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ㄴ 36

나그네새

깃들어 번식하거나 하지 않고 지나면서 잠깐 머무는 새. 철새. 나그네새 북으로 가니 내년에 다시 오겠지 하고 바래주어요 (고은, '산길', "고은시전집 · 2", p. 570) 한겨울 철새의 일이 물자멱뿐이랴 부안 격포여, 나 또한 나그네새 되어 이 외진 곳을 찾아와 무심한 파도에 마음 뜯기우느니 (김명인, '나그네새', "머나먼 곳 스와니", p. 26)

나그네

제 고장을 떠나서 객지를 떠다니는 사람. 고독한 사람, 단독자로서 인생의 근원적 모습을 형상한 말. 江(강) 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남도) 三百里(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상아탑", 1946년 5월) 죽음아, 내 너한테 가마 세상을 걷다가 떨어진 신발 이젠 아주 벗어던지고 맨발로 맨발로 너한테 가마. (김형영, '나그네 · 2', "다른 하늘이 열릴 때", p. 18)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이미 나그네가 아니다. 덧없는 짝사랑의 소유자일 뿐 정처 없이 떠나는 바람이 아니다. 나그네는 어둠에 기대지 않으며 사랑의 쓸쓸함에 물들지 않는다. 길은 언제나 열려 ..

자기 자신. 흔히 '나'는 자아 발견에 따르는 자기부정이나 자기혐오에 대한 시적 대상이 된다. 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자 할 때 인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존재의 자기규정이 어려운 만큼 주로 구름, 바람, 새, 나무, 이슬, 바위, 거울 등의 형상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 자화상.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님의 침묵", p. 28) 광막한 우주 안에 좁쌀알보다, 작게 떠 있는 지구보다도 억조 광년의 별빛을 넘은 허막(虛漠)의 바다에 충만해 있는 에테르보다도 그 충만이 주는 구유(具有)보다도 그 반대의 허무(虛無)보다도 미지(未知)의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