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82

후스(胡适, 胡適)

나의 아이 나는 아이가 필요 없었네 그러나 아이 스스로 왔네 나의 후손 안 갖기의 간판은 이제 내걸 수가 없게 되었네 나무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우연히 열매가 맺듯, 그 열매는 너고, 그 나무는 바로 나 나무가 본디 열매 맺을 생각이 없었듯이, 나 역시 너에게 베푼 건 아니다 그러나 너는 이미 태어났다 그러니 나는 너를 먹이고 가르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람의 도리로서의 의무일 뿐 너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훗날 네가 다 커서, 내가 어떻게 아이를 가르쳤는가를, 잊지 말라 나는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 * * * * * * * * * * * * * * * 우리는 역사적 인물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아는 것은 그저 단편적이거나 공적 모습인 경..

후스(胡适, 胡適)

나비 두 마리 노란 나비, 쌍쌍이 하늘로 날아오르네.까닭은 모르지만, 한 마리가 홀연 돌아오네.남아있는 저 한 마리, 외롭고 쓸쓸하기 그지없네.그 역시 날아오를 마음 접으니, 하늘은 너무 쓸쓸하다. * * * * * * * * * * * * * * * 蝴蝶(호접) 兩個黃蝴蝶, 雙雙飛上天.不知爲甚?, 一個忽飛還.剩下那一個, 孤單怪可憐;也無心上天, 天上太孤單. * * * * * * * * * * * * * * * * 〈나비(蝴蝶)〉는 후스(胡适, 1891-1962)가 1920년에 출판한 중국 현대문학사의 최초의 백화시집(白话诗集)인 《상시집(尝试集)》에 수록된 시이다.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최초의 백화시(白话诗)인 것이다. 후스의 일생동안의 학술 연구는 문학, 철학, 역하가, 고거학(考据学), 교육학(教育学)..

낙빈왕(駱賓王)

감옥의 매미 소리 이 가을에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저 매미 이 죄인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나그네 설움 어떻게 견디리오 머리 검은 저 매미가 이렇게 날아와 머리 하얀 나를 보고 노래함을 이슬이 무거워서 날아가지 못하는데 바람이 심해 소리마저 잦아들고 마는구나 아무도 고결함 믿어 주지 않으니 누구에게 내 마음 보여 줄거나 * * * * * * * * * * * * * * * 在獄詠蟬(재옥영선) 西陸蟬聲唱 (서륙선성창) 南冠客思侵 (남관객사침) 那堪玄鬢影 (나감현빈영) 來對白頭吟 (내대백두음) 露重飛難進 (노중비난진) 風多響易沈 (풍다향이침) 無人信高潔 (무인신고결) 誰爲表予心 (수위표여심) * * * * * * * * * * * * * * * * 낙빈왕(駱賓王, Lo Pin-wang, 성인 이름 광광(觀光/观..

낙빈왕(駱賓王)

거위 : 詠鵝(영아) 鵝鵝鵝(아아아) 거위야 거위야 거위야 曲項向天歌(곡항향천가) 굽은 목으로 하늘 향해 노래하네 白毛浮綠水(백모부록수) 흰 깃털은 초록 물 위에 떠 있고 紅掌撥清波(홍장발청파) 붉은 손바닥은 맑은 물결 퉁기네 * * * * * * * * * * * * * * * 《당재자전(唐才子傳)》이나 《당시기사(唐詩紀事)》등에 따르면 이 시는 낙빈왕이 7세 때 지은 시라 한다. 동시 같은 분위기에서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된다. 첫 구가 묘미가 있다. 거위를 부르는 말로 우선 번역하였으나 거위가 노래하는 소리를 묘사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더욱 묘미가 있는 것은 이 시의 운자가 정지상의 과 같은 가(歌) 운목(韻目)에 속하는데, 아(鵝) 자도 이 운자를 맞췄다는 것이다. 거위의 특징이 구부러진 긴 ..

낙빈왕(駱賓王)

역수 강의 송별 : 易水送別(역수송별)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이곳에서 연(燕) 나라 태자 단(丹)과 이별할 때 壯士髪衝冠(장사발충관) 장사(壯士)의 머리칼은 관을 뚫었지.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그 옛날의 사람은 이미 가고 없지만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오늘의 이 강물은 여전히 차다네. * * * * * * * * * * * * * * * ○ 易水(역수) : 허베이 성(河北省) 역현(易縣)에서 흐르는 강. ○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 燕丹(연단)은 연나라의 태자 단(太子丹)을 말하며, 형가(荊軻)가 진(秦) 나라 왕 정(政: 후일 진시황제)을 살해하러 진으로 떠나는 날 태자 단이 역수에서 형가를 송별하였으며, 고점리(高漸離)는 축을 타고 형가(荊軻)는 “風蕭蕭兮易水寒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 물은 차구..

한산자(寒山子)

한산길(寒山道) 可笑寒山路(가소한산도) : 우스워라, 내 가는 한산(寒山) 길이여! 而無車馬蹤(이무거마종) : 거마(車馬)의 자국이야 있을 턱 없네. 聯溪難記曲(연계난기곡) : 시내는 돌고 돌아 몇 굽이던고. 疊嶂不知重(첩장부지중) : 산은 첩첩 싸여 몇 겹인 줄 몰라라. 泣露千般草(읍로천반초) : 풀잎 잎잎마다 이슬에 눈물짓고 吟風一樣松(음풍일양송) : 소나무 가지마다 바람에 읊조린다. 此時迷徑處(차시미경처) : 내 여기 이르러 길 잃고 헤매나니 形問影何從(형문영하종) : 그림자 돌아보며 “어디로?” 물어보네. * * * * * * * * * * * * * * * * 한산길(寒山道)은 거마(車馬) 자국이 없는, 그러니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곳이다. 찰찰 시린 소리를 내며 첩첩 산을 굽이도는..

한산자(寒山子)

돼지는 죽은 사람의 살을 먹고 豬吃死人肉(저흘사인육) : 돼지는 죽은 사람의 살을 먹고 人吃死豬腸(인흘사저장) : 사람은 죽은 돼지 창자를 먹네. 豬不嫌人臭(저불혐인취) : 돼지는 사람 냄새 꺼리지 않고 人反道豬香(인반도저향) : 사람은 돼지 냄새 구수하다 하네. 豬死抛水內(저사포수내) : 돼지가 죽으면 물에 던져버리고 人死掘土藏(인사굴토장) :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파묻는다. 彼此莫相啖(피차막상담) : 사람과 돼지가 서로 먹지 않으면 蓮花生沸湯(연화생비탕) : 끓는 물속에서라도 연꽃이 피어나리. * * * * * * * * * * * * * * * * * 탐욕과 인과와 육도윤회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욕심을 말하면서 사람 아닌 돼지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돼지는 이야기 속에서와 달리 자기 배가 부르면 ..

한산자(寒山子)

천운만수간(千雲萬水間) 千雲萬水間(천운만수간) : 자욱한 구름과 골짝 물 中有一閑士(중유일한사) : 그곳에서 나는 한가롭다. 白日有靑山(백일유청산) : 낮에는 푸른 산속을 거닐고 夜歸巖下睡(여귀암하수) : 밤 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倏爾過春秋(숙이과춘추) : 하루하루 그렇게 세월이 가도 寂然無塵累(전연무진루) :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快哉何所依(쾌재하소의) : 기댈 곳 없는 이 자유로움 靜若秋江水(정약추강수) : 고요한 이 마음 가을 강물 같네. * * * * * * * * * * * * * * * * 모양으로도 닮고, 성품으로도 닮으라고 말하는 물조차도 더 맑아지고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때가 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때다. 가을 물이 깊어 보이고 맑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

주희(朱熹)

朱文公勸學文 (주문공권학문 :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하지 말고)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물위금일불학이유내일)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하지 말고,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물위금년불학이유내년)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 있다 하지 마라. 日月逝矣不我延 (일월서의불아연) 세월은 흐르고 나와 함께 늙어지지 않느니, 嗚呼老矣是誰之愆 (오호노의시수지건) 슬프다! 늙어서 후회한들 이는 누구의 잘못이던가? * * * * * * * * * * * * * * * * * 주희(朱熹, 1130년 10월 18일 ~ 1200년 4월 23일)는 중국 남송의 유학자로, 주자(朱子), 주부자(朱夫子), 주문공(朱文公) 송태사휘국문공(宋太師徽國文公)이라는 존칭이나 봉호로도 불린다. 자(字)는 원회(元晦), 중회(仲晦)이다. 호는..

주희(朱熹)

책을 읽으니 감회가 있어(觀書有感관서유감)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 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지난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蒙衝巨艦一毛輕(몽충거함일모경) 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 向來枉費推移力(향래왕비추이력) 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 此日中流自在行(차일중류자재행) 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 다니네. * * * * * * * * * * * * * * * * * 주희(朱熹, 1130년 10월 18일 ~ 1200년 4월 23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