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2 2

이누이트(에스키모)의 시

굶주림 그대, 이방인, 우리의 행복과 태평함만이 눈에 띄는 자여,우리가 빈번히 겪어야 하는 끔찍한 일들을 안다면먹는 것과 노래하는 것과 춤추는 것에 대한 우리의 애착을 이해할 것이오.우리 중에는 하나도 없소,사냥거리가 없는 겨울을 살아보지 않은 이가,그런 겨울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소.우리는 절대 놀라는 법이 없소,누가 굶어 죽었다 해서――익숙한 일이니까.그들의 잘못이 아니오. 질병이 닥치기도 하고,궂은 날씨가 사냥을 망치오,거센 눈보라가 숨구멍을 감추는 날에는. 지혜로운 노인이 스스로 목을 매는 것을 본 적이 있소,어차피 굶어 죽어가는 몸,자기 식으로 죽기를 택한 것이오.그런데 그가 죽기 전 입 속을 물개의 뼈로 채웠소,그리하면 죽은 자의 나라에서고기를 배불리 먹을 거라 믿었던 것이오. 어느 해 겨..

자물린

가라앉은. 사라진. 잠기다. 어떤 일에 몰두하다. 간밤엔 무슨 잔치라도 있었느냐조롱구슬 같은 별들이 떴다 자물린 흔적한밤내 울고 간 귀뚜라미의 흰 날기뼈와 부서져 쌓인 音符(음부)들 (송수권, '아침 풀밭', "산문(山門)에 기대어", p. 45) 옛날은 수단 치마폭에 꽃수실 모냥 흘러간뻐꾹새 울음을시방 저 실실한 물결 속에 자물리는한 산맥들을 보는가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p. 84) 한 산맥들은 또 한 산맥들을 불러내어그 마지막 한 산맥들까지다 자물리어푸른 물결로만 잇대어오는 것을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지리산 뻐꾹새", p. 74) 대지는 여름 내내 꿈꾼다길짐승 날짐승이 그 위에 몸을 푼다입추, 처서 눈썹 끝에 가뭄 홍수 자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