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미쇼(Henri Michaux) 4

앙리 미쇼(Henri Michaux)

서울에서 서구 문명은, 물론, 온갖 결점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모든 문명을 쓸어가는 자력(磁力)을 갖고 있다. 세계에는 얕은 즐거움, 흔들림을 향한 일방적인 충동이 있다. 일본의 옛 음악은 바람의 신음 소리와 같다. 새것은 이미 명랑해지고 있다. 중국의 옛 음악은 순수한 경이이다. 가슴에 순하고 느리다. 새것은 다른 것과 같다. 한국의 옛 음악은 비극적이고 무시무시하지만 그것을 부른 것은 기생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 즐겁게 춤을 춥시다’ (그들의 현재의 음악은 망할 놈의 빠른 곡이며, 황인종 중에서도 한국인의 특색을 이루는 그 특이한 격정을 보여준다). 사람은 이제 세계의 먹이가 아니지만, 세계는 사람의 먹이이다. 사람은 오랜 침체에서 빠져나온다. 전에는 정말 울적해 있었나 보다..

앙리 미쇼(Henri Michaux)

빙산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빙산(冰山)에, 지친 늙은 까마귀들과 요사이 죽은 수부들의 망령들이 북극의 마(魔)와 같은 밤에 와서 팔꿈치를 괸다. 빙산, 빙산, 영원한 겨울의 무종교(無宗敎)의 대성당(大聖堂), 유성(流星) 지구의 머리 위에 씌운 빙모(氷帽) 추위에서 태어난 너의 기슭은 얼마나 고귀하고 또 순결한가. 빙산, 빙산, 북대서양의 등,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바다 위에 얼어붙은 장엄한 불상(佛像), 출구(出口) 없는 죽음의 번쩍거리는 등대, 침묵의 절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된다. 빙산, 빙산, 필요 없는 고독인, 갇히고 멀고 벌레 없는 나라, 섬들의 가족, 샘물의 가족인 그대들은 보면 볼수록 얼마나 나에게는 친숙한 것이냐--- * * * * * * * * * * * * * * * * 앙리 미쇼(He..

앙리 미쇼(Henri Michaux)

노 젓다 네 이마를 네 배를 네 삶을 나는 저주했다 네가 걸어 다닌 거리를 네가 만진 것들을 나는 저주했다 나는 저주했다 네 꿈의 내부를 네 눈에 웅덩이를 파 못 보게 하고 네 귀에는 곤충을 넣어 못 듣게 하고 네 뇌에는 스펀지를 넣어 이해 못 하게 했다 나는 네 육체의 넋을 죽였으며 네 깊은 삶을 동결시켰다 네가 숨 쉬는 공기는 너를 숨 막히게 하고 네가 숨 쉬는 공기는 굴 속의 공기 같다 벌써 내쉰 공기 하이에나가 버린 공기다 이 썩은 공기를 아무도 숨 쉴 수 없다 네 육체는 축축하고 네 살갗은 공포에 질려 땀을 흘린다 네 겨드랑이에서는 멀리서도 묘지냄새가 난다 동물들이 네 길목에 서있다 밤마다 개들은 네 집 쪽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너는 도망갈 수 없다 꼼짝달싹할 수 없다 피곤해서 네 몸은 납덩이같다..

앙리 미쇼(Henri Michaux)

바다와 사막을 지나(A travers Mers et Desert) 효력 있다 숫처녀와 씹하듯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사막에 물이 없듯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따로 서 있는 배반자처럼 효력 있다 물건을 감추는 밤처럼 효력 있다 새끼를 낳는 염소처럼 조그맣고 조그맣고 벌써 비탄에 잠긴 새끼들 효력 있다 독사처럼 효력 있다 상처를 낸 단도처럼 그걸 보존하기 위한 녹과 오줌처럼 강하게 하기 위한 충격, 추락, 동요처럼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결코 마르지 않는 증오의 대양을 가슴에 심어주기 위한 모멸의 웃음처럼 효력 있다 몸을 말리고 넋을 굳히는 사막처럼 효력 있다 내팽개쳐 논 시체를 뜯어먹는 하이에나의 턱처럼 효력 있다 효력 있다 내 행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