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ㅈ 36

자갈

돌자갈. 영락하여 그럭저럭 사는 생활, 또는 성격이 닳아서 둥글어진 모습을 비유한 말. 파락호 이하응 여기저기 굴러 다니던 시절 자갈의 시절 (고은, '고종', "만인보 · 8", p. 92) 눈길이 순해지면 세상을 순하게 보는 나이가 되면 화를 내지 않는다. 강바닥의 자갈처럼 모서리는 닳아 둥그스럼해지고 여럿 속에 있어도 늘 고요하다. (유자효, '자갈', "짧은 사랑", p. 122)

자(針尺)

우리나라 재래의 길이를 재는 하나치의 한 가지. 각각의 사물은 각자의 고유한 존재 방식과 가치 척도를 가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자로서 상징성을 지닌다. 가벼운 무게가 하늘을 생각하게 하는 자의 우아(優雅)는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재어볼 수 있는 마음은 아무것도 재지 못할 마음 삶에 지친 자(者)여 자를 보라 너의 무게를 알 것이다 (김수영, '자(針尺)', "김수영시전집", p. 100) 새는 날아다니는 자요 나무는 서 있는 자이며 물고기는 헤엄치는 자이다 세상 만물 중에 실로 자 아닌 게 어디 있으랴 벌레는 기어 다니는 자요 짐승들은 털 난 자이며 물은 흐르는 자이다 스스로 잴 줄을 모르니 더없는 자이다 (모두들 인공人工을 자로 쓰며 깜냥에 잰다는 것이다) 자연만이 자이다 사람이여, 그대가 만일 자연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