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34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연인이여 연인이여, 무상하지 아니한가아름다운 그대의 유방도지극히 달콤한 그 입술도손을 잡고 눈물짓게 하는 맹세도나의 마음을 속박하는 한탄도옮은 향기는 다음날엔 사라지고다시 만날 날을 알 수 없으니.연인이여, 지상의 것은슬프면서도 무상하지 아니한가. * * * * * * * * * * * * * * よきひとよ よきひとよ、はかなからずやうつくしきなれが乳ぶさもいとあまきそのくちびるも手をとりて泣けるちかひもわがけふのかかるなげきもうつり香の明日はきえつつめぐりあふ後さへ知らず よきひとよ、地上のものは切なくもはかなからずや。 * * * * * * * * * * * * * * *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 Sato Haruo, 1892년 4월 9일 ~ 1964년 5월 6일)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일본의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꽁치의 노래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 사나이 있어서저녁상에 혼자꽁치를 씹으며생각에 잠긴다고. 꽁치, 꽁치,그 위에 푸른 밀감(蜜柑)의 초를 떨어뜨려서꽁치를 씹음은 그 사나이의 고향의 버릇이었다그 버릇을 이상히 여기고 그리워서 여자는몇 번이고 푸른 밀감을 따와 저녁상에 차렸다.가련하다, 사나이에게 버림을 받으려는 유부녀와아내에게 배반당한 사나이와 식탁에 앉으니,박정(薄情)한 아버지를 가진 계집애는조그만 젓가락을 다루다 고민해아버지 아닌 사나이에게 꽁치의 창자를 주겠노라 하는 것이다.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너만은 보았으리세상의 얄궂은 저 단란(團欒)을.어째서가을바람이여그렇다 하더라도 증명하려무나저 한때의 단란은 결코 꿈이 아니라고.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와..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야자열매(椰子の実)  이름도 모르는 먼 섬에서흘러온 야자열매 하나 고향의 기슭을 떠나그대는 그토록 파도에 몇 달 본래의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나고가지는 더 많은 그늘을 만드는가 나 또한 물가를 베개 삼아외로운 몸 떠다니는 여행이어라 열매를 건져서 가슴에 대면새로워지는 유랑의 슬픔 바다에 해가 지는 것을 보면쏟아져 내리는 타향의 눈물 생각해 보는 겹겹의 아득한 물길어느 날엔 다시 고향에 돌아가겠지  * * * * * * * * * * * * * * * * 시마자키 도손(일본어: 島崎藤村; 1872년 3월 25일 ~ 1943년 8월 22일)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이자, 메이지에서 쇼와까지의 소설가다.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島崎春樹)이다.나가노(長野)에서 태어났다. 시집 『와카나슈(若菜集)』 등은 낭만주의적..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첫사랑(初恋)  이제 갓 말아 올린 앞머리가사과나무 아래로 보였을 때에앞머리에 꽂은 꽃 장식 빗을꽃이 핀 당신이라 생각했지요 다정하게 하얀 손을 내밀어사과를 내게 주었던 것은연 다홍빛 물든 가을의 결실로난생처음 사랑을 나눔이지요 어찌할 수 없이 내쉰 한숨이그대의 머리 결에 닿았을 때벅차오르는 사랑의 잔을당신과의 연정에 기울였다오 사과나무 과수원 나무 아래로저절로 만들어진 이 오솔길은누가 밟기 시작한 흔적인가 하고물으시는 것조차 그리웠다오. * * * * * * * * * * * * * * * * 시마자키 도손(일본어: 島崎藤村; 1872년 3월 25일 ~ 1943년 8월 22일)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이자, 메이지에서 쇼와까지의 소설가다. 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島崎春樹)이다. 1897년 시집 를 낸..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 style="color: #000000;">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오늘도 눈이 조금 내려 쌓이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오늘도 바람마저 불어 지나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예를 들자면 여우 가죽을 댄 옷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눈이 조금 내려서 오그라들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아무런 희망 없이 바람도 없이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권태로움 속에서 죽음 꿈꾸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아프고 아프도록 두려움 들고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딱히 한 일도 없이 하루 저물지……  * * * * * * * * * * * * * * *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1907년 4월 29일 ~ 1937년 10월 22일)는 카시무라 주야(柏村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하나의 동화 가을밤은 아득히 저편에 흐르고자갈뿐인 강변이 있어거기에 햇살은 사각사각사각사각 비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해라고는 해도 마치 규석 따위와 같아서지극히 미세한 개체의 분말과 같아서그래서 더더욱 사각사각하고어렴풋한 소리를 내고도 있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자갈 위에 바로 지금 나비 하나 날아 앉아아스라한 그리고 또렷한그림자를 떨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이윽고 그 나비가 보이지 않게 되자 어느샌가지금까지 흐르지도 않았던 강물바닥에 물은사각사각 사각사각하고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 * * * * * * * * * * * * *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1907년 4월 29일 ~ 1937년 10월 22일)는 카시무라 주야(柏村 中也, Kashimura Chūya..

오노노 코마치(Ono no Komachi)

꽃의 색깔이 완전히 바래니 다만 덧없이 생각에 잠긴 동안 시간은 흘러가네. 花の色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身よ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 * * * * * * * * * * * * * * 와카(和歌)는 일본의 노래(시)라는 뜻으로 일본의 가장 대표적, 전통적인 정형시가이다. 일종의 시조로 우리의 고전 시가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와카의 기본적 구조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와 사물이 대응되도록 묘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와카의 한 형식인 短歌(단가) : 5·7·5·7·7의 5구(句) 31음으로 된 단시로 여기서 지는 꽃은 벚꽃(사쿠라). 늦봄을 상징한다. 일제히 폈다가 금세 져버리는 벚꽃의 특성을 허무하게 느껴지는 짧은 인생에 빗댄 것. 그리고 시에서는 여자와 꽃이 동일시되는 표현이 흔해 여기서도 꽃..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코코아 한 잔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한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1911.6.15) * * * * * * * * * * * * * * *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년 2월 20일 ~ 1912년 4월 13일)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 겸 문학평론가이다.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9월 밤의 불평(九月の夜の不平) 지도 위 놓인 조선국 강토 위로 地図の上朝鮮国に 새카매지게 먹을 칠하며 黒々と墨を塗りつつ 가을바람 소리 듣네 秋風をきく 누군가 나를 誰そ我に 피스톨 가지고서 쏴 주지 않으려나 ピストルにても撃てよかし 얼마 전 이토처럼 죽어 보여주련다 伊藤のごとく死にて見せなむ * * * * * * * * * * * * * * * * 위와 같이 한일 강제 병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담은 시를 짓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제국주의 일본에 저항하길 독려하는 산문을 발표하는 등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지닌 일본인이었다. 위의 단카는 실제로 일본과 같은 색으로 표기된 조선 지도 위에 먹을 칠하면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그의 지인으로부터 전해진다. 천황 암살을 추진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고토쿠 슈스이의 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슬픈 장난감 1 숨을 쉬면은 가슴속에 울리는 소리가 있어 늦가을 바람보다 더 적막한 그 소리 어떻게 되든 될 대로 돼버려라 하는 것 같은 요즈음의 내 마음 남몰래 두렵구나 누군가 나를 힘껏 야단이라도 쳐 주었으면 내 마음 나도 몰라 이 무슨 마음일까 새로운 내일 반드시 오리라고 굳게 믿으며 장담하던 나의 말 거짓은 없었는데 2 빠사삭 빠삭 양초의 노란 불빛 타들어 가듯 까만 밤 깊어가는 섣달 그믐날이여 대문 앞에서 공치는 소리가 난다 웃음소리도 즐거웠던 지난해 설날 돌아온 듯이 왠지 모르게 금년에는 좋은 일 많이 있을 듯 설날 새 아침 맑고 바람 한 점 없구나 정월 초나흘 어김없이 올해도 그 사람한테 일 년에 한 번 있는 엽서 또 받겠구나 사람들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들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