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북유럽 24

스웨덴:넬리 작스(Nelly Sachs)

죽음의 극복 등진 채 나는 기다린다. 너는 산 위로부터 멀리 또는 가까이 머무른다. 등진 채 나는 너를 기다린다. 왜냐면 자유인은 동경의 사슬에 묶여서도, 유성먼지의 관을 써서도 안되기 때문에 사랑은 모래 나무 불에 타지만 결코 소진(燒盡) 되지 않는― 등진 채 사랑은 너를 기다린다. * * * * * * * * * * * * * * * * 넬리 작스(Nelly Sachs, 본명 Leonie Sachs, 1891년 12월 10일 ~ 1970년 5월 12일, 향년 78세 )는 스웨덴의 시인·극작가다. 주로 독일어로 작품을 썼다. 196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유대인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공장주인 아버지의 서재에 파묻혀 어려서부터 모든 시대의 민담과 동화를 읽고 문학적 소양을 키운 작스는 낭만주의..

스웨덴:넬리 작스(Nelly Sachs)

누구든 누구든 달을 만지려고 혹은 하늘의 꽃 피는 다른 광물체를 향해 지구를 떠나는 자― 기억의 상처와 갈망의 폭발물과 함께 튀어 오르리라. 색칠한 지상의 밤으로부터 영혼의 눈에 비친 가로(街路)를 찾는 그의 기도는 하루하루의 절멸(絶滅)로부터 날아오르기에. 눈물에 젖은 달의 분화구와 바닥 마른 바다 별들의 정거장을 지나 티끌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 지구는 어디에나 향수병의 식민지를 건설한다. 음탕한 피의 바다에 내려앉지 않기 위해 오직 썰물과 밀물의 경음악에 맞추어 흔들리기 위해 삶과 죽음의 상처 없는 영원한 리듬에 맞추어―. * * * * * * * * * * * * * * * * 넬리 작스(Nelly Sachs, 본명 Leonie Sachs, 1891년 12월 10일 ~ 1970년 5월 12일, 향..

스웨덴:넬리 작스(Nelly Sachs)

익사한 여자 네가 태어나던 날에 잃어버린 진주를 너는 항상 찾아다녔다. 그 한 가지만을 너는 찾아다녔다, 귀 안에 가득 찬 밤의 음악. 바닷물에 씻긴 영혼, 밑바닥까지 잠수한 너, 심연의 천사, 물고기들이 네 상처의 빛 속에서 빛난다. * * * * * * * * * * * * * * * * 넬리 작스(Nelly Sachs, 본명 Leonie Sachs, 1891년 12월 10일 ~ 1970년 5월 12일, 향년 78세 )는 스웨덴의 시인·극작가다. 주로 독일어로 작품을 썼다. 196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유대인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공장주인 아버지의 서재에 파묻혀 어려서부터 모든 시대의 민담과 동화를 읽고 문학적 소양을 키운 작스는 낭만주의 작가의 작품과 동방의 지혜까지 섭렵했다. 17세 ..

덴마크: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죽어가는 아이 엄마, 너무 지쳐 쉬고만 싶어요. 엄마 품에서 잠들게 해 주세요. 엄마의 눈물이 내 뺨을 적시네요. 여기는 춥고, 밖은 폭풍이 일지만, 가물거리는 내 눈앞에 천사들이 보여 난 그만 눈 감아 버려요. 엄마, 내 옆에 천사가 있어요. 음악 소리도 들려요. 엄마, 저 천사 좀 보세요. 아름다운 하얀 날개를 갖고 있어요. 하느님의 선물인가 봐요. 나풀거리고 있어요. 파란 노란 그리고 붉은빛들이 꽃봉오리들이에요. 숨 쉬고 있는 한, 나도 날개를 얻고 싶어요. 하지만 난 이제 죽은 몸이에요. 엄마, 왜 내 손을 꼬옥 쥐세요. 엄마, 왜 볼을 그렇게 비벼요. 엄마 뺨에 눈물이 있네요. 그런데 불같이 타고 있어요. 엄마, 난 이제 엄마 곁에서 멀어져만 가요. 이제 한숨일랑 거두세요. 그리고 슬픈 노래를 ..

스웨덴: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고독한 스웨덴의 집들 뒤엉킨 검은 가문비나무와 연기 뿜는 달빛. 이곳에 나지막이 엎드린 작은 집이 있고 한 점 삶의 기미도 없다. 이윽고 아침 이슬이 웅얼거리고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열어 올빼미를 내보낼 때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는 새 건물이 김을 내뿜으며 서 있고, 세탁소의 나비가 모퉁이에서 퍼드덕거린다. 죽어가는 숲의 한가운데서 퍼덕이는 나비, 그곳에서 썩어가는 것이 수액(樹液)의 안경을 통해 나무껍질 뚫는 기계의 작업을 읽는다. 짖어대는 개 위로 삼단 같은 머릿결의 비 또는 한 점 고독한 천둥구름을 동반한 여름이 있고, 씨앗이 땅 속에서 발길질하고 있다. 흔들리는 목소리들, 얼굴들이 황야의 먼 거리를 가로질러 발육부진의 잽싼 날갯짓으로 전화선 속을 날아간다. 강 속에 있는 섬 위의 집이 자신..

스웨덴: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사물의 맥락 저 잿빛나무를 보라. 하늘이 나무의 섬유질 속을 달려 땅에 닿았다 땅이 하늘을 배불리 마셨을 때, 남는 건 찌그러진 구름 한 장뿐, 도둑맞은 공간이 비틀려 주름 잡히고, 꼬이고 엮어져 푸른 초목이 된다. 자유의 짧은 순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 운명의 여신들을 뚫고 그 너머로 선회한다 * * * * * * * * * * * * * * * * 토마스 예스타 트란스트뢰메르(Tomas Gösta Tranströmer, 1931년 4월 15일 ~ 2015년 3월 26일)는 스웨덴의 시인, 번역가이다.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노(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한국 독자에게 매우 생소하다. 국내 번역된 시집이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社) 한 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1..

스웨덴: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기억이 나를 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 * * * * * * * * * * * * * * Memories Look at Me A June morning, too soon to wake, too late to fall asleep again. l must go out ㅡ the greenery is dense with memories, they follow me with their gaze. They can't be seen, they mer..

핀란드:요한 루드비그 루네베리(Johan Ludvig Runeberg)

숲에 사는 새에게 자작나무 숲에 사는 새들아 너희는 뭐가 그리도 즐거워 하루 종일 노래만 하니? 아침에도 너희들 소리, 저녁에도 너희들 소리, 너희들의 노랫소리는 하늘 꼭대기까지 울려 퍼지는구나. 조그맣게 태어나 조그만 집에 살면서도 답답한 일이 없는 모양이지?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며 머리 아파할 일이 없는 모양이지? 그래! 노래의 고마움을 아는 이에겐 슬픔 같은 건 얼씬도 못할 테니까. * * * * * * * * * * * * * * * * 요한 루드비그 루네베리(Johan Ludvig Runeberg, 1804년 2월 5일 ~ 1877년 5월 6일)는 핀란드의 스웨덴계 시인이다. 핀란드의 국민 시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가 지은 시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Vårt land 보르트 란..

폴란드: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선물 아주 행복한 날 안개가 깔린 이른 아침 정원에서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땅 위엔 갖고자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부러워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과거의 나쁜 일들도 모두 잊어버렸다 내가 누구였으며 또 누구인가 생각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뭄에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을 활짝 펴며, 푸르른 바다와 돛단배를 바라보았다 ​ * * * * * * * * * * * * * * *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1911년 6월 30일 ~ 2004년 8월 14일)는 폴란드 출신의 작가, 시인, 평론가로, 198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현재의 리투아니아 샨테이니아이에서 출생하여, 빌뉴스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그의 첫 작품 〈극한 시간〉(1933년)은 절박한 전쟁과 세계..

폴란드: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젊은이 불행하고 어리석은 젊은이여 도회의 한 구역에서 방금 돌아온 젊은이여 안개 서린 전차 창문으로 비치는 군중의 비참하고 불안한 모습들 사치스러운 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밀려드는 두려움 모든 게 너무 비싸기만 하네, 너무 고급스럽다, 자네의 미숙한 매너와 유행에 뒤진 옷, 그리고 서투른 행동을 사람들은 다 알아봤을 테지… 자네가 읽은 책이 무슨 소용 있겠나 답을 찾았지만 해답 없는 인생을 살았을 뿐. * * * * * * * * * * * * * * * *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1911년 6월 30일 ~ 2004년 8월 14일)는 폴란드계 미국인 시인, 산문 작가, 번역가, 외교관이었다. 20세기의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그는 198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