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나 가지가 목질화된 여러해살이 식물. 기본적으로 나무는 가지가 하늘을 향한다는 사실로 인해 상승지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희망과 성취를 의미한다. 또 나무는 그 잎이 생성과 성장, 소멸과 재생의 순환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순환적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 나무는 성인군자적 품성을 지닌 자연물로서 인간에게 다양한 교훈성을 주는 상징물의 하나다.
그 잎 뒤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부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정현종, '나무의 꿈', "사물의 꿈· 1", "한국 명시", p. 1799)
가지에 피는 꽃이란 꽃들은
나무가 하는 사랑의 練習(연습)
떨어질 꽃들 떨어지고
이제 푸르른 잎새마다 저렇듯이 퍼렇게 사랑이 물들었으나
나무는 깊숙히 침묵하기 마련이오
불다 마는 것이 바람이라
시시로 부는 바람에 나무의 마음은 아하 안타까워
차라리 나무는 벼락을 쳐 달라하오
체념 속에 자라는 나무는 자꾸 퍼렇게 자라나기만 하고
참새 재작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오후 (장서언, '나무', "사상계", 1959년 10월)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 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않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을! (정현종, '세상의 나무들', "한국대표시인선50· 하", p. 107)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푸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푸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푸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마는
푸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神(신)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푸라타나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窓(창)이 열린 길이다. (김현승, '푸라타나스', "김현승전집", p. 355)
나무는 항상
당당해서 나무다.
나무는 항상
순결해서 나무다.
바람과 햇빛과 흙으로 빚어진
영혼,
우리들, 나무. (오세영, '삶',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p. 64)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오세영, '나무처럼',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p. 63)
나무가 바람을 당긴다
이 끈을 놓아
이 끈을 놓아
끌려가는 자세로 오히려
나무가 바람을 끌어당길 때
사실 나무는 즐겁다
그 팽팽함이
바람에 놓여난듯
가벼운 흔들림
때론 고요한 정지
상처의 틈에 새잎 함께 재우며
나무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
슬며시 당겨 재우고 있다
세상 저편의 바람에게까지
팽팽한 끈 놓지 않고 (최정례, '나무가 바람을', "내 귓 속의 장대나무숲", p.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