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97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사랑이란 사랑이란 생각이다. 사랑이란 기다림이다. 사랑이란 기쁨 사랑이란 슬픔 사랑이란 벌 사랑이란 고통이다. 홀로 있기에 가슴 저려오는 고독, 사랑은 고통을 즐긴다. 그대의 머릿결 그대의 눈 그대의 미소는 누군가의 마음을 불태워 온몸을 흔들리게 한다. 꿈을 꾸듯 생각에 빠지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육체에, 영혼에, 삶에 그대들의 목숨까지 바친다. 그리고 둘이 다시 하나 될 때 아, 그대들은 한 쌍의 새처럼 노래한다. * * * * * * * * * * * * * * *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혼전성 스티븐(Stephen) Adeline Virginia Woolf, 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는 20세기 영국의 모더니즘 작가이다. 울프는 의식의 흐름 장르를 탄생시키고, 완성한 작가 중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홍진(紅塵)에 묻혀 우리는 너무나 홍진(紅塵)에 묻혀 산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있는 힘을 헛되이 탕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심금마저 버렸으니 이 누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혹은 두고두고 울부짖다 시들을 꽃포기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남남이다. 매사에 시큰둥하다. 신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단(異端)이나 되고 지고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위안이 되도록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볼 수 있고 트라이튼의 조가비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 * * * * * * * * * * * * *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 1770-1850)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며, 그의 시..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수선화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크나큰 무리 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잇따라 수선화는 호반의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 흥겨운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숫물도 옆에서 춤추었으나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을 건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이따금 하염없이 수심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에서 반짝이는 그들 내 마음은 차오르는 기쁨 속에서 수선화와 더..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무지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 * * * * * * * * * * * *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 1770-1850)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며, 그의 시집 (초판 1708, 개정판 1800)의 서문은 고전주의에 대한 낭만주의 선언으로 유명하다. 쉬운 언어로 감동을 전하려고 한 그에게는 자연을 솔직하게 노래한 작품이 많다. 무지개나 수선화나 뻐꾸기를 노래하고, 순진한 어린이와 노래하는 아가씨 및 풍경 등 얼핏 생각하기에 감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 듯한 것에 대해서 놀..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타락한 처녀 "아, 밀리어, 정말, 이런 일도 있구나! 시내에서 널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한데 이 멋진 옷과, 이런 화려함이 어디서 온 거니?" - "아, 넌 몰랐니, 내가 타락한 것을?" 그녀는 말했네. - "넌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신발도 양말도 없었잖아, 감자 캐고, 고들빼기 뽑는 데 지쳐 우릴 떠날 때는, 지금은 예쁜 팔찌에 고운 깃털을 세 개나 꽂았네!" - "그래, 우린 이렇게 입어, 타락했을 땐," 그녀는 말했네. - "시골 고향에 있을 땐, '니', '너', 그리고 '이거', '저거', '딴 거'라고 말하더니, 지금은 네가 말하는 것이 상류 사회 말투야!" - "타락하면 제법 세련되어져," 그녀는 말했네. - "그때는 네 손이 거칠었어, 얼굴은 윤기 없이 파랬고, 한데 이제는 네..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그가 죽인 남자 "그와 내가 단지 오래되고 허름한 술집에서 만났다면 우리는 함께 앉아 술을 마셨으리라 거리낌 없이 여러 잔의 술을! 하지만 보병으로 배치되어, 서로 얼굴을 노려보며, 난 그를 쏘았고, 그는 나를 쏘았네, 그리고 거기 있는 그를 죽였네. 난 그를 쏘아 죽였네, 왜냐하면 - 왜냐하면 그가 나의 적이었기 때문에 단지 그뿐이지, 물론 그는 나의 적이었어,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는 군인이 되겠다고 생각했겠지, 아마, 깊이 생각하지 않고 - 바로 나처럼 - 일자리를 잃고 - 가진 것도 팔았고 - 다른 이유는 없었을 거야. 그랬어, 전쟁이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거야! 넌 사람을 쏘아 죽이는 거야 만약 어느 술집에서 그를 만났더라면 술도 사고, 약간의 돈도 보태어 주었을 텐데." * * * * * ..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우연 만약 어떤 양심 깊은 신이 하늘에서 내게 소리쳐 웃으며 "너 괴로운 중생아, 네 슬픔이 내 환희임을, 네 사랑의 상실이 내 증오의 독임을 알라"라고 말한다면 그러면 나 그것을 견디리라, 이 악물고, 그리고 죽으리라 풀 길 없는 분에 강철같이 굳어진 마음으로 나보다 ‘더 강한 누군가’가 뜻하여 내가 흘릴 눈물을 주었음에 반쯤은 위로받겠지. 허나 그렇지 않아, 왜 기쁨이 학살되어 눕고, 씨 뿌린 것 중 최상의 희망은 꽃피지 않는 것인가? - 우둔한 기화(奇禍)가 태양과 비를 가로막고, 애꾸눈의 심판자들이 내 행로의 주위에 고통만큼 행복도 뿌렸으련만. * * * * * * * * * * * * * * *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1840년 6월 2일 ~ 1928년 1월 11일)는 영국의 소설..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만약 만약 네가 얼굴을 들 수 있다면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잃거나 그 사실로 비난받을 때; 만약 모든 사람들이 너를 의심할 때에도 네 스스로 진실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들의 지나친 의심조차 받아들이는: 만약 네가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의해 지치지 않는다면, 혹은, 거짓되거나 거짓들과 타협하지 않고, 또한 미움받은 것을 미워함으로 되돌려 주지 않고, 그러함에도 너무 착해 보이려거나 고지식하게 말하지 않고; 만약 네가 꿈꿀 수 있다면 – 그리고 꿈들을 네 주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만약 네가 생각할 수 있다면 – 그리고 생각들을 너의 목표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환희와 불행을 함께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두 사기꾼을 마찬가지로 여긴다면: 바보들을 속이려는 악당들에 의해 왜곡된, 혹은 네 삶을 바..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백인의 짐 백인의 짐을 져라. 너희가 기른 최선을 최전선에 보내라. 네 포로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너희 아들들을 보낼 지어다. 퍼드덕대는 사람들과 야생에 맞서 육중한 마구를 차려입으라. 네 불만투성이 표정의 갓 잡아들인 포로들, 반은 악마요, 반은 아이인 자들에게. 백인의 짐을 져라. 끈기 있는 인내로 공포의 위협을 덮어버린 채 긍지를 때맞춰 드러내면서. 공개적인 언설과 단순함으로 몇 번이라도 반복하라. 타인의 이득을 살피고 타인의 성과를 돕기 위해서. 백인의 짐을 져라. 평화의 야만적인 전쟁, 기근의 입을 채워주고 역병이 끝나도록 명하라. 그리하여 너희 꿈이 가까워질 때 타인을 위한 목표도 이뤄질 지니, 너희의 모든 희망을 없애버릴 나태와 이방인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백인의 짐을 져라. 왕들의 천박..

필립 아서 라킨(Philip Arthur Larkin)

장소들, 사랑하는 사람들 아니, 난 한 번도 찾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장소를 이곳이 내게 적당한 곳이야. 여기 머물러야겠어 나는; 또한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그 즉시 주고 싶은 사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름까지도 주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면 그게 증명인 듯해 우리가 선택권을 바라지 않는다는, 어디에 지을지, 아니면 누굴 사랑할지에 대해서 말이지; 그냥 데리고 가 달라는 거지 변경할 수 없게, 그러므로 우리 탓 아니라는 거지 설령 음이 따분해진단들 처녀가 멍청이 된단들. 하지만, 그들을 놓쳤으니,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거야 마치 우리가 장착했던 이유가 우리를 으깨어버렸다는 듯이, 사실은; 그리고 더 현명하지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는 게, 우리가 아직도 추적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