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ㅋ 32

컴퓨터

전자소자를 이용한 고속 자동 계산기. 정보화 사회로서 현대 첨단문명 시대의 삶을 풍자한 말.  그는 모든 책들에서 기계처럼 비정한, 기계처럼 무표정한,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기계처럼 무심한...... 등등의 말들을 지웠다. 대신 컴퓨터와 춤추는, 컴퓨터와 토론하는, 컴퓨터와 식사하는, 컴퓨터와 섹스하는...... 등등의 말을 새로 적어넣었다 (김형술, '사랑에 빠진 남자',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p. 50)

캬랑캬랑

달이나 물빛, 산의 기운이 맑고 쟁쟁함. 금속성의 밝은 것을 의미. '카랑카랑'을 맑게 강조한 말.  내 곁에 와 내 마고자에두 눈 묻고 흐느끼던 그 계집애.눈 내리는 이 밤은 또 어디메서 울고 있는가.눈물도 말라 인제는 캬랑캬랑 하는가. (서정주, '눈 오는 날 밤의 感傷감상', "미당서정주시전집", p. 372) 밥이라니요? 밥이라니요? 굶는 것이 먹는 것보다 많아야마음은 캬랑캬랑 맑는 겁니다.먹는 것은 한 숟갈! 굶는 것은 열 숟갈! (서정주, '印度인도 떠돌이의 노래', "미당서정주시전집", p. 546)

칼잠

좁은 공간에서 몸을 칼날처럼 모로 세워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자는 잠. 그가 잃은 사랑 눈 먼 자의 슬픔으로 떠돌 때사람들은 새끼처럼 꼬여 칼잠을 자고꿈 속 어느 갈피 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네 (전연옥, '안개', "불란서 영화처럼", p. 40) 눈 속에 파묻히고신문지 한 장에 덮인 칼잠바람에 찬바람에 몇 번이나 뒤집혀도끝내 마음속 간직하던 것꽃다지, 그 많은 눈물로 다짐하던희망의 말 꽃다지, 그 노래 (박영근, '김미순傳전', "김미순전", p.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