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ㅋ 38

코뚜레

소를 잘 다루기 위하여 코청을 뚫어 낀 고리와 같은 나무 굴레. 억압이나 질곡을 상징함. 송아지가 자라면 농사일에 부리기 쉽게 두 코구멍 사이를 뚫어서 멍에와 연결시키는 것. 대개 칡넝쿨같이 휘어지는 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둥글게 휘여서 코뚜레를 만듦.  꿈과 야망과는 주소가 다른 생업의 코뚜레에길들 만치 이미 길든 가을나이부터는별뜻 없이 되고만 개살구빛 가장감투가버리기엔 아까운 축복인가 족쇄인가를깃 세워 입으며 자문하게 되는 출퇴근복 겉옷 (유안진, '바바리코트',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p. 67) 무엇인가, 이것은코뚜레에 너무 오래 붙들려 무력해진 지금아픈 코의 대척점에서 일어나는 이 느닷없는 힘은 (김기택, ''소', "태아의 잠", p. 16) 찢어진 발굽 코뚜레로 인가에 있어서너른..

컴퓨터

전자소자를 이용한 고속 자동 계산기. 정보화 사회로서 현대 첨단문명 시대의 삶을 풍자한 말.  그는 모든 책들에서 기계처럼 비정한, 기계처럼 무표정한,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기계처럼 무심한...... 등등의 말들을 지웠다. 대신 컴퓨터와 춤추는, 컴퓨터와 토론하는, 컴퓨터와 식사하는, 컴퓨터와 섹스하는...... 등등의 말을 새로 적어넣었다 (김형술, '사랑에 빠진 남자',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p. 50)

캬랑캬랑

달이나 물빛, 산의 기운이 맑고 쟁쟁함. 금속성의 밝은 것을 의미. '카랑카랑'을 맑게 강조한 말.  내 곁에 와 내 마고자에두 눈 묻고 흐느끼던 그 계집애.눈 내리는 이 밤은 또 어디메서 울고 있는가.눈물도 말라 인제는 캬랑캬랑 하는가. (서정주, '눈 오는 날 밤의 感傷감상', "미당서정주시전집", p. 372) 밥이라니요? 밥이라니요? 굶는 것이 먹는 것보다 많아야마음은 캬랑캬랑 맑는 겁니다.먹는 것은 한 숟갈! 굶는 것은 열 숟갈! (서정주, '印度인도 떠돌이의 노래', "미당서정주시전집", p. 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