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가시나

"순임이, 고 가시나가 등잔 불빛에 젖은 창호지처럼 파리한 얼굴을 해 가지고 뭐라고 쫑알쫑알했는데……""그 가시나가 말을 안 들으먼 기양 멀끄렁을 잡아챌란다야." '가시나'는 '계집아이'의 방언(경상, 전라, 충청)으로 '가시내', '가스나' 강원도는 '가스나이', 전라도 '가이내', 평안북도와 함경도는 '간나'라고 한다. '여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어감으로 인해 단어가 비하의 의미가 있는 비속어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남부지방에서 동년배들끼리 '머스마(머시마)'와 같이 격의 없이 친한 사이에 자주 쓰이는 '여자애, 남자애'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가시나'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다. 첫째, 가시나의 중세 한국어형은 16세기 문헌에 보이는 '가ᄉᆞ나ᄒᆡ/갓나ᄒᆡ'이다. '가ᄉᆞ나ᄒᆡ..

굴비

"굴비 두름이라도 있어야 모처럼 올라오신 시부모님 대접을 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어쩌나.""베란다에 놓아둔 굴비에서 콤콤한 냄새가 난다." '굴비'는 '소금에 약간 절여서 통째로 말린 참조기'이다. 세는 단위는 마리, 손(2마리), 두름(20마리)이다. 예전부터 영광굴비가 유명했다. 굴비란 말은 말린 조기 모습에서 따왔다는 설이다.조기를 짚으로 엮어 말리는 과정에서 점점 머리와 꼬리가 아래로 쳐지는데, 조기의 굽은 등을 보고 '굽이'라고 부르던 것이 점차 구비(仇非), 굴비의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900년 전 고려시대에 '이자겸의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 진상한 굴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이자겸은 인종의 외척세력으로 왕보다 더 높은 권력을 차지하려 반란을 일으켰다.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이며, ..

'장가(丈家)가다'의 유래

"열심히 일해서 장가갈 밑천을 장만하였다." "장가가는 놈이 불알 떼어 놓고 간다는 북한 속담." '장가가다'는 동사로, '남자가 결혼하여 남의 남편이 되다.≒장가들다.'의 뜻이다.'결혼하다'라는 말을 뜻하는 말로 여자의 경우는 '시집가다', 남자의 경우는 '장가들다', '장가가다'라는 말이 있는데, 왜 남자의 경우는 '장가들다'라는 말도 있는가. 시집은 시댁(媤宅) 즉, 결혼할 남자의 집으로 신부에게는 새로운 가문을 뜻하는 새집으로 가는 것이다.' ᄉᆞ집'이 '싀집'으로 다시 '시집'으로 변했다.장가(丈家)는 '남자가 혼인을 하다'의 뜻인데, 한자어 풀이 그대로 장가(丈家:장인, 장모의 집)에 들어간다는 뜻이다.고구려 시대에는 모계중심 사회의 유습을 받아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가 신부집에서 일을 해주..

대명천지(大明天地)

"대명천지에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이냐?""등잔불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남폿불이 대명천지로 나온 것만큼이나 밝다고 생각했다." '대명천지(大明天地)'는 사전적으로는 "아주 환하게 밝은 세상", "사방이 환하게 밝은 세상", "아주 환하게 밝은 대낮", "아무런 비밀이나 어두운 구석도 없는 세상"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다만, 현재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목격하거나 실제로 당했을 때" 사용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지느냐"란 어투로 쓰인다.본래 "대명(明:명나라)의 천지(세상)"란 뜻으로 사대주의적 의미의 표현이었으나, 명(明)이 망하고 청(淸)이 들어선 이후론 관용 표현으로서 현재의 의미로 굳어졌다. 명(明) 자가 '밝다'는 일반적인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던 것도, 표현이 살아남는..

개판 오 분 전

"O 최고 위원은 “잔칫집에 손님을 불러 놓고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지금 '개판 오 분 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2014년 9월 -" 오픈 전날 실전 연습을 했는데 모두가 우왕좌왕하니 말 그대로 '개판 오 분 전'이었다."  - 오에스이엔 2017년 12월 - '개판 오 분 전'은 일상생활에서 '상태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이 말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다. 어원의 유래는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모여 있는 피난민을 위해 밥을..

소주(燒酒)

"포장집 안에는 퇴근길에 들러 간단하게 소주 몇 잔을 걸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화이트와인을 생선과 함께 먹듯이 단맛이 특징인 전통 증류 소주도 어패류와 잘 어울린다." '소주'는 '발효된 곡류나 고구마 등을 증류해서 만든 맑고 투명한 술'이다. 막걸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술이다. 쓴 소주와 기름진 삼겹살은 궁합도 좋고, 일상생활에서 서민들의 애환과 퇴근길 회사원들의 고단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한국의 소주(燒酒)는 전통적으로 쌀로 증류해 왔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부터 경제 성장기에 걸쳐 감자, 밀,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 등의 전분을 첨가한 소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소주는 원래는 증류식 소주만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1960년대에 쌀을 원료로 하는 주조가 금..

갈매기살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보고, '내 안주가 날아다닌다.'라던 친구가 있었다.""연탄불에 구운 갈매기살을 양파절임과 간장소스, 참기름 소스 등 입맛에 따라 곁들여 먹으면 별미 중 별미."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횡격막과 간(肝) 사이에 있는 부위'이다. 조류 갈매기의 살이 아니다. 갈매기살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다릿살이나 등심, 사태처럼 퍽퍽하지도 않아서 삼겹살이 기름기가 많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는다. 무엇보다 분명히 돼지고기인데도 쇠고기 같은 맛이 난다는 점이 특이하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한자어 '횡격막(橫隔膜)'의 고유어 표현인 '가로막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은 여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가로막이살'이 되고, 전설모음화를 거쳐 '가로매기살'이..

돈의 어원

'돈'은 '상품 교환의 매개물로서, 가치의 척도, 지불의 방편, 축적의 목적물로 삼기 위하여 금속이나 종이로 만들어 사회에 유통시키는 물건'을 말한다.돈은 돌고 돈다.이 말의 생겨남에서 보자면 "돌고 도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刀(도)-刀環(도환)"설이 그것이다.(金柄夏김병하 교수의 논문 "삼국시대의 刀選好도선호 사상" 및 曺秉順조병순 씨의 "돈 이야기"=동아일보, 93.9.20 등).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刀'가 '錢(전)'의 뜻으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명도전(明刀錢:중국 전국 시대 燕(연) 나라에서 사용되던 화폐로서 우리의 고대 무덤에서도 많이 출토됨)이 유통된 전통이 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刀'자를 꺼리지 않고 왕비의 이름(신라 법흥왕비는 巴刀..

돌팔이

"그녀는 돌팔이 무당에게 굿을 부탁했다.""주인아저씨는 돌팔이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서 고생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돌팔이'란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이런 연유로 '돌팔이'는 가짜나 엉터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현재는 주로 실력이 없는 의사를 비꼬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팔아먹는 이의 줄임말이다. (돌다+팔다)돌팔이 무당, 돌팔이 의사, 돌팔이 장님 등의 말이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조선 후기에 5일장 등을 돌아다니던 '장돌뱅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후레자식(후레子息)

"이런 후레자식 같으니, 어른들 얘기하는 데 어디 함부로 말참견이야.""아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욕을 듣지 않게 처신을 잘해야 한다." '후레자식'이란 말은 비속어로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胡奴子息(호노자식) / 胡虜子息(호로자식) : 오랑캐 놈이라는 뜻의 '되놈'과 같은 의미이다. 현대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짱개'를 사용하기도 한다.호래자식, 후레자식 등은 모두 오랑캐를 뜻하는 '호로' 발음이 변형되면서 파생된 단어이다.오랑캐 '호(胡)'자에 '종 노(奴)' 또는 사로잡을 '로(虜)'자를 붙인 말로써, '호노'라고 하면 오랑캐종놈, '호로'라고 하면 포로로 잡은(노획한) 오랑캐놈 이런 식이다.그러므로 '호로(후레)' 의미는 오랑캐를 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