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86

여동빈(呂洞賓)

자영(自詠) 스스로 읊노라  獨上高樓望八都 (독상고루망팔도)墨雲散盡月輪孤 (묵운산진월륜고)茫茫宇宙人無數 (망망우주인무수)幾個男兒是丈夫 (기개남아시장부)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 팔방을 바라보니 검은 구름 흩어지고 둥근 달만 중천에 외롭게 떠있다. 망망한 우주에 사람은 많고도 많은데 사내대장부라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 * * * * * * * * * * * * * * * 이 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한 우주공간까지 이어지는 기개를 느끼게 하는 통쾌한 작품이다. 여동빈은 당(唐) 시대의 대표적인 도사이며 민간에서는 팔선의 하나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도사 여동빈이 활약하던 그 당시는 황소(黃巢)의 난으로 세상이 뒤숭숭할 때였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 시에서 여동빈이 황소의 난을 평정할 사람 하나 없는 ..

여동빈(呂洞賓)

순양여조시(純陽呂祖詩) 순양자 여동빈 조사가 이르시기를 人身難得道難明 (인신난득도난명) 塑此人心訪道根 (진차인심방도근) 此身不向今生度 (차신불향금생도) 再等何時度此身 (재등하신도차신)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도 밝히기도 어려워라 사람마음 따라 도의 뿌리를 찾나니 이 몸을 이 생애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리오 * * * * * * * * * * * * * * * *  중생들이여, 시간을 아껴 수행하라.여동빈은 중생들이 명리재색(名利財色)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헛되이 죽음으로 가는 것을 경계한 듯, 이 같은 시를 남겨 후학을 경계하게 하였다.  * * * * * * * * * * * * * * * * 여동빈(呂洞賓, 796년 ~ 1016년)은 중국 도교의 신선이다.중국 당나라..

장구령(張九齡)

조경견백발(照鏡見白髮)         -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며 宿昔靑雲志 (숙석청운지)蹉跎白髮年 (차타백발년)誰知明鏡裏 (수지명경리)形影自相憐 (형영자상련)   머지않은 지난날 품었던 청운의 꿈, 미끄러져 넘어지니 백발노인 되었어라.누가 알리, 이 몸과 거울 속 그림자 서로 가여워하는 줄을. * * * * * * * * * * * * * * * * 지난날 청운의 뜻을 품고 노력해 왔지만, 일이 잘못되어 실패하고 나니 남은 것은 머리칼이 허옇게 세어 늙은 몸뿐이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문득 백발이 되었음을 느꼈나니 내 몸이나 거울 속에 비친 그림자, 같은 그 모습이 서로 안되었다며 가엾게 여기고 있다. 인생길이 좌절되면 누구나 후회뿐 온갖 바람이 헛되고 마는 법이라 안타까워한들 무슨 소용이리오. 평소에 ..

이신(李紳)

憫農(민농 : 농부의 고생을 생각하며) 1.春種一粒粟(춘종일립속) 봄에 좁쌀 할 알 심어 秋收萬顆子(추수만과자) 가을에 만 알을 거두네四海無閑田(사해무한전) 세상에 노는 땅 없건만農夫猶餓死(농부유아사) 농부가 굶어서 죽다니 2.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한낮에도 김을 매니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포기마다 땀방울 뚝 뚝 誰知盤中飱(수지반중손) 누가 알리 밥상의 밥이粒粒皆辛苦(입입개신고) 한 톨 한 톨 피땀인 것을 * * * * * * * * * * * * * * * * 우리가 매일 먹는 밥, 그 쌀 한 알을 생산하기 위해 3천6백 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께서는 농민의 고통을 모르는 자는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첫 시는 세상에 빈 땅이 없이 농부가 경작을 하는데 정작 농부가 ..

후스(胡适, 胡適)

나의 아이 나는 아이가 필요 없었네 그러나 아이 스스로 왔네 나의 후손 안 갖기의 간판은 이제 내걸 수가 없게 되었네 나무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우연히 열매가 맺듯, 그 열매는 너고, 그 나무는 바로 나 나무가 본디 열매 맺을 생각이 없었듯이, 나 역시 너에게 베푼 건 아니다 그러나 너는 이미 태어났다 그러니 나는 너를 먹이고 가르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람의 도리로서의 의무일 뿐 너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훗날 네가 다 커서, 내가 어떻게 아이를 가르쳤는가를, 잊지 말라 나는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 * * * * * * * * * * * * * * * 우리는 역사적 인물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아는 것은 그저 단편적이거나 공적 모습인 경..

후스(胡适, 胡適)

나비 두 마리 노란 나비, 쌍쌍이 하늘로 날아오르네.까닭은 모르지만, 한 마리가 홀연 돌아오네.남아있는 저 한 마리, 외롭고 쓸쓸하기 그지없네.그 역시 날아오를 마음 접으니, 하늘은 너무 쓸쓸하다. * * * * * * * * * * * * * * * 蝴蝶(호접) 兩個黃蝴蝶, 雙雙飛上天.不知爲甚?, 一個忽飛還.剩下那一個, 孤單怪可憐;也無心上天, 天上太孤單. * * * * * * * * * * * * * * * * 〈나비(蝴蝶)〉는 후스(胡适, 1891-1962)가 1920년에 출판한 중국 현대문학사의 최초의 백화시집(白话诗集)인 《상시집(尝试集)》에 수록된 시이다.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최초의 백화시(白话诗)인 것이다. 후스의 일생동안의 학술 연구는 문학, 철학, 역하가, 고거학(考据学), 교육학(教育学)..

낙빈왕(駱賓王)

감옥의 매미 소리 이 가을에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저 매미 이 죄인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나그네 설움 어떻게 견디리오 머리 검은 저 매미가 이렇게 날아와 머리 하얀 나를 보고 노래함을 이슬이 무거워서 날아가지 못하는데 바람이 심해 소리마저 잦아들고 마는구나 아무도 고결함 믿어 주지 않으니 누구에게 내 마음 보여 줄거나 * * * * * * * * * * * * * * * 在獄詠蟬(재옥영선) 西陸蟬聲唱 (서륙선성창) 南冠客思侵 (남관객사침) 那堪玄鬢影 (나감현빈영) 來對白頭吟 (내대백두음) 露重飛難進 (노중비난진) 風多響易沈 (풍다향이침) 無人信高潔 (무인신고결) 誰爲表予心 (수위표여심) * * * * * * * * * * * * * * * * 낙빈왕(駱賓王, Lo Pin-wang, 성인 이름 광광(觀光/观..

낙빈왕(駱賓王)

거위 : 詠鵝(영아) 鵝鵝鵝(아아아) 거위야 거위야 거위야 曲項向天歌(곡항향천가) 굽은 목으로 하늘 향해 노래하네 白毛浮綠水(백모부록수) 흰 깃털은 초록 물 위에 떠 있고 紅掌撥清波(홍장발청파) 붉은 손바닥은 맑은 물결 퉁기네 * * * * * * * * * * * * * * * 《당재자전(唐才子傳)》이나 《당시기사(唐詩紀事)》등에 따르면 이 시는 낙빈왕이 7세 때 지은 시라 한다. 동시 같은 분위기에서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된다. 첫 구가 묘미가 있다. 거위를 부르는 말로 우선 번역하였으나 거위가 노래하는 소리를 묘사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더욱 묘미가 있는 것은 이 시의 운자가 정지상의 과 같은 가(歌) 운목(韻目)에 속하는데, 아(鵝) 자도 이 운자를 맞췄다는 것이다. 거위의 특징이 구부러진 긴 ..

낙빈왕(駱賓王)

역수 강의 송별 : 易水送別(역수송별)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이곳에서 연(燕) 나라 태자 단(丹)과 이별할 때 壯士髪衝冠(장사발충관) 장사(壯士)의 머리칼은 관을 뚫었지.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그 옛날의 사람은 이미 가고 없지만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오늘의 이 강물은 여전히 차다네. * * * * * * * * * * * * * * * ○ 易水(역수) : 허베이 성(河北省) 역현(易縣)에서 흐르는 강. ○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 燕丹(연단)은 연나라의 태자 단(太子丹)을 말하며, 형가(荊軻)가 진(秦) 나라 왕 정(政: 후일 진시황제)을 살해하러 진으로 떠나는 날 태자 단이 역수에서 형가를 송별하였으며, 고점리(高漸離)는 축을 타고 형가(荊軻)는 “風蕭蕭兮易水寒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 물은 차구..

한산자(寒山子)

한산길(寒山道) 可笑寒山路(가소한산도) : 우스워라, 내 가는 한산(寒山) 길이여! 而無車馬蹤(이무거마종) : 거마(車馬)의 자국이야 있을 턱 없네. 聯溪難記曲(연계난기곡) : 시내는 돌고 돌아 몇 굽이던고. 疊嶂不知重(첩장부지중) : 산은 첩첩 싸여 몇 겹인 줄 몰라라. 泣露千般草(읍로천반초) : 풀잎 잎잎마다 이슬에 눈물짓고 吟風一樣松(음풍일양송) : 소나무 가지마다 바람에 읊조린다. 此時迷徑處(차시미경처) : 내 여기 이르러 길 잃고 헤매나니 形問影何從(형문영하종) : 그림자 돌아보며 “어디로?” 물어보네. * * * * * * * * * * * * * * * * 한산길(寒山道)은 거마(車馬) 자국이 없는, 그러니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곳이다. 찰찰 시린 소리를 내며 첩첩 산을 굽이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