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ㅅ 42

사랑한다는 것

사랑을 하는 감정 또는 몸의 상태.  사랑한다는 것은 가난해진다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추워진다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배고파진다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초라해진다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잠 못드는 밤을 갖는다는 것이다그러면서도사랑한다는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불평없어지는 것이다. (나태주,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19',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p. 29)

사랑의 쇠사실 / 사랑의 실

사랑의 구속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끈질기면서도 강한 운명성, 구속성을 지닌다는 뜻.  '너는 사랑의 쇠사실에 묵겨서 苦痛(고통)을 밧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질거우리라'고 禪師(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얏슴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압흐기는 압흐지만 사랑의 줄을 끈으면 죽는것 보다도 더 압흔 줄을 모르는 말임니다사랑의 束縛(속박)은 단단히 얼거매는 것이 푸러주는 것입니다그럼으로 大解脫(대해탈)은 속박에서 엇는 것입니다님이어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가버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렷습니다 (한용운, '禪師선사의 說法설법', "님의 침묵", p. 78)

사랑상자

사랑으로 가득 찬 상자. 사랑을 상자로 비유한 말. 꼿꼿이 고개 쳐들고 우리는어란같이 수없이 많은 우리들의 아기를세상의 굽이굽이에 낳기 위하여 돌진한다이날 우리는 가슴 두근대면서 등푸른 사랑상자를 하역하고다시 어느 아득하게 휘도는 물너울을 따라우리들을 표박하는 스스로를 향해 그물을 던지러 떠날 것이다. (한승원, '아침 고기잡이배', "열애 일기", p. 15)

사랑니

20세 전후에 입의 맨 구석에 새로 나는 작은 어금니. 잠 못 자게 괴롭히는미운 이빨을 그래도나는 버리지 않을 테야비록 귀찮은 사랑니지만내 몫의 아픔을 주는내 몸의 일부인 것을내가 아니면 누가씹으며 지그시참을 수 있겠어간직할 수 있겠어 (김광규, '사랑니', "대장간의 유혹", p. 86) 벌레먹은 사랑니는 뽑혀져 갔다어금니 끄트머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스무해 넘는 시간들이한 움큼의 솜 뭉치와 몇 알의 진통제로메꾸어졌다 (이명주, '사랑니', "집은 상처를 만들지 않는다", p.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