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84

찰스 램(Charles Lamb)

그리운 얼굴들 내 어린 시절, 즐거운 학창 시절에 내겐 소꿉친구 마음친구 다 있었지.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난 함께 웃어대고 떠들어댔었지. 마음 벗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아리따운 여인과 한때 사랑도 했었어. 그녀의 문이 닫혀버려 더는 만날 수 없다네.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나의 벗 하나, 그보다 더 다정한 벗 있었을까. 난 배신자처럼 그 친구를 훌쩍 떠나고 말았네. 떠난 뒤로 그리운 얼굴들 곰곰이 생각하였지만. 난 유령처럼 어릴 적 놀던 곳을 맴돌았지. 세상은 내가 건너야 할 사막만 같았네. 그리운 얼굴들 찾기 위해 건너야 할 내 진정한 벗, 형제보다 더한 벗이여. 왜 자넨 내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늙은 나이는 날 저물 때 열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똑똑한 이들은 끝장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마땅하다 알지만, 자기네 말로써 번개를 가르지 못한 까닭에, 그 좋은 밤 속으로 온순히 가지 않는다. 착한 이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자기네의 연약한 행적이 푸른 포구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억울해 울면서,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이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나무들의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바위틈으로 물을 몰아가는 힘이 붉은 내 피를 몰아간다; 모여드는 강물을 마르게 하는 힘이 내 피를 밀랍처럼 굳게 한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내 혈관에게 입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산속 옹달샘을 똑같은 입이 빠는지를. 웅덩이의 물을 휘젓는 손이 모래수렁을 움직인다; 부는 바람을 밧줄로 묶는 손이 내 수의(壽衣)의 돛폭을 잡아끈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목 매달린 자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살(肉)이 목을 매다는 자의 석회가 되는지를. 시간의 입술..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내가 뜯는 이 빵은 내가 뜯는 이 빵은 전에 귀리였다. 이국 땅 나무에 매달렸던 이 포도주가 그 열매 속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바람이 그 곡식을 쓰러뜨렸고, 그 포도의 기쁨을 파괴했다. 한 때 이 포도주 속에서 여름 피가 덩굴을 장식한 살 속으로 쳐들어갔고, 한 때 이 빵 속에서 귀리는 바람 속에서 즐거웠는데, 인간은 태양을 부수고, 바람을 끌어내렸다. 네가 쪼개는 이 살, 네가 혈관 속에서 황량하게 만드는 이 피는 관능의 뿌리와 水液(수액)에서 자란, 귀리였고, 포도였다. 내 포도주를 네가 마시고, 내 빵을 네가 물어뜯는다. * * * * * * * * * * * * * * * *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1914년 10월 27일 ~1953년 11월 9..

벤저민 존슨(Benjamin Jonson)

내 첫아들의 죽음에 부쳐 잘 가라, 너 내 오른손 내 기쁨이었던 아이야. 네게 너무 큰 희망을 걸었던 게 죄였나 봐, 사랑하는 아들아 일곱 해 동안 널 빌려 와 있다가 이제 값을 치르는구나, 네 숙명의 명령 어길 수 없어 바로 똑같은 그날에. 오 아버지 마음을 죄다 잊을 수가 없을까! 왜 사람은 부러워해야 할 상태를 슬퍼하는 것일까? 속세와 육신의 번뇌를 그처럼 빨리 벗어나고 딴 불행은 몰라도 나이 드는 일 면했지 않은가. 평안히 쉬려므나, 그리고 누가 묻거든 말해주렴, "여기 벤 존슨의 가장 훌륭한 시 한 편이 잠들어 있노라"라고. 그를 위해 이제 그의 모든 맹세 이렇게 될지어니 사랑하는 것 결코 너무 지나침이 없으리라고 ​ * * * * * * * * * * * * * * On My First Son..

벤저민 존슨(Benjamin Jonson)

진실 진실은 그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며, 그 외에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장 순수한 금보다 더 순순한 것이며, 이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것은 사랑의 빛이며 삶 자체이다. 진실은 영원히 빛나는 태양이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은총의 영혼이며 믿음과 사랑이다. 진실은 약속의 보증인이며,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고 모든 거짓말을 발밑에 짓밟는 믿음의 힘을 가지고 있다. ​ * * * * * * * * * * * * * * * 벤저민 존슨(Benjamin Jonson, 1572년 6월 11일 ∼1637년 8월 16일)은 17세기 영국의 극작가·시인·비평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약한 문인이다. 1616년 계관시인이 되었다. 1572년 6월 11일 런던의 교외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

벤저민 존슨(Benjamin Jonson)

고귀한 자연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무가 크게만 자라는 것과 다르다. 참나무가 삼백 년 동안 오래 서 있다가 결국 잎도 피우지 못하고 통나무로 쓰러지느니 하루만 피었다 지는 오월의 백합이 훨씬 더 아름답다. 비록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작으면 작은 대로의 아름다움을 보면 조금씩이라도 인생은 완벽해지지 않을까. ​ * * * * * * * * * * * * * * The Noble Nature It is not growing like atree In bulk, douth make man better be; Or standing long an oak three hundred year, To fall alog at last, dry, bald, and sear; A l..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 아침이 밝았어요 ​ 작사 :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 아침이 밝았습니다. 찌르레기가 태초의 아침처럼 울었습니다, 태초의 새처럼. 새의 노래를 찬양해요. 아침이 온 것을 찬양해요. 그들이 세상에서 싱그런 모습으로 솟아남을 찬양합니다. ​ 새로 내린 비처럼 달콤하게, 하늘의 햇빛을 받아 마치 처음 내린 이슬처럼 처음 자란 잔디 위를 적셔 오네요. 그분의 발자국이 지나가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난 젖은 풀밭의 상큼함을 찬양합니다. ​ 이 햇빛은 나의 것, 이 아침은 나의 것, 에덴의 탄생을 지켜보았던 한줄기 빛으로 태어난 아침, 넘치는 기쁨으로 찬양합니다. 매일의 아침을 찬양합니다, 신이 다시 만들어 준 새로운 하루를. ​ * * * * * * * * * * * * * * ​ Morni..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지식 네 마음은 초원이란다. 이런저런 씨 뿌리는 초원. 너는 농부란다.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 네 초원을 버려두지 말거라. 파종도 하지 않고 비워진 채로. 지식의 씨앗 뿌리고 정성 들여 가꾸어라. 무지한 자 되지 말거라! 봄이 되어 씨 뿌리면 여름 되어 풍요로운 수확 거두리니. * * * * * * * * * * * * * * *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1881년 2월 13일 ~ 1965년 6월 5일 향년 84세)은 영국의 여류시인이며 아동문학, 희곡, 전기, 역사, 풍자 작가이다. 엘레노어 파전은 1881년 2월 13일에 런던 햄스테드(Hampstead)에서, Benjamin Leopold Farjeon(소설가)과 Maggie (Jefferson) Farjeon(배우)의 다섯..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내가 하고픈 일들을 다 할 시간이 없습니다. 산꼭대기란 산꼭대기는 다 올라야 하고 숲이란 숲은 다 찾아 헤매야 하고 바다란 바다는 다 항해해야 하고 가 봐야 할 곳은 어디든지 다 가 봐야 하고 알아 둬야 할 사람은 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든지 다 알아 둬야 하는데. 있다면 이런 시간 밖에 없습니다 몇 사람만 알아 두고 몇 가지 일만 하고 그리고는 눌러앉아서 내가 하고픈 나머지 일에 대해 시를 지을 그런 시간 밖에 없습니다. * * * * * * * * * * * * * * * 엘레노어 파전(Eleanor Farjeon, 1881년 2월 13일 ~ 1965년 6월 5일 향년 84세)은 영국의 여류시인이며 아동문학, 희곡, 전기, 역사, 풍자 작가이다. 1881년 영국의 런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