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나 가지가 목질화된 여러해살이 식물. 기본적으로 나무는 가지가 하늘을 향한다는 사실로 인해 상승지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희망과 성취를 의미한다. 또 나무는 그 잎이 생성과 성장, 소멸과 재생의 순환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순환적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 나무는 성인군자적 품성을 지닌 자연물로서 인간에게 다양한 교훈성을 주는 상징물의 하나다.
'그 가지 하나에도 너는 배우라.
어느 이웃 하나 다치지 않고
제 성실껏 푸르러이 뻗고 자라
새고 비고 바람이고
오는 이를 거절하지 않고
가는 이를 쫓지 아니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때 이르면
고요히 시들어 낙엽하는 그!
인류를 위하려는 그런 대망(大望)이 아니라
너의 아늑한 그늘로
네 둘레에 드리울 수 있는
한 그루 나무로 있기를 소망하라.'는 유치환의 시 (유치환, '나무',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p. 153)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여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는 位置(위치)! 좋은 우 아래!
아담의 슬픈 遺産(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年輪(연륜)으로 이스라엘의 二千年(이천년)을 헤였노라.
나의 存在(존재)는 宇宙(우주)의 한낱 焦燥(초조)한 汚染(오염)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聖血(성혈)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新約(신약)의 太陽(태양)을 한아름 안다. (정지용, '나무', "정지용전집", p. 109)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슬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박목월, '나무', "박목월시전집")
일찌기
이름을 버린
無名勇士(무명용사)나
無名聖人(무명성인)들 같은
나무들, 바위들
靑山(청산)에 살아
이름도 잊은 이들이
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
편안하여라
따뜻하여라 (김남조, '山산에 와서', "김남조시전집", p. 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