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스페인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높은바위 2024. 4. 12. 06:31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Mis ojos, din tus ojos)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시들어지는 십자가 길입니다.

그대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는 내 목소리는 약해만 집니다.

그대 바람의 냄새,
그대 흔적의 잊혀진 모습을 좇습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

 

* * * * * * * * * * * * * * *

 

* 미겔 에르난데스 길라베르트(1910년 10월 30일 ~ 1942년 3월 28일)는 27세대와 36세대에 관련된 20세기 스페인 시인이자 극작가였다. 

 

천한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문학을 일컫는 것에 독학했고, 일 대신 책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육체적으로 학대를 했고, 초등교육을 마치자마자 학교를 빼낸 아버지 등 불리한 환경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이후 학교에서, 그는 에르난데스에게 책을 빌려주고 권하는 교양 있는 소년인 라몬 시제의 친구가 되었고,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엘레지(elegy, élégie)의 영감을 줄 것이다.

 

에르난데스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의 파시스트 군에 저항한 시인으로, 알라칸테의 옥에 투옥된 채 결핵으로 사망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인 "칸시오네로 이로마세로 데 아우젠시아스(Cancionero y romancero de ausencias)"는 그가 죽은 후 출판되었으며, 감옥에서 쓴 시를 모은 것으로, 어떤 시는 초보적인 휴지 조각으로 썼으며, 다른 것들은 아내에게 쓴 편지로 보존된 것으로 20세기 스페인 시의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