécu sans nul pensement,Me laissant aller doucementA la bonne loi naturelle,Et si m'étonne fort pourquoiLa mort daigna songer à moi,Qui n'ai daigné penser à elle. * * * * * * * * * * * * * * * 마투랭 레니에(Mathurin Régnier, 1573년 12월 21일 ~ 1613년 10월 22일)는 프랑스의 풍자 ..

루이즈 라베(Louise Labe)

나는 살고, 나는 죽는다 나는 살고, 나는 죽는다. 나는 불타고 익사하고 있다.나는 추위를 견디며 극도로 뜨거워한다:삶은 나에게 너무 부드럽고 너무 힘들다.내게는 기쁨과 기쁨이 뒤섞인 큰 고난이 있다. 나는 즉시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기쁨으로 많은 고통을 견디기도 한다.내 재산은 사라졌고 영원히 지속됩니다.순식간에 나는 마르고 초록색이 된다. 그리하여 사랑은 끊임없이 나를 이끈다.그리고 내가 더 아프다고 생각할 때,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나는 고통에서 벗어난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다음, 나의 기쁨이 확실하다고 생각할 때,그리고 내가 원하는 행복의 절정에 서기 위해,그는 나를 나의 첫 번째 불행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 * * * * * * * * * * * * * * "나는 산다,..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야자열매(椰子の実)  이름도 모르는 먼 섬에서흘러온 야자열매 하나 고향의 기슭을 떠나그대는 그토록 파도에 몇 달 본래의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나고가지는 더 많은 그늘을 만드는가 나 또한 물가를 베개 삼아외로운 몸 떠다니는 여행이어라 열매를 건져서 가슴에 대면새로워지는 유랑의 슬픔 바다에 해가 지는 것을 보면쏟아져 내리는 타향의 눈물 생각해 보는 겹겹의 아득한 물길어느 날엔 다시 고향에 돌아가겠지  * * * * * * * * * * * * * * * * 시마자키 도손(일본어: 島崎藤村; 1872년 3월 25일 ~ 1943년 8월 22일)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이자, 메이지에서 쇼와까지의 소설가다.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島崎春樹)이다.나가노(長野)에서 태어났다. 시집 『와카나슈(若菜集)』 등은 낭만주의적..

루이즈 라베(Louise Labe)

날 따먹고, 다시 따먹고 키스해, 다시 키스하고 섹스해;당신의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를 내놔, 너의 가장 사랑스런 것 하나를 내놔: 나는 너에게 불씨보다 더 뜨거운 네 개를 줄 거야. 지친! 불평하십니까? 자, 이 악을 달래고,너에게 열 가지 다른 과자를 주어.그러니 우리의 행복한 키스를 섞으면서,우리는 편안하게 서로를 즐기자. 이중생활 중에는 각자에게 뒤따를 것입니다.각자는 자기 안에서, 그리고 자기 벗 안에서 살 것이다.내가 좀 어리석은 것을 생각하게 하소서: 나는 항상 나쁘고, 슬기롭게 살며,나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 * * * * * * * * * * * * * * * 루이즈 찰린 페린 라베(Louise Charlin Perrin Labé, 1524년 4월 25일 ~ 1566년 4월 25일..

메리 스티븐슨(Mary Stevenson)

모래 위의 발자국 어느 날 밤, 한 사람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는 신과 함께 해변가를 산책하고 있었다.그리고 하늘 저편에서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든 장면들이 영화처럼 상영되고 있었다.각각의 장면마다 그는 모래 위에 새겨진 두줄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하나는 그의 것이었고,다른 하나는 신의 발자국이었다.그가 살아오는 동안 신이 언제나 그와 함께 걸었던 것이다.마지막 장면이 펼쳐지고 있을 때쯤,그는 문득 길 위에 있는발자국들이 어떤 때는 단지 한 줄 밖에 나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또 그것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슬픈 시기마다그러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래서 그는 신에게 따졌다."신이시여, 당신은 언제나 저와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