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ㄴ 36

나룻배

강에서 나루와 나루 사이를 건너 다니는 배. 시에서 배는 인간 실존의 표상으로 쓰인다. 이 시에서 나룻배는 남을 위한 수고와 희생을 자신의 성숙한 자양분으로 삼음과 동시에 이웃의 기쁨으로 창조해 내는 보살의 정신,  인욕의 정신으로서 상징성을 지닌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行人(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읍니다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나는 당신을 안으면 깁흐나 엿흐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마지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잇습니다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도러보지도 안코 가십니다 그려그러나 나는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아러요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님의 침묵", p.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