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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어느 고매(高邁)한 스승이 임종의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던 제자를 불렀다.스승이 베개 밑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모든 사람이 그 책이 과연 무슨 책인지 궁금해하였다.스승은 이제껏 아무에게도 그 책만은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밤에 제자들이 가끔 열쇠 구멍을 통해 훔쳐보노라면 스승이 혼자 그 책을 읽고 있곤 했었다.'무슨 책일까? 스승님은 그 책을 왜 그렇게도 비밀시 하는 걸까?'스승이 방을 비울 때면 그 방은 언제나 잠겨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 방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랬으므로 그 책이 무슨 책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스승은 아끼는 제자를 불러놓고 말했다."이 책을 잘 간직하거라. 여기에 내가 가르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이 책은 내 스승이 내게 주셨던 책이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이..

가차(假借) 없다

"반일 감정도 가장 치열한 곳으로, 거기서는 노유 귀천 차별 없이 친일 분자라면 가차 없는 응징을 당해야 했고, 밀정들도 발붙이기에 매우 위태로운, 그렇게 단결이 굳은 곳이다.""국민들에게 총을 들이댄 행위는, 똑바른 법 앞엔 일호의 가차도 없었다." '가차(假借) 없다'라는 말은 형용사로서, '(평가나 의견이) 사정을 봐주는 것이나 용서함이 없다'라는 뜻이다.'가차'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그중 하나는 한자를 만드는 방법인 육서(六書: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해성(諧聲), 전주(轉注), 가차(假借)가 있다)의 한 가지를 뜻하기도 한다.이때의 '가차'는 적당한 글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어서 대신 쓰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보리'를 뜻하는 '來..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연인이여 연인이여, 무상하지 아니한가아름다운 그대의 유방도지극히 달콤한 그 입술도손을 잡고 눈물짓게 하는 맹세도나의 마음을 속박하는 한탄도옮은 향기는 다음날엔 사라지고다시 만날 날을 알 수 없으니.연인이여, 지상의 것은슬프면서도 무상하지 아니한가. * * * * * * * * * * * * * * よきひとよ よきひとよ、はかなからずやうつくしきなれが乳ぶさもいとあまきそのくちびるも手をとりて泣けるちかひもわがけふのかかるなげきもうつり香の明日はきえつつめぐりあふ後さへ知らず よきひとよ、地上のものは切なくもはかなからずや。 * * * * * * * * * * * * * * *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 Sato Haruo, 1892년 4월 9일 ~ 1964년 5월 6일)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일본의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

나명들명

오고 가면서. 드나들면서.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올라 치를 잡고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이은상, '가고파', "노산시조집", p. 63)  김해들 나명들명 머리 무겁게 따라 다니는 것맑은 날은 몸살 앓도록 원수가 되는 것이젠 사정없이 툭툭 끊어버리기그리움이 되는 사랑은 아편이었다 (김석규, '명사형', "우울한 영혼의 박제된 비상의 꿈", p. 77)

오리와 오리구름

흐르는 곡은, Al Bano & Romina Power - Il Balo Del Qua Qua(오리들의 춤) * * * * * * * * * * * * * * * 오리와 오리구름                                                                                 高巖 허우룩한 봄날파란 하늘이 내려앉은잔잔한 수면에오리구름 외로이 떠 있네. 호숫가 청답(靑踏)하던 오리뽀얀 깃털 노란 발넓적한 부리괘액 괘액꽁지 흔들며물로 들어선다. 오리구름 본 듯 만 듯유유히 지나치니비껴가는 잔물결에오리구름 퍼덕이고 있구나.

바람(風)(2)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 바람은 가변성과 역동적 속성으로 인해 인간의 존재성을 일깨워주는 촉매가 되는가 하면 자유와 방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 바람은 수난과 역경, 시련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바람은 어떤 대상이나 이성에 마음이 이끌려 들뜬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일 좋은 것 하나라면그거야 바람이지계집보다도계집에겐 사내보다도 바람이지바람 알지? (고은, '旅愁여수', "고은시전집· 1", p. 320)  꼭 군불 때기에 적당한 가쟁이와돌바람이 몰아치는 虛虛(허허)한 주위에서 (이탄, '集魚燈집어등', "잠들기 전에", p. 37)  가을이라 해도 내게는따로 볼일이 없는데정신의 허허벌판을 막고 있는마음의 문짝이 덜컹거리는덜컹거린다 요란하게 덜컹거리는이 가을 나는 몸살밖..

전남 보성(寶城)의 열녀들과 또 다른 사랑 이야기

보성(寶城)의 진주 소 씨(晉州 蘇氏) 삼여걸(三女傑)은 상향(上向)성 양성(陽性) 기질의 표현이다. 정유난(丁酉再亂:1597년, 선조 30년)에 왜적이 소안전(蘇安田)의 처 황(黃) 씨를 겁탈하려 들었다.손으로 앙칼스럽게 할퀴자 군도로 팔을 잘라버렸다.발길로 머리를 차 실신시키자 발을 잘라 버렸다.소몽참(蘇夢參)의 처 김 씨(金氏)는 달려드는 왜적의 국부를 물어 죽였다.소동하(蘇東河)의 처 조 씨(趙氏)는 겁탈저항에 왜적이 눈알을 빼자, 흐르는 피를 받아 적의 안면에 뿌리고, 허둥지둥한 틈을 타 도망쳐 나와 투신했다. 임란에 왜적이 朝鮮義士)>라고 유일하게 존대한 송제(宋悌=高興고흥)의 처 구(具) 씨는 손가락을 끊어, 방벽에 의시(義詩)를 써놓고 죽었다.의병 박제(朴悌)의 처 송 씨(宋氏=宋象賢송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