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8

업(業)

업(業: karma, 갈마羯磨)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전세(前世)에 지은 소행 때문에 현세에서 받는 응보(應報)를 말한다.오늘의 행위가 내일의 삶을 결정하는 인자로 작용함을 말한다. 업(業)은 우리의 마음이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잔잔한 바다(참나)에 바람(마음의 갈등)이 불면 물결(번뇌)이 일듯이, 우리의 마음도 한 생각을 일으키고 동요하게 되면 번뇌가 생기는데, 이때 집착이 일면 번뇌의 마음이 굳어지고 이때 생겨나는 결정체가 업(業)이다. 이러한 번뇌와 업을 피하거나 소멸시키려면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여야 한다.항상 밝은 마음으로 자비행을 하고 수행정진함으로써 업장을 소멸시킬 수 있다.번뇌가 사라진 자리는 초연한 경지다.초연하다 함은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함을 뜻한다. 물..

나와 행복

연인이 돌아오면 행복하고,절친한 친구와 있으면 행복하며,복권이 당첨되면 행복하다.이것들은 밖으로부터 야기되는 것들이다. 연인은 돌아갈 수도 있고,친구는 적이 될 수도 있으며,복권의 당첨은 그때뿐이다.이것들은 항상 머물지 않으며 영원하지도 않다. 조금 아쉬운 듯 가져야 한다.절제의 미덕에 기반을 둔 검소한 생활 습관이 조화로운 삶을 이루고 건강한 삶을 이룬다.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면 될 수 있는 한 물건을 적게 사용하고 간소하게 지내야 한다.그것이 본질적인 삶이다.없어도 되는 것은 갖지 말자. 지복(至福 : Bliss) 또는 천복(天福)은 언제나 내 안에 꽉 차 있다.명상은 지복을 일깨운다.

큰 돌과 작은 돌

어느 날 두 여인이 한 노인을 찾아 가르침을 청했다. 노인이 두 여인의 과거를 묻자 첫 번째 여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커다란 죄를 지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 여인은 이렇다 말할 죄는 없노라 답했다.그러자 노인은 죄인이라 자청하는 여자에게는 저쪽의 커다란 돌을 들고 오라고 하고, 죄가 없다는 여인에게는 사방에 흩어진 잔돌을 한 아름 주워오라고 시켰다.두 여인이 돌을 들고 오자 노인은 다시 원래 그것들이 놓여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시켰다. 커다란 돌을 가져왔던 여인은 쉽사리 제자리에 두고 온 반면, 잔돌을 잔뜩 주워온 여인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도로 가져오고 말았다.노인은 그들에게 말했다."그것 보라. 죄는 그 돌과 같은 것이다. 큰 것은 기억할 수 있지만 작은 것들은 스스로도 기억 못 하고 ..

미련한 지혜

거지에게 보리쌀 한 줌 집어 준 것까지 헤아리고 있는 며느리는 박복하다는 말이 있다.가계에 치밀하고 타산성이 유난히 뛰어난 똑똑한 주부가 불행해지는 율이 높고, 또 그런 성향의 사람일수록 "우정지수(友情指數)"가 낮아 소외감(疎外感)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게으름의 묘미를 설파한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년 5월 4일 ~ 1895년 6월 29일)는 역시 미련한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특히 신(新)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날카로워지는 현대인의 정신생리를 위해 미련해질 수 있는 가치를 두고 연구들을 해놓고 있다. 필자가 국내 외국인들과 얘기할 때가 있었다.그 외국인은 자신이 자기 나라에서 있을 때,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한국인은 특..

고려시대 깡패 이야기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무리를 깡패라 한다.고려시대에는 악소(惡少)라 불린 깡패가 많았었다.조직깡패도 있었는데 이 조직깡패의 파워를 왕이나 세도가들이 이용하기까지도 하였다.이 고려조의 악소(惡少)에 관한 기록은 혼란했던 시대에 주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의 혼란과 깡패와는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음을 알 수가 있다. 高麗史) 정국검전(鄭國儉傳)>에 보면 정국검이 직접 이 악소들의 행패를 목격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그의 집은 개성 수정봉(水精峯) 아래 있어 음침하고 험한 산길을 더듬어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그 길목에서 맵시가 고운 부녀자들이, 달려드는 대여섯 명의 악소들에게 겁탈당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였다. 어느 하루 가사(袈裟)에 검은 베로 성장을 한 젊은 여인이 복면한 이..

안중근과 지바 도시치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암살당하자, 지바 도시치(千葉十七)라는일본 청년은 국가의 영웅을 죽인 '안중근(安重根, 1879년 9월 2일 ~ 1910년 3월 26일)'을 처단하리라 결심했다. 군인 청년은 만주로 가, 안중근의 헌병 간수가 되었고, 그를 볼 때마다 욕설을 퍼붓고 괴롭혔다.어느 날 안중근은 적개심이 가득 찬 청년의 눈빛을 조용히 응시하며 말했다."개인과 민족과 세계는 그 자체로 귀하고 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오. 하지만 당신의 영웅은 울타리를 파괴하고 해체한 사람이오.나는 세계평화를 위해 전범을 제거한 것뿐이외다."이 말은 지바 도시치의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안중근의 사람됨에 감동한 그는 그 뒤부터 꼬박꼬박안 의사라고 부르며 국적을 초월한 우정을 쌓아 나갔다.안중근은 ..

소기파(蘇起坡) 장군 이야기

조선왕조실록 중종 5년(1510) 4월 22일에 기록된 우리의 역사다. 조선 중기 성종 때부터 중종 때까지 활약한 인물로, 삼포왜란에서 크게 활약했던 '소기파(蘇起坡)'라는 무신인데, 본관은 진주(晋州)이며 한성부 판윤을 지낸 소효식(蘇效軾)의 차남이다. 그는 전투 후 아직 살아있는 왜적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서 그 쓸개를 안주로 삼았고, 얼굴과 손에 피를 바르기를 자약하게 하니, 사람들이 ‘소야차(蘇夜叉)’라 하였다. 불교에서는 악귀를 잡아먹는 무서운 귀신을 야차라고 하니, 왜군은 물론이거니와 조선 사람들마저 소기파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무예가 엄청 뛰어나서 삼포왜란의 1등 공신으로 뽑혔는데, 관료들이 보기에도 이 소기파가 껄끄러웠는지 1등 공신에서 빼자고 건의할 정도였다. 왜란 당시 공격을 받던 웅..

묘향산설화(妙香山說話)

깊은 산속에서 날이 저문다.나그네가 등불 켜진 외딴집에 찾아간다.예쁜 각시가 혼자 산다.그 각시와 정교(情交)를 한다.그런데 그 각시의 남편이 사냥에서 돌아온다. 이런 유형(類型)의 설화는 우리나라에 너무 흔하게 분포되어 있다.그런데 남편이 돌아온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의 연속(連續)은 채집(採集)된 지방에 따라 완연하게 다르다.기호지방(畿湖地方: 경기도 및 황해도 남부와 충청남도 북부 지방)에서는 침입자보다 불륜의 각시를 추방하고, 영남지방에서는 각시보다 침입자를 추방한다.한데 서북지방(西北地方: 서도(西道)와 북관(北關) 지방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서도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이르며, 북관은 함경도)에서는 오히려 이 침입자를 환대하고 그 대가로 물품을 얻어낸다. 기호지방의 전개에서 문화적인 자제(自制) 기..

식인 문화(食人 文化)

지구의 온난화와 더불어 휴가철 우리 바다 근해에도 청상아리가 나타나 사람을 위해하는 사고가 이따금 뉴스에 오른다.강한 포식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자와 호랑이, 아나콘다, 하마, 악어, 상어 등 이들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인간을 먹이로 보지 않고 위협을 느끼거나 자극을 받으면 공격할 수 있다.만물을 사냥할 수 있는 인간이 누려왔던 혜택을, 이들은 위협의 자극물로서 인간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미식가(美食家)나 특별식(特別食)으로의 지구상 먹거리 생물들에, 오히려 뒤늦은 인간들의 자제 또는 횡포로 규제하는 지나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체수가 많아지고 먹거리가 부족하게 되면, 서로가 먹고 먹히는 일도 자연의 세계에선 허다하다.생태적으로 동족이 동족을 먹는 생물도 많다.인간이 인육을..

어머니와 아들

보름달이 뜬 깊은 밤, 멀리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어머니를 등에 업은 아들은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뎠다.등에 업힌 어머니는 잠이 들었는지 아무 기척이 없었다.늙은 노인을 산에 갖다 버리라는 국법을 따르기는 하지만, 분하고 원통해서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산중턱을 지나자 얼마 전부터 눈여겨봐두었던 조그만 바위굴이 나왔다.아들은 그 안에 들어가 마른풀을 쌓은 한쪽에 어머니를 눕히고 작은 이불을 어깨를 덮어 드렸다.그러자 또 눈에서 눈물이 어른거렸다."얘야, 어서 돌아가거라. 밤이 깊었구나."어머니가 염려하며 나직이 말하자 아들은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어머니, 이틀에 한 번씩 양식을 가지고 들르겠으니 부디 몸조심하십시오.""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