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88

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도 있고,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었다. 설날이라는 말과 같은 우리나라의 명절이다.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라고도 하는데 이는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말이다. 또한 신일(愼日)·달도(怛忉)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이밖에 설을 양력 1월 1일 신정(新正)의 상대적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는 설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국시대 문헌에서부터 설 명절에 대한 기록이 보이며, 의례, 민간신앙, 복식과 음식, 놀이 등 설 명절 관련 세시풍속 또한..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무어별(無語別)

조선 선조 때의 호남가단의 시인 가운데 백미(白眉)로 치는 임제(林悌, 1549년 음력 11월 20일 ~ 1587년 음력 8월 11일)의 이야기이다.많은 일화를 남긴 일대의 문재(文才)요, 기재(奇才)인 백호(白湖) 임제(林悌=예조정랑·湖堂호당)다.그는 박상(朴祥), 임억령(林億齡), 임형수(林亨秀), 김인후(金麟厚), 양응정(梁應鼎), 박순(朴淳),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 고경명(髙敬命) 등 호남파(湖南派) 시인 가운데 백미(白眉)로 친다. 十五越溪女 / 십오월계녀 / 열다섯 아리따운 아가씨羞人無語別 / 수인무어별 / 남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헤어졌네歸來掩重門 / 귀래엄중문 / 돌아와 겹문을 꼭꼭 닫아걸고는泣向梨花月 / 읍향이화월 / 배꽃 같은 달을 향하여 흐느끼네. 이 유명한 "무어별(無語..

임진강(臨津江) 거북선

복원모형도, 파주시 현재의 임진나루 근처에서 거북선이 훈련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라 파주시는 거북선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파주시는 조선왕조 실록 기록에 나타난 거북선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보다 180년 이전에 제작된 것을 평화관광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9년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진강 거북선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태종편(태종 13년 2월, 1413년)에 ‘태종과 세자가 임진도(현 문산 임진나루)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선이 훈련하는 상황을 구경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태종실록 25권, 태종 13년 2월 5일 갑인 1번째 기사는 원문은 번역은 다음과 같다.○甲寅/次于通濟院南郊。 是朝, 命世子還朝, 世子固請從行, 上謂諸卿曰: "世子監國, 於禮得矣。 初欲令世子經宿而還, 今世子以不得扈駕..

충무공(忠武公) 정충신(鄭忠信)

이순신·김시민 장군처럼 시호가 충무(忠武)인 정충신(鄭忠信) 장군 이야기이다.조선 인조 때의 뛰어난 무장인 정충신의 출생담이나 임진왜란 때의 활약의 내용들이 ≪계서야담≫, ≪청구야담≫, ≪동야휘집≫, ≪해동야서(海東野書)≫ 등의 문헌에 실려 전한다. 정충신(鄭忠信, 1576년 ~ 1636년 6월 6일(음력 5월 4일))은 조선 중기의 무신이다. 본관은 하동(河東). 자는 가행(可行), 호는 만운(晩雲). 최초의 수군제독 고려의 명장 정지(鄭地)의 9대 손으로, 아버지는 전라도 광주 향청(鄕廳)의 좌수(座首:종사랑 정 9품계에 해당하는 수령 보좌직) 금천군(錦川君) 정윤(鄭綸)이며, 어머니는 전라도 나주의 노비 출신인 영천 이 씨(永川李氏)로 이인조(李仁祚)의 천출 소생 딸이다. 조선시대 노비의 신분 세습..

충선공(忠宣公) 문익점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려던 시점에 조선의 의복 문화와 상거래 관행에 변화를 일으킨, 문익점(文益漸=司議사의·提學제학·享丹城道川書院향단성도천서원·江城祠강성사·楮山書院저산서원·松秀書院송수서원, 1329년 2월 8일(충숙왕 16년) ~ 1400년 2월 8일(정종 2년), 향년 70세) 이야기이다. 진주 남강(南江) 상류 경남 산청군 신안면(新安面) 원터는 문익점을 모신 도천서원의 옛터라서 붙은 마을이름이고, 그곳에서 五(오)리 남짓 강 따라 올라가면 단성면(丹城面) 사월리(沙月里)에 이르는데, 이 마을의 속칭 효자리(孝子里)는 문익점의 효자정각(孝子旌閣)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이다.이 마을에는 문익점의 면화시배사적비(棉花始培寺跡碑)가 그 시배지에 서 있다. 그가 한국변방을 소란케 한 홍건적의 실황을 보고..

도넛(Doughnut) 이야기

도넛(영어: Doughnut, 미국: Donut으로 줄여 씀, 북한 문화어: 가락지빵)은 소맥분에 설탕, 버터, 계란 등을 혼합한 일종의 기름에 튀긴 과자 중 하나이다.도넛은 '밀가루 반죽'을 뜻하는 도우(dough)와 '견과류'를 뜻하는 넛(nut)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처음 도넛을 문헌에 등장시킨 사람은 미국의 소설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1783년 4월 3일 ~ 1859년 11월 28일) 이다.그는 '공처럼 생긴 밀가루 반죽을 돼지기름에 튀긴 달콤한 빵으로, 도넛 또는 올리코엑스라고 불리는 것들'이라고 했다.올리코엑은 네덜란드인이 즐겨 먹던 일종의 오일케이크를 말한다.사실 도넛이 미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고 있는 도넛은 실제 네덜란드 음식이다.도넛은 처음 영국 청교도인들이..

권위주의에의 고려적(高麗的) 저항

근대 서양정치사에서 로 표현되는 정치의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한 사조가 있었다.한국의 행정은 강자인 치자(治者)가 약자인 피치자에 군림하여 권력과 권위에 의한 강압성을 치리(治理)의 원천으로 삼아왔다.한국이도(吏道)와 관계(官階)의 엄한 법도는 이와 같은 치리(治理)로 해석이 된다.모든 제도가 관리의 권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강력히 편성되었고, 한국정치 발달사는 그 권위보장이 보다 많이 보장되는 과정의 표현이었다.민주주의 정치사상도 이 같은 권위주의 사상에의 저항이라고도 볼 수 있다.그리고 한국의 정치적 고질, 그리고 치자와 피치자의 상관관계의 부정적 가치의 모든 나쁜 요소도 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한데 이따금 이 권위주의 정치에 개별적인 저항을 했던 정치가를 발견할 수가 있고, 그 같은..

다산 정약용(丁若鏞) 이야기

신유박해 때 동복형 정약종(丁若鍾, 조선의 실학자이자, 가톨릭의 복자, 1760~1801)의 순교와 더불어, 또 다른 이복형 정약현(丁若鉉, 1751~1821)은 신지도(薪智島)에, 동복형 정약전(丁若銓=兵曹佐郞병조좌랑, 1758~1816)은 흑산도(黑山島)에,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강진(康津)에 유배되었다. 「여(與)함이여 마치 겨울에 냇물을 건너듯이, 유(猶)함이여 마치 너희 이웃을 두려워하듯이」라는 《도덕경(道德經)》의 글귀를 따라 '여유당(與猶堂)이라 호를 삼기도 한 정약용은, 경세치용(經世致用)의 대강 속에 그의 학문을 재구성한 유형원(柳馨遠), 이익(李瀷) 이래의 실학자였고, 또 그의 실학을 실천했던 정치가이기도 했다.곡산(谷山) 부사 때 유지와 겨를 써서, 얼음을 얼구어 여름..

왕의 호칭

고려 및 조선시대 한반도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왕의 호칭에 관해, 어떤 기준으로 ‘조(祖)’, ‘종(宗)’, ‘군(君)’을 쓰느냐는 것이다. '군'에 대해서는 그래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산군이나 광해군처럼 반정으로 폐위된 왕들은 왕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왕자 시절 호칭으로 불린다. '조'와 '종'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선의 왕 중 '조'의 칭호를 쓰는 왕 대부분은 후대에 추숭 되는 과정에서 '조'를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왕의 호칭은 사후에 종묘를 신주에 모시는 과정에서 왕의 업적을 한 글자로 표현하고, '조'와 '종'을 붙이고 묘호(廟號)라 하였다. 예를 들어 학문에 뛰어났다는 뜻의 문종(文宗), 어질었다는 뜻의 인종(仁宗), 효..

양명학(陽明學)의 대가 노수신(盧守愼)

이조초에만도 불학(佛學)을 하는 것이 그다지 죄스럽거나 천한 것은 아니었다.혁명의 방편으로 유교를 국교로 삼아 척불(斥佛) 정책을 썼던 것으로 여말 이조초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색(李穡), 권근(權近)처럼 유불(儒佛) 겸학들을 하였다.그 후 김종직(金宗直)이 창도 하여, 그의 제자들로 하여금 유교의 도학이 크게 밝아지고, 조광조 이후에는 우동마졸(牛童馬卒: 牛童은 소를 치는 아이란 뜻으로, 우동마졸이라 함은 비천한 일에 종사하는 이를 일컫는다) 까지도 불학하는 것을 천하게 알고, 수치로 여겼던 것이다. 이때 노수신(盧守愼=영의정·亭書院정서원)이 오랜 유배(명종 때 을사사화의 원인 제공과 양재역(良才驛) 벽서 사건이 겹쳐 가중처벌로 유배 귀양)에서 돌아와, 홀연히 선학(禪學)을 하여 당시 이율곡을 비롯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