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32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야자열매(椰子の実)  이름도 모르는 먼 섬에서흘러온 야자열매 하나 고향의 기슭을 떠나그대는 그토록 파도에 몇 달 본래의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나고가지는 더 많은 그늘을 만드는가 나 또한 물가를 베개 삼아외로운 몸 떠다니는 여행이어라 열매를 건져서 가슴에 대면새로워지는 유랑의 슬픔 바다에 해가 지는 것을 보면쏟아져 내리는 타향의 눈물 생각해 보는 겹겹의 아득한 물길어느 날엔 다시 고향에 돌아가겠지  * * * * * * * * * * * * * * * * 시마자키 도손(일본어: 島崎藤村; 1872년 3월 25일 ~ 1943년 8월 22일)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이자, 메이지에서 쇼와까지의 소설가다.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島崎春樹)이다.나가노(長野)에서 태어났다. 시집 『와카나슈(若菜集)』 등은 낭만주의적..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첫사랑(初恋)  이제 갓 말아 올린 앞머리가사과나무 아래로 보였을 때에앞머리에 꽂은 꽃 장식 빗을꽃이 핀 당신이라 생각했지요 다정하게 하얀 손을 내밀어사과를 내게 주었던 것은연 다홍빛 물든 가을의 결실로난생처음 사랑을 나눔이지요 어찌할 수 없이 내쉰 한숨이그대의 머리 결에 닿았을 때벅차오르는 사랑의 잔을당신과의 연정에 기울였다오 사과나무 과수원 나무 아래로저절로 만들어진 이 오솔길은누가 밟기 시작한 흔적인가 하고물으시는 것조차 그리웠다오. * * * * * * * * * * * * * * * * 시마자키 도손(일본어: 島崎藤村; 1872년 3월 25일 ~ 1943년 8월 22일)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이자, 메이지에서 쇼와까지의 소설가다. 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島崎春樹)이다. 1897년 시집 를 낸..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 style="color: #000000;">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오늘도 눈이 조금 내려 쌓이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오늘도 바람마저 불어 지나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예를 들자면 여우 가죽을 댄 옷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눈이 조금 내려서 오그라들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아무런 희망 없이 바람도 없이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권태로움 속에서 죽음 꿈꾸지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아프고 아프도록 두려움 들고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딱히 한 일도 없이 하루 저물지……  * * * * * * * * * * * * * * *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1907년 4월 29일 ~ 1937년 10월 22일)는 카시무라 주야(柏村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하나의 동화 가을밤은 아득히 저편에 흐르고자갈뿐인 강변이 있어거기에 햇살은 사각사각사각사각 비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해라고는 해도 마치 규석 따위와 같아서지극히 미세한 개체의 분말과 같아서그래서 더더욱 사각사각하고어렴풋한 소리를 내고도 있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자갈 위에 바로 지금 나비 하나 날아 앉아아스라한 그리고 또렷한그림자를 떨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이윽고 그 나비가 보이지 않게 되자 어느샌가지금까지 흐르지도 않았던 강물바닥에 물은사각사각 사각사각하고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 * * * * * * * * * * * * *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1907년 4월 29일 ~ 1937년 10월 22일)는 카시무라 주야(柏村 中也, Kashimura Chūya..

오노노 코마치(Ono no Komachi)

꽃의 색깔이 완전히 바래니 다만 덧없이 생각에 잠긴 동안 시간은 흘러가네. 花の色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身よ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 * * * * * * * * * * * * * * 와카(和歌)는 일본의 노래(시)라는 뜻으로 일본의 가장 대표적, 전통적인 정형시가이다. 일종의 시조로 우리의 고전 시가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와카의 기본적 구조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와 사물이 대응되도록 묘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와카의 한 형식인 短歌(단가) : 5·7·5·7·7의 5구(句) 31음으로 된 단시로 여기서 지는 꽃은 벚꽃(사쿠라). 늦봄을 상징한다. 일제히 폈다가 금세 져버리는 벚꽃의 특성을 허무하게 느껴지는 짧은 인생에 빗댄 것. 그리고 시에서는 여자와 꽃이 동일시되는 표현이 흔해 여기서도 꽃..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코코아 한 잔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한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1911.6.15) * * * * * * * * * * * * * * *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년 2월 20일 ~ 1912년 4월 13일)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 겸 문학평론가이다.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9월 밤의 불평(九月の夜の不平) 지도 위 놓인 조선국 강토 위로 地図の上朝鮮国に 새카매지게 먹을 칠하며 黒々と墨を塗りつつ 가을바람 소리 듣네 秋風をきく 누군가 나를 誰そ我に 피스톨 가지고서 쏴 주지 않으려나 ピストルにても撃てよかし 얼마 전 이토처럼 죽어 보여주련다 伊藤のごとく死にて見せなむ * * * * * * * * * * * * * * * * 위와 같이 한일 강제 병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담은 시를 짓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제국주의 일본에 저항하길 독려하는 산문을 발표하는 등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지닌 일본인이었다. 위의 단카는 실제로 일본과 같은 색으로 표기된 조선 지도 위에 먹을 칠하면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그의 지인으로부터 전해진다. 천황 암살을 추진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고토쿠 슈스이의 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슬픈 장난감 1 숨을 쉬면은 가슴속에 울리는 소리가 있어 늦가을 바람보다 더 적막한 그 소리 어떻게 되든 될 대로 돼버려라 하는 것 같은 요즈음의 내 마음 남몰래 두렵구나 누군가 나를 힘껏 야단이라도 쳐 주었으면 내 마음 나도 몰라 이 무슨 마음일까 새로운 내일 반드시 오리라고 굳게 믿으며 장담하던 나의 말 거짓은 없었는데 2 빠사삭 빠삭 양초의 노란 불빛 타들어 가듯 까만 밤 깊어가는 섣달 그믐날이여 대문 앞에서 공치는 소리가 난다 웃음소리도 즐거웠던 지난해 설날 돌아온 듯이 왠지 모르게 금년에는 좋은 일 많이 있을 듯 설날 새 아침 맑고 바람 한 점 없구나 정월 초나흘 어김없이 올해도 그 사람한테 일 년에 한 번 있는 엽서 또 받겠구나 사람들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들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만..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가을밤의 회화 춥구나 그래 춥구나 벌레가 운다 그래 벌레가 운다 곧 땅 속에 들어가야지 땅 속은 싫어 파리해졌구나 너도 무척 파리해졌구나 어디가 이렇게 죄어올까 배일까 배라면 죽고 말 거야 죽고 싶지는 않아 춥구나 그래 벌레가 운다 * * * * * * * * * * * * * * * 이 시의 주제는 명확하다.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비틀거리며, 서글픔 속에서도 이기고 살아가는 의지, 그것을 시시껄렁한 말은 없으면서 일상어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가 풍기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세계는 달리 비할 바 없다. 두 마리 개구리에 기탁되어 묘사되고 있는 것은 인생 그 자체이다. 가을의 싸늘함이 몸에 스며드는 밤,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벌레에게 공감을 기탁하면서 말하는 정경에는, 작자의 젊은 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옴개구리 야. 나야. 나왔어. 옴개구리야. 나야. 놀라지 않아도 돼. 빛이 이렇게 흐르고 흐트러진 것은 내가 빙글빙글 둘러보고 있기 때문은 아니겠지. 참을 수 없구나. 새파랗구나. 사방에서 향기가 나는구나. 느긋하게 흐르는 구름이구나. 이쪽 저쪽에서 무언가 중얼중얼 울기 시작했구나. 힘껏 날아가버린 겨울 눈부시구나. 파랗구나. 참을 수 없구나. 봄아 나야. 옴개구리야. * * * * * * * * * * * * * * * 옴개구리 척삭동물문 / 양서강 / 무미목 / 개구리과 / 옴개구리속 ​ 몸길이 4~5.5cm 주름돌기개구리라고도 한다. 등면은 검은색 바탕에 많은 작은 융기가 있으며, 피부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등 중앙에 연한 황색의 세로줄이 있다.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