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

이름들(Names) 어제, 난 손바닥처럼 펼쳐진 밤중에 깨어 있었네.가벼운 비가, 바람도 없는데, 슬며시 들어왔고,창문이 은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을 때,난 A부터 시작하였네, 애커먼(Ackerman)으로,그러곤 백스터(Baxter)와 컬래브로(Calabro),데이비스(Davis)와 에벌링(Eberling), 빗방울이어둠 속에 떨어지듯이, 이름들이 자리를 잡네.밤의 지붕 위에 인쇄된 이름들.굽은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이름들.강둑의 26그루의 버드나무들.아침에, 난 맨발로 걸었네수천 송이의 꽃 속을눈물방울 같은 이슬에 젖어 무거운,그 각각은 이름을 가졌네 -노란 꽃잎에 새겨진 피오리(Fiori),곤잘레스(Gonzalez)와 한(Han), 이시카와(Ishikawa)와 젠킨스(Jenkins).허공에 쓰이고그..

몽골: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순진한 믿음 별들 사이 빈 공간에별이 있다고 난 믿는다순환하는 큰 고통의 틈새에행복이 있다고 난 믿는다내 순진한 믿음은비 온 뒤에 무지개가 뜨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어둠 뒤에 빛이 밝아 오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큰 눈물 뒤에 웃음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큰 웃음 뒤에 눈물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 * * * * * * * * * * * * * * * 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몽골: Бавуугийн Лхагвасүрэн, 1944년 11월 25일 ~ 2019년 2월 5일 울란바토르)은 몽골의 시인이자 작가이다.풀들을 울리며 부는 바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

쥘 르나르(Jules Renard)

인생은 아름다워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눈이 보인다.귀가 들린다.몸이 움직인다.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맙다!인생은 아름다워 * * * * * * * * * * * * * * *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년 2월 22일 ~ 1910년 5월 22일, 프랑스 출생)는 프랑스의 소설가·극작가이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하고도 친숙한 작가로 기억되는 쥘 르나르는 프랑스 중부의 샬롱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낸 그는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쓴 명작 '홍당무'를 1894년에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르나르는 플로베르와 모파상 등의 자연주의 소설에 심취했으며, 빅토르..

그웬돌린 엘리자베스 브룩스(Gwendolyn Elizabeth Brooks)

미친 여자(The crazy woman) 난 오월의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야.오월의 노래는 즐거워야 하니까.난 11월까지 기다렸다가잿빛 노래를 부를 거야. 난 11월까지 기다릴 거야그때가 내 계절이니까.차갑게 서리 내린 어둠 속에 나가아주 비참하게 노래할 거야. 뭇 작은 사람들이날 보며 말할 거야,"오월에 노래하지 않으려는그 미친 여자야." * * * * * * * * * * * * * * * The crazy woman I shall not sing a May song.A May song should be gay.I'll wait until NovemberAnd sing a song of gray.​ I'll wait until NovemberThat is the time for me.I'll go o..

쥘 르나르(Jules Renard)

뱀 너무 길다. * * * * * * * * * * * * * * Le serpent  Trop long.  * * * * * * * * * * * * * * * 그의 저서인, 『박물지』(Histoires naturelles)에 수록된 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로 유명하다.제목을 포함한 단 세 단어가 시의 전문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뱀. 너무 길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Snake: Too long.' 이 시는 함축적인 표현을 잘 사용한 예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독재에 대한 비판을 담은 내용이라는 루머가 있으나, 쥘 르나르는 1910년에 사망하였으므로 1930년대에 정권을 잡은 히틀러에 대한 비판으로 보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  『박물지』(Histoires naturelles)는 동물이나..

그웬돌린 엘리자베스 브룩스(Gwendolyn Elizabeth Brooks)

사랑한다는 것은(To be in love) 사랑한다는 것은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지는 것이네.너 자신 속으로 몸을 펼치고, 넌 기뻐하네.넌 사물들을 보네그의 눈을 통하여.홍관조 새는 붉네.하늘은 푸르네.갑자기 넌 알게 되네, 그 또한 안다는 것을.그는 거기 없지만넌 아네, 너희 둘이 함께 맛본다는 것을겨울을, 또는 가벼운 봄 날씨를.네 손을 잡는 그의 손은 과분하네.감당하기 힘들 정도로.넌 그의 눈을 바로 볼 수 없네네 맥박이 말해서는 안 될 것을말할까 두렵기 때문에.그가문을 닫을 때는 -거기 없을 때는 -네 팔은 물이 되네.그리고 넌 끔찍한 자유를 누리며자유롭게 되네.넌 황금빛으로 상처 입은짝 잃은 아름다운 반쪽이 되네.넌 그의 입술을 기억하고 갈망하네,어루만지고, 그 위에 속삭이기를.아, 선언하는 것은..

몽골: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2점 3교시 쉬는 시간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다슬프거나 기쁜 일 어느 하나로선생님께서 날 부르셨을 거다두려움, 주저, 그림자가내 뒤를 따라왔다교무실 문의열쇠 구멍 안을 엿보니선생님께선 혼자 앉아공책을 검토하고 계신다말이 어눌한 나이였던지라곧바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소가 꼬리를 추켜올리고 뛰는 한창 더위에송아지 꼬리를 잡고넘어지지 않는 작은 ‘힘’에 우쭐해할 때아버지께서 풀을 찾아 가축을 몰고 멀리 가시고폭우가 쏟아져 내리던 밤집에서 ‘용기’ 있게 지냈던 일이 생각나자마자, 난“선생님, 들어가도 돼요?”라고 했다“들어오너라, 락그수와렌!” 선생님께선 잠시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셨다그 눈은 ‘잘못한 게 있지’하고 말한다잘못이 있다면 모두 말해 버리고 싶었다말수가 적으신 선생님께서는눈으로 ..

몽골: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우리 멀리 가자! 하는 너그러면 둘이서 산이 되자먼 푸른 산이 되어 지내자!우주의 푸름 바람에이마가 나란히 시원하고평화로운 삶의 휘도는 바람에산기슭 돌이 따스해지고몰려오는 구름 그림자에산봉우리가 가려지지 않는깃대 촉 같은 산이 되자!오리온자리를 하늘로 던지고 노는가까운 마음을 가진 먼 산이 되자! 고운 아침 해가 떠오를 때네 그림자가 내게 비치고산 너머로 숨어 해가 질 때내 그림자가 네게 비치겠지만나지 않고 지내는 산이 되자 하는 너 그러면 내 생각대로 강이 되자산에서 흘러내리는 세찬 강들이 되자!초원의 낮은 곳으로 넘실넘실 흘러가조약돌들을 만나고흘러 흘러 해와 달을 부수고 노는만나지 않아도 만날 마음을 가진 강이 되자! 두 강 위에 피어오른 물안개가비구름이 되어 하늘에서 꽃을 피우고슬프고 기쁜 때라도 ..

그웬돌린 엘리자베스 브룩스(Gwendolyn Elizabeth Brooks)

우리 졸라 멋져(We real cool)                   골든 셔블 당구장에서 당구 치는 일곱 명 ​우리 졸라 멋져, 우리학교는 땡쳤지, 우리​늦게까지 처박혀, 우리공은 잘 쳐, 우리 ​나쁜 짓은 안 가려, 우리술은 끝내줘, 우리 ​여자도 잘해, 우리그러곤 빨리 죽지. * * * * * * * * * * * * * * * We real cool        THE POOL PLAYERS.        SEVEN AT THE GOLDEN SHOVEL ​We real cool. WeLeft school. We​ Lurk late. WeStrike straight. We​ Sing sin. WeThin gin. We​ Jazz June. WeDie soon. * * * * * * * * * *..

몽골: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몽골 대초원 태양 태양이 비추는 돌들이투구 모양이 되어 놀고가을 가을 풀이활 모양이 되어 노는몽골의 드넓은 초원 두루미가 돌아가고 호수의 아픔이가시지 않고 있을 때맞았던 땅에 행운이 더하여자식이 재롱을 부리는 초원 꽃이 밤하늘을 간지럽힐 때초원에 내린 별들을 곱게 쳐서 빛에 섞는새벽이 밝아 오는 초원... 고비의 개밀이 뽑히도록 휘몰아치는 바람겨우 반을 넘고서 자만이 지치는바람이 지치는 초원... 토끼 새끼 달이 구름을 뛰어넘어 미끄러지고기진맥진해 도중에 밤을 지내며 창백해지는달이 눕는 초원... 야생 암낙타가 누워 있다 일어나면*하르간 가지 끝에 우름이 딱딱하게 굳어 남는가축의 젖이 떨어지는 초원... 사내아이 후손에게 왕의 피가 돌아와눈물의 한을 풀고, 다시 자신의 집안에서 태어나영혼이 돌아가는 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