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ㅈ 54

자물린

가라앉은. 사라진. 잠기다. 어떤 일에 몰두하다. 간밤엔 무슨 잔치라도 있었느냐조롱구슬 같은 별들이 떴다 자물린 흔적한밤내 울고 간 귀뚜라미의 흰 날기뼈와 부서져 쌓인 音符(음부)들 (송수권, '아침 풀밭', "산문(山門)에 기대어", p. 45) 옛날은 수단 치마폭에 꽃수실 모냥 흘러간뻐꾹새 울음을시방 저 실실한 물결 속에 자물리는한 산맥들을 보는가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p. 84) 한 산맥들은 또 한 산맥들을 불러내어그 마지막 한 산맥들까지다 자물리어푸른 물결로만 잇대어오는 것을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지리산 뻐꾹새", p. 74) 대지는 여름 내내 꿈꾼다길짐승 날짐승이 그 위에 몸을 푼다입추, 처서 눈썹 끝에 가뭄 홍수 자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