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창피(猖披)하다

"너는 동생하고 싸우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니?""약간 창피한 얘기지만 벌써 나는 가슴이 와들와들 떨리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창피(猖披)'는 명사로,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 또는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한다. '창피(猖披)'는 본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단정하지 못하게 흩트린 모습'을 가리키던 말로, 중국 전국 시대의 문필가 굴원(屈原)이 쓴 '이소경(離騷經)'에 나오는 '어찌 걸(桀)과 주(紂)는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흩뜨린 채, 다만 궁색한 걸음으로 지름길을 찾았는가(何桀紂之猖披兮 夫唯捷徑以窘步)'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이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 품위와 체통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나타낸 ..

고답이

"과연 OOO은 사이다 캐릭터가 될지 아니면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착한 고답이 캐릭터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저 사람 진짜 고답이네.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 데도 못 알아듣네 참!"  '고답이'는 신조어 유행어로서, '고구마를 먹고 목이 메는 것처럼 답답하게 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답답한 상황을 이르는 속어로, 삶은 고구마를 마실 것 없이 먹었을 때, 느끼는 답답함에서 '고답이(고구마+답답이)'라고 유래했다. 고구마와 답답한 상황, 사람을 연관 짓는 것은 201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대 신조어, 은어 관련 기사에선 고답(고구마+답답), 고구마 답답이(고답이) 등 고구마와 관련된 은어들이 발견된다.관련 검색 기..

쌀팔아오다

"쌀팔아 와야 밥을 지어 먹지.""친구에게서 싸게 쌀을 팔아 오는 덕분에 근근이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다." '쌀팔아오다'라는 말은, 일종의 관용구로서 '돈을 주고 쌀을 사다'라는 말을, 정반대의 뜻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언어 도착(倒錯) 현상이다. 옛날에는 '팔다'라는 말이 '흥정하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17세기에는 '쌀을 팔아 들이다'란 말이 '쌀을 팔아 돈을 가져오다'란 뜻이 아니라 '쌀을 흥정해서 집으로 가져오다'란 뜻으로 쓰였다. 이처럼 옛날에 '쌀을 팔아 들이다'로 쓰던 것이 관용적으로 굳어져서 마침내 '사다' 대신에 '팔다'가 쓰이게 된 것이다. 아직도 영호남 지방에서는 '쌀팔아오다'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쌀 사온다'가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딴따라

"부모님께서는 딴따라가 된다고 연극 영화과 지원을 극구 반대하셨다."" 가수 지망인지 뭔지 때려치우고, 집에서 곱게 신부 수업이나 하라고. 딴따라패가 뭐가 좋아서 가수 되려고 안달이니 안달이." '딴따라'라는 말은,  한국에서 가수, 무용가, 배우, 코미디언  등 ' 연예인(演藝人)'을 낮잡아 일컫는 멸칭이다. 넓게는 예체능인 전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순우리말 표현으로는 '풍각쟁이'가 있기는 하지만 '딴따라' 같은 멸칭은 아니다. '딴따라'라는 말은, 나팔이나 피리소리 같은, 관악기 소리를 나타내는 영어 의성어 'tantara(탠태러)'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이들 직업을 천하게 여기던 20세기부터 쓰던 멸칭이며, 50~60대 이상인 기성세대에서 많이 사용한다.2010년대 들어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말짱 황이다

"오를 줄 알고 너도 나도 잔뜩 심은 배추들이 풍년이 되어, 운송비도 못 건져. 올 배추 농사는 말짱 황이 되어 버렸어." '황(巟)'이라는 말은, '노름에서 짝이 맞지 아니하는 골패의 짝'을 말한다. '어떤 일을 이루는 데에 부합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한자인 '망할 황(巟)'을 어원으로 추측하고 있다. 관용어구로 '말짱 황'과 같이 쓰이며, 투전이나 도리 짓고 땡에서는 집을 짓지 못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꽝(제비 뽑기에서 당첨 안 된 것)'의 어원이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기린아(麒麟兒)

"그 선수는 중학생 때부터 야구계의 기린아로 평가를 받았다.""그는 한국 문단의 기린아다." '기린아(麒麟兒)'는 '재주나 지혜가 아주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사람'을 말한다.  기린(麒麟)은 성인(聖人)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짐승이다. 기린은 살아 있는 풀은 밟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은 먹지 않는 어진 짐승으로 매우 상서로운 동물이다.  요즘은 '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난 촉망받는 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유망주, 기대주 등의 뜻으로 쓴다.

마마(媽媽)

'마마(媽媽)'란 ‘천연두’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두창(痘瘡)' 전염성이 강하다는 뜻에서 이르는 말이다.마마라는 말은 왕을 일컬을 때 상감마마라고 하는 것처럼 최상의 존칭어이다. 그런데 이런 명칭을 '두창'이라는 질병에 붙인 것은, 병을 옮기는 신에게 높임말을 씀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덜자는 주술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천연두를 '손님', 홍역을 `작은 손님` 등으로 부르는 데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손님'이라는 표현에는 질병을 높여 부르는 동시에, 질병을 옮기는 신이 손님처럼 돌아다니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전염성이 강한 까닭에 '별성마마', '손님마마' 또는 '역신마마'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서 그냥 '마마'가 된 것이다.

기라성(綺羅星)

"이번 특집호에는 세계 문학계의 기라성 같은 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각 분야의 전문가가 기라성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이 '기라성(綺羅星)'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 또는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죽 늘어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기라'는 번쩍인다는 뜻의 일본말이다. 여기에 별 성(星)이 붙어서 기라성이 되었다. 기라성은 곧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쓰인 한자 '기라(綺羅)'는 순수 일본말인 '기라'의 독음일 뿐, 한자 자체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과 네이버 국어사전은  '빛나는 별'로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가물치

"오동 숟가락에 가물치 국을 먹었나"라는 말이 있다.이 말은, 피부색이 검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물고기 중에 있는 '가물치'의 '-치'는 물고기 이름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꽁치, 넙치, 준치, 멸치' 등등 많다.그런데 '가물'이란 무엇일까?천자문을 배울 때, '하늘 천, 따 지, 가물 현'이라며 읽는다. 물론 지금은 `검을 현`이라고도 하지만, '가물'은 오늘날의 '검을'에 해당한다. 옛날엔 '검다'를 '감다'라고 했다.그래서 '가물치'는 '감+을+치'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검은 고기'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