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스페인 20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Mis ojos, din tus ojos)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시들어지는 십자가 길입니다. 그대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는 내 목소리는 약해만 집니다. 그대 바람의 냄새, 그대 흔적의 잊혀진 모습을 좇습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 * * * * * * * * * * * * * * * * 미겔 에르난데스 길라베르트(1910년 10..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부상자 전쟁이 있는 저 들판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부상자들이 널려 있는 그곳에 사방으로 뜨거운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분수에서 뿜어대는 물줄기처럼 피는 항상 하늘을 향해 토하고 파도처럼 상처에서 피가 한꺼번에 솟구칠 때 소라껍데기처럼 상처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피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맛이 나고, 술 창고 맛이 난다. 바다의 술 창고에서 사납게 포도주가 폭발한다 그곳에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부상자가 빠져서, 피를 쏟고 죽어가네 나는 부상당했다. 아직 더 생명이 필요한데 남은 피는 자유를 위한 것 나의 상처로 솟을 피가 누가 부상당하지 않았는지 말해보라 나의 삶은 행복스러운 젊음에 생긴 상처 부상을 입지도, 삶에서 고통을 느껴보지도 못한 나 살아서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리 나, 기쁘게 부상을 입었어 ..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병사 남편의 노래 당신 속에 나는 사랑과 생명을 심었소 당신의 사랑에 답하고자 나는 피의 메아리를 연장하였고, 쟁기가 고랑 위에서 기다리듯 나는 당신의 심연에까지 갔었소. 드높은 탑, 높은 빛, 커다란 눈동자의 갈색 여인이여 나와 살을 섞은 여인, 나의 삶의 위대한 동반자여, 새끼를 밴 암사슴의 박동처럼 당신의 미친 듯한 가슴이 나에게까지 와닿는구려… 나의 분신이여, 나의 날개의 원동력이여 이 죽음 가운데에서 당신께 생명을 바치오 여인이여, 사랑하는 이여,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이 납덩이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땅 속에 묻힌 잔인한 관 위에서 아니 죽은 시체 위에서 무덤도 없이 당신을 사랑하며, 가루가 되어 죽을 때까지 온 마음 바쳐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소 전쟁터에서 당신을 기억하노라면 내 이마..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나는 내가 아니다​ ​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을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容恕(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자가 바로 나이다. * * * * * * * * * * * * * * * I am not I I am I, I am this one Walking beside me whom I do not see, whom at times I manage to visit, and whom at other times I forget; who remains calm and silent while I talk, and forgives, gentl..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소녀의 죽음 ​ 분노와 질투에 눈이 멀어서 그는 순진한 그 소녀를 죽였어요. 미소 지으며, 미소 지으며 그 소녀를 죽였어요. 눈같이 하얀 작은 상자에 넣어 사람들을 그녀를 무덤가로 데려갔어요. 가슴의 상처에서는 가느다란 핏줄이 솟아 나오고, 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첫 키스의 여운을 간직한 채, 눈은 울고 있었고, 반쯤 벌린 입술은 하늘의 눈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얀 밀감 꽃들 사이로, 상자의 흔들거림에 따라, 미소 지으며, 미소 지으며 그 소녀는 떠나갔어요. * * * * * * * * * * * * * * * *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1881년 ~ 1958년)는 에스파냐의 시인이다.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1881년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의 항구도시..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묶인 개 내게 있어서 가을의 시작이라는 것은, 프라테로. 석양과 함께, 스산함과 함께 가련해지는 뒷마당 혹은 앞마당 정원수 수풀의 인기척 없는 곳에서, 한마음으로 오랫동안 짖어대고 있는 한 마리의 묶인 개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 무렵은, 어디에 가도 지는 해를 향해서 짖어대는 그 묶인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프라테로…… 그 짖는 소리는, 내게는 아무래도 슬픔의 노래로 들리는구나. 그것은 흡사 욕심스러운 마음이 사라져 가는 보물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잡으려고 하는 듯이 생명이라는 생명이 사라져 가는 황금의 계절에 바싹 뒤따르려고 하는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스러운 마음이 끌어모아져 이르는 곳에 숨겨진 황금은 환상과 같은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거울 조각으로..

루이스 데 공고라(Luis de Góngora y Argote)

마리아 수녀 마리아 자매, 내일 파티야. 너는 친구에게 가지 않을 거야. 나는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 우리 광장에, 나는 황소를 연주할 것이다. 너 인형에... 그리고 종이에 나는 옷을 만들 것이다. 블랙베리로 염색한 왜냐하면 그것은 좋아 보인다... * * * * * * * * * * * * * * * 공고라는 그가 19살일 때 이 시를 썼다. 공고라는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관해 누이와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이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가 휴일 동안 느끼는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차례로 공고라의 장난기 있는 성격을 반영한다. * * * * * * * * * * * * * * * * 루이스 데 공고라 이 아르고테(Luis..

다마소 알론소(Dámaso Alonso)

단편 최고 존재의 가능성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나는 더 많은 것을 구걸했다. 그런 '존재'가 있었고, 아마도 존재하는, 영혼은 이미 '영원한'. 그리고 전능한 '존재'가 그것을 할 것인가? - 최극 존재에 대한 의심과 사랑(1985년) * * * * * * * * * * * * * * * 최극 존재에 대한 의심과 사랑(1985년) 이 시집은 10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두 번의 기도"라는 네 번째 시는 다마소 알론소가 망막 질병으로 시력의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은 욕구를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시인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였고, 불멸의 영혼과 관련이 있다. 다마소 알론소는 세 가지를 말한다. 몸이 만료될 때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뇌 기능을 말하는 비 영혼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마소 알론소(Dámaso Alonso)

시의 한가운데에서 시를 노래하며, 꽃 피우면서 누군가 시의 한가운데에서 죽었노라 그러나 시는 영원을 향해, 열려 있었네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결코 그치지 않는 산들바람에도 끝나지 않는 시, 영원한 시인이여, 누가 한 음절의 시 속에서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시인의 그런 죽음을 알았을 때 나는 또 하나의 기도를 생각했네 “나는 항상 노래하며 살고, 죽기를 원하며, 나는 왜, 언제는 알고 싶지 않소” 그래, 시의 가슴속에서 신이시여, 그와 나를 끝장나게 해 주소서. * * * * * * * * * * * * * * * * 다마소 알론소(Dámaso Alonso, 1898년 10월 22일 마드리드 ~ 1990년 1월 24일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언어 학자, 시인, 교사, 문학 비평가 및 시인 그룹인 '27 세..

비센테 알레익산드레(Vicente Pío Marcelino Cirilo Aleixandre y Merlo)

희망을 가지렴 그걸 알겠니? 넌 벌써 아는구나 그걸 되풀이하겠니? 넌 또 되풀이하겠지 앉으렴, 더는 보질 말고, 앞으로! 앞을 향해, 일어나렴, 조금만 더, 그것이 삶이란다 그것이 길이란다, 땀으로, 가시로, 먼지로, 고통으로 뒤덮인, 사랑도, 내일도 없는 얼굴…… 넌 무얼 갖고 있느냐? 어서, 어서 올라가렴. 얼마 안 남았단다. 아 넌 얼마나 젊으니! 방금 태어난 듯이 얼마나 젊고 천진스럽니! 네 맑고 푸른 두 눈이 이마 위에 늘어진 너의 흰 머리칼 사이로 빛나고 있구나 너의 살아 있는, 참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너의 두 눈이. 오, 주저 말고 오르고 또 오르렴. 넌 무얼 바라니? 네 하얀 창대를 잡고 막으렴. 원하는 네 곁에 있는 팔 하나, 그걸 보렴. 보렴. 느끼지 못하니? 거기, 돌연히 고요해진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