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85

말짱 도루묵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열심히 공들여 노력한 일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쓸모없게 되었을 때' 쓰는 표현이다. '도루묵'은 도루묵과에 속한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25센티미터 내외로 입과 눈이 크며, 비늘과 옆줄이 없다. 등 쪽은 황갈색에 불규칙한 어두운 갈색 무늬가 있고, 배 부분은 흰색이다. 우리나라, 일본, 캄차카 등지에 분포한다. '도루묵'의 옛 형태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청주 출토 순천 김 씨 묘 출토 간찰(16세기)에 기록된 '돌목'이다. 조항범은 이 이름이 '목'이라는 이름에 상대적으로 조잡한 생물에 붙이는 '돌-'이 붙은 것으로 추정했다.이후 발음이 변하여 조재삼의 《송낭잡지》(19세기 후반)에 '도로목(都路木)'이라는 차자 표기가 확인된다. 조선시대 초에는 도루묵을 '은어(銀魚)'로 ..

담배의 어원

"서부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질겅질겅 씹듯이 눈을 갸름하게 뜨고, 멋있게 피우는 담배에 흡연을 배웠다.""자신과 남의 건강에 해를 주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취업에 불이익을 주고, 건강보험료도 증액시켜야 한다." '담배'는 명사로서, '담배'의 잎을 말려서 가공하여 피우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담배(tobacco products)' 또는 '연초(煙草)'는 마약성 기호품의 하나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가지과 식물인 담배풀 및 이를 가공하고 특수처리하여 만든 제품을 이른다. 법에서 규정하는 '담배'는 연초(궐련) 뿐 아니라 전자담배, 씹는담배, 시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마초와 함께 피우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마약이다.술과 더불어 합법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마약류이다.  '..

도무지

"며느리가 외국 사람인데 매번 올 때마다 영어로 ‘샬라샬라’ 하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학생이 괴발개발 그린 글씨는 도무지 뭐라고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무지'는 '아무리 하여도', '이러하고 저러하고 할 것 없이'란 뜻을 가진 부사어이다. 구한말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 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뜻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이다.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조선종이, 즉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겁..

오무래미

"황 노인은 이가 몽땅 빠져서 오무래미가 된 입을 벌리고 사람 좋게 웃었다.""자, 선생님이 합죽이가 되자고 하면 여러분들은 ‘합’이라고 하고 조용히 하는 겁니다." '오무래미'는 비속어(卑俗語) 명사로서, '이가 다 빠져 합죽해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오무래미'는 '오므러미'로 소급하며, 이는 의태성(擬態性) 어근 '오믈'과 '어미[母]'가 결합된 어형이다. '호물때기'는 '오무래미'의 방언으로,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에서 사용되며, '호문댕이(평안도)', '치쪼개(함경남도)', '호물떼기, 후물떼기, 흐물떼기(황해도)'로도 사용된다. '합죽이'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 '이가 빠져 입과 볼이 움푹 들어간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합죽이' 역시 차별 또는..

누비다

'눈썹 새에 내 천 자를 누빈다.'는 말은 눈살을 찌푸린다는 말이다. 골목을 누비며 하루 100통 넘는 소포 우편물을 접수하는 택배원이, 바쁜 일과에도 틈틈이 장애인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누비다'는 타동사로서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마구 돌아다니다.', '천을 두 겹으로 접어 안팎을 만들고 그 사이에 솜을 넣어 죽죽 줄이 지게 박다.', '(사람이 얼굴이나 얼굴의 일부를) 몹시 일그러지게 하여 주름을 만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누비'는 중들이 입고 다니는 법복인 납의(衲衣)에서 온 말이다.원래는 사람들이 버린 낡은 헝겊들을 모아 기워 만든 옷이라는 뜻으로 쓰던 말로, '납(衲)은 '기웠다'는 뜻이다.그리고 이런 옷을 입은 중을 납승(衲僧) 또는 납사(衲師)라고 불렀다.이..

노래의 어원

'노래'의 사전적 정의는, 1. 일정한 형식의 말에 음을 붙여 목소리로 나타낼 수 있게 만든 음악2. 원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하여 조르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함3. 시나 시조 따위와 같이 운율이 있는 언어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등으로 나와 있다. 그 어원은 '놀다 [遊유]'라는 동사의 어간 '놀'에 명사화된 접미사 '애'가 붙어서 '놀애' 즉 노래가 된 것이다.'놀이', '노리개', '노름' 따위 말들도 맥을 함께 한다. 어간에 접미사 '애(에)'가 붙어 명사가 된 말들의 예이다.갈다 → 갈+애 → 가래(흙을 떠서 던지는 기구)굴다 → 굴+에 → 구레(지대가 낮아서 늘 물이 괴어 있는 땅)가르다 → 가르+애 → 가래 → 갈래(딴 사물에서 둘 이상으로 갈라져 나간 가닥이나 부분이나 계통)날다 → 날+애 →나..

'귀띔'과 '귀뜸'

"그 여자의 귀띔이 아니더라도 나는 벌써부터 그 노인의 강한 눈길을 의식하고 있었다.""영감마님께선 새벽녘에 퇴궐하셨으니까 기침이 늦으실 거라는 태삼이의 귀띔이었다." '귀띔'은 명사로, '상대편이 상황이나 일의 진행 따위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슬그머니 미리 일깨워 주는 일'을 말한다.'귀띔'은 '귀가 뜨이다'에서 왔기 때문에 '귀띔'이 맞는 표현이다.말할 때는 [귀띰]으로 발음한다. '귀뜸'은 '귀띔'의 비표준어이다.

'구시렁'과 '궁시렁'

"구시렁거리며 삼삼오오 교육장으로 모여드는데 하나같이 영농 교육 잘 받아서 소득을 올려보겠다는 눈치보다는 그저 머릿수 채우러 나온 행색이다.""나의 구시렁거림이 계속되자 아빠는 숟가락을 달각하고 내려놓으셨다." '구시렁구시렁'은 '마음에 탐탁하지 않아서 낮은 목소리로 자꾸 혼잣말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못마땅해 군소리를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자꾸 말을 되풀이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 '궁시렁'은 강원 방언이고, '구시렁'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준어이다.'궁시렁'은 구어체나 방언으로 쓰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는 비표준어이다. '궁시렁'이란 표현이 생겨난 이유는, '구개음화'이다.'ㄷ, ㅌ'이 'ㅣ' 앞에서 'ㅈ, ㅊ'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해돋이'가 ..

너스레와 넋두리

"취해서 늦게 돌아온 남편이 공연히 너스레를 부린다.""한없는 넋두리를 하면서 바가지 속에 담긴 볶은 콩을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다." '너스레'는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을 뜻하고, '넋두리'는 '억울하거나 불만스러운 일 따위가 마음속에 있을 때 하소연하듯 길게 늘어놓는 말', 또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 사람의 넋을 대신하여하는 말'을 뜻한다. 흙구덩이나 그릇의 아가리 또는 바닥에 물건이 빠지지 않도록 걸쳐놓은 막대기를 '너스레'라고 한다.너스레를 늘어놓듯이 말을 떠벌린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흔히 '너스레를 떨다'라고 한다. 죽은 이의 넋이 저승에 잘 가기를 비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 이의 넋을 대신하여하는 말을 '넋두리'라고 한다.무당이 하는 넋두리가 차차 뜻이 확대되어 그냥 일반..

조용하다

"조용한 산사(山寺)의 경내에는 웽그렁거리는 풍경 소리만이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소는 겨울엔 대강 짚신을 신고 있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인데 워낙 조용한 밤이 돼 놔서인지 서뿐서뿐하는 소리가 있었다." '조용하다'는 '1. 아무런 소리도 없이 잠잠하고 고요하다, 2. 수선스럽지 않고 얌전하다, 3. 말썽이나 문제가 없이 평안하다'라고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조용'은 한자 '종용(從容)'이 '죵용'으로 표기되다가, 오늘날의 표기에 맞춰 '조용'이 되었다. '종(從)'은 거역하지 않고 말을 들어 따른다는 뜻이며, '용(容)'은 떠들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용(從容)'이라는 말은, 행동거지가 안온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럽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