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앙리 미쇼(Henri Michaux)

높은바위 2023. 12. 5. 07:42

 

노 젓다

 

네 이마를 네 배를 네 삶을 나는 저주했다
네가 걸어 다닌 거리를
네가 만진 것들을 나는 저주했다
나는 저주했다 네 꿈의 내부를

네 눈에 웅덩이를 파 못 보게 하고
네 귀에는 곤충을 넣어 못 듣게 하고
네 뇌에는 스펀지를 넣어 이해 못 하게 했다

나는 네 육체의 넋을 죽였으며
네 깊은 삶을 동결시켰다
네가 숨 쉬는 공기는 너를 숨 막히게 하고
네가 숨 쉬는 공기는 굴 속의 공기 같다
벌써 내쉰 공기 하이에나가 버린 공기다
이 썩은 공기를 아무도 숨 쉴 수 없다

네 육체는 축축하고
네 살갗은 공포에 질려 땀을 흘린다
네 겨드랑이에서는 멀리서도 묘지냄새가 난다

동물들이 네 길목에 서있다
밤마다 개들은 네 집 쪽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너는 도망갈 수 없다
꼼짝달싹할 수 없다
피곤해서 네 몸은 납덩이같다
네 피곤함은 긴 隊商이며
네 피곤함은 먼 나라까지 간다
네 피곤함은 표현할 수 없다

네 입이 너를 깨물고
네 손톱이 너를 긁어대며
네 마누라도 곁에 붙어 있지 않는다
네 형제도 그렇다
그의 발바닥을 화난 뱀이 물어뜯는다

네 새끼에게 욕을 해댔다
네 딸네미의 웃음에 욕을 해댔다
네 거처 앞에서 욕을 하며 지나갔다

모두 모두 너에게서 멀어져 간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네 삶의 반대쪽으로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수많은 뱃사공으로 불어난다
네 반대쪽으로 더 세게 노젓기 위해

너는 파도 속에 떨어진다
숨결도 없다
꼼짝하기도 전에 너는 지친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너는 취해, 노새 꼬리에 붙어 간다
하늘을 가로막고
파리떼들을 부르는 거대한 파라솔 같은 취기
반원형의 운하의 굉장한 취기
잘 안 들리는 반신불수의 시작
취기가 너를 떠나지 않는다
왼쪽으로 눕히고
오른쪽으로 눕히고
자갈 많은 길바닥에 눕힌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너에 반대하여 노 젓는다
고통의 집에 너는 들어간다

나는 노 젓는다
나는 노 젓는다
검은 띠 위에 네 행동이 기록된다
외눈박이 말의 크고 흰 눈 위로 네 미래가 굴러간다

나는 노 젓는다

 

* * * * * * * * * * * * * * *

 

* 앙리 미쇼(Henri Michaux, 1899년 5월 24일 ~ 1984년 10월 19일)는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 시인, 작가, 화가이다.

미쇼는 어떠한 파로도 분류할 수 없는 특이한, 로트레아몽풍의 시인으로, 1941년 지드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자신이 널리 세계를 여행하며 다녔는데, 공상의 날개는 더욱 풍부하고 강력해졌다.

<그랑드 가라바뉴의 여행>(1936) <깃>(1936) <요술나라에서>(1942) 등의 공상적 작품은 슬픈 현실세계와 결부되어 가장 개성적인 공상을 거쳐 가장 근원적인 현실 속의 인간의 해방을 노래한 것이다.

 

벨기에 태생 프랑스의 서정시인ㆍ화가. 벨기에 나무르 출생. 선원이 되어 아시아와 남아메리카를 항해했고, 배를 타지 않을 때는 이따금 파리에서 살았으며, 1922년 완전히 파리에 정착했다.

잠시 교사생활을 하다가 시인 쥘 쉬페르비엘의 비서로 고용되었다.

<나는 누구였는가>(1927)라는 시로 주목을 받았고, 1937년 첫 번째 그림 개인전을 열었다.

1941년 앙드레 지드가 쓴 연구서 덕분에 그의 시는 한때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1955년 프랑스 시민이 되었다.

 

인간 조건에 대한 그의 견해는 우울한 것이었다.

그의 시는 삶이 개인을 침해할 때 그 의미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생활의 공허함과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을 대비시켰고, 그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들이 갖는 모순과 존재의 불합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시 가운데 어떤 것은 얼핏 보기에 경박해 보일 만큼 장난스러운 운문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또 산문시 형태로 주제를 제시한 작품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내면의 공간>(1944) <다른 곳에서>(1948) <주름 속의 삶>(1950)이라는 3권의 선집을 직접 만들었다.

영어 번역으로는 리처드 엘먼이 번역한 <작품선집>(1968), 테드 세이버리가 번역한 <시집>(1967)이 있다.

꿈이나 환상, 또는 환각제의 힘을 빌어 드러나는 내면세계를 묘사했다.

 

그는 브뤼셀에서 성장하였다.

1955년에야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어려서부터 극히 고독한 성격으로 부모 형제나 어떠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는 남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브뤼셀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신비 작가의 작품이나 성인들의 전기를 즐겨 읽었고, 잠시 의과 대학에 다닌 적도 있었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21세 때 새로운 다른 세계를 동경하여 수부가 되어 약 2년 동안 바다를 떠다니며 방랑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24년부터 파리에 정착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특히 시인 C.D. 로트레아몽과 J. 쉬페르비엘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27년 자아의 분열을 다룬 시집 <지난날의 나>를 발표하고 계속하여, 자신에 대한 거의 과학적, 의학적 관찰 보고서인 <나의 속성>,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박해받는 인물을 풍자적으로 그린 <플륌이라는 자>, 그리고 꿈과 환각, 충동을 조사, 보고한 <밤은 움직인다> 등의 시집을 내어 주목을 끌었다.

 

아울러 1927년에서 1939년에 이르는 동안 그는 또다시 다른 세계를 찾아 에쿠아도르를 비롯한 남미, 터키, 인도, 중국, 일본 등을 여행하고 두 권의 여행기 <에쿠아도르>와 <아시아의 한 야만인>을 펴냈는데 저자는 이 가운데 각국의 도시, 인물, 풍습, 동식물에 대한 학자적인 정밀한 관찰과 시인으로서의 깊은 성찰을 하여 많은 독자에게 감명을 주었다.

 

1940년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남 프랑스의 코트다쥐르로 피난했는데 여기서 앙드레 지드를 만났고, 지드는 미쇼의 내면적 시가 가지는 현대적 뜻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앙리 미쇼를 발견하자!"라는 강연을 하여 그의 이름을 높였다.

같은 시기에 그가 전시 중에 쓴 특이한 항전시가 발표되어 일약 그는 유럽에서 유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30년대부터 아무에게서도 배우지 않은 자기류의 그림을 그려 발표해 왔는데, 이 특이한 그림이 화단에서도 높이 인정되어 그의 이름은 더욱 널리 퍼졌다.

 

그는 시인으로 계속하여 <시련, 푸닥거리>, <유령> 등의 환상적인 시집과 <다른 곳에>라는 가공적이며 상상적인 3부작 기행 문집들을 펴냈다.

1955년경부터 인간의 심층 내부를 철저히 탐색하기 위해 그는 마약인 메스칼린을 복용하여 그 환각과 취기를 이용하여 의식 내부를 탐험하려고 했다.

즉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잠입하여 약의 힘을 빌어 인간의 모든 감각, 꿈, 인상, 이미지, 무의식을 알고 느끼고 경험하려고 했다.

그는 그가 직접 느끼고 본 것을 그의 시로 또는 그림으로 옮겼다.

어느 작가도 그만큼 인간의 희미하고 붙잡기 힘든 내부 세계를 이렇게 철저하게 탐험, 실험하려고 애쓴 작가는 없었다.

약 15년에 걸친 실험에서 얻은 작품으로 ''비참한 기적'', ''소란스러운 무한'', ''구렁에서 얻은 지식'', ''정신의 큰 시련'' 등이 있다.

 

미쇼는 만년에도 인간의 내부 세계와 환상 세계에 대한 많은 작품을(''잠든 모양, 깬 모양'', ''사라지는 것과 대면하여'' 등) 내놓았으나 점점 글자로 표현하기보다는 형상적인 그림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그의 그림이란 회화라기보다는 현미경 아래 보는 박테리아의 표본이나 X선 사진과 같이 기이하고 독특한 것이다.

그러나 화가로서 그는 거의 매년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전람회를 열고 있고 그때마다 주목과 논란을 일으켰다.

1945년부터는 신비주의와 광기(狂氣)와의 교차점에 서는 독자적인 시경(詩境)을 개척, 현대 프랑스 시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으로 지목된다.

주요 저서에 <내면의 공간>(1944) <시련, 악귀 쫓기>(1945) <주름 속의 삶>(1950) <비참한 기적>(1955) <부산한 무한(無限)>(1957) 등이 있다.

 

1965년에는 파리의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그의 총 작품 전시회가 개최되어 그의 예술에 대한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국가 문학 대상의 수상자로 추대되었으나 그는 이를 사절하였다.

그는 시인으로서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엄밀한 뜻에서 문학권 외에 있으면서도 1940년대 이후의 젊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때로는 자기의 무의식 속을 파고들어 가 존재의 실태와 존재 이유를 찾기도 하고, 악의에 찬 세계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을 독특한 풍자와 유머로 나타냄으로써, 현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와 인정을 받고 있다.

【작품】<나는 누구였는가>(1927) <그랑드 가라바뉴의 여행>(1936) <깃>(1936) <요술나라에서>(1942) <내면의 공간>(1944)  <주름 속의 삶>(1950)

【시집】<지난날의 나>(1927) <플륌이라는 자> <밤은 움직인다> <시련, 푸닥거리>, <유령>

【저서】<내면의 공간>(1944) <시련, 악귀 쫓기>(1945) <주름 속의 삶>(1950) <비참한 기적>(1955) <부산한 무한(無限)>(1957) <에쿠아도르>(1929) <아시아의 한 야만인>(1932) <다른 곳에서>(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