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북유럽 24

폴란드: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한때 위대했던 것들은 한때 위대했던 것들은 이제 작아 보였다. 왕국들은 눈 덮인 청동색처럼 빛이 바래고 있었다. 한때 횡포를 부릴 수 있던 것들은 이제 더는 그러지 않는다. 별들은 운행하며 빛난다. 강가 풀밭에 엎드려서, 아주 오래전처럼, 나는 나무껍질 배를 띄운다. ​ * * * * * * * * * * * * * * What once was great What once was great, now appeared small. Kingdoms were fading like snow-covered bronze. What once could smite, now smites no more. Celestial earths roll on and shine. Stretched on the glass by the b..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한국 나란히 누워 있다. 적이든 아군이든 갈빗대 사이엔 풀이 돋고, 눈구멍으로는 빛나는 양귀비, 얼굴 찌푸린 녹슨 무기들. 이제 그들은 평화를 얻었다. 어디에 경계선이 그어질지 더 이상 줄다리기 하지 않는다., 옳은 쪽이 이기든 그른 쪽이 이기든. 각자의 경계를 두고 싸우던 시절의 이빨을 넘나들며 죽음의 비밀이 배회한다. 한국의 흙에서 나온 인골들이여, 협상 테이블 너머 그림자처럼 숨죽인 그대들을 본다, 계획된 행위 끝에 그대 형제인 죽임이 퇴적물로 쌓이는 그곳. 죽음은 말이 없고, 그저 정치가의 싸늘한 의식에 담긴 희미한 찌푸림일 뿐. 그대의 평결은 날인 찍히고 서명되어- 서류철로 던져진다 ​ * * * * * * * * * * * * * * *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인 울라브 하우게(Olav H. Ha..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어린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 저녁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ㅡ 바람과의 어울림도 ​ * * * * * * * * * * * * * * *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 울라브 하우게는 1908년 노르웨이 울빅에서 태어나 1994년까지 그곳에서 과수원 농부로 평생을 일하며 살았다. 고향 울빅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400여 편의 시를 쓰고 20..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태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 * * * * * * * * * * * * * * *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 노르웨이 울빅(Ulvi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았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정원사로 평생 일했다. 어릴 때 두 명의 형과 한 명의 누이를 차례로 잃었다. 5년 새에 세 명의 형제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또 정신병원에 여러 번 입원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그는 수많은 책을 읽었고 독학으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익혀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의 문학은 장..

노르웨이: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떠났다 마지막, 늦은 손님을 문 앞까지 우리는 배웅했다; 안녕 - 그리고 나머지는 밤바람이 삼키었다. 집, 정원, 길, 열 배로 우울하게 펼쳐진, 나에게 음악을 들려준, 말씨들이 상냥한 곳. 그건 축제였으나 밀려오는 어둠과 함께였고; 그녀는 손님이었으나 - 그래서 지금, 그녀는 떠났다. * * * * * * * * * * * * * * *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년 3월 20일 ~ 1906년 5월 23일)은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극작가 중의 하나로, 근대 시민극 및 현대의 현실주의극을 세우는 데 공헌하였다. 따라서 그를 "현대극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텔레마르크주 시엔에서 태어난 입센은 암흑 같은 소년시절을 보..

노르웨이: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솔베이지의 노래 그 겨울이 지나 봄은 가고 또 그렇게 봄은 가고 다시 여름날이 가면 그렇게 세월이 가네 세월이 흘러가네 나에게 돌아와요 당신은 내 사랑 당신은 내 사랑 당신을 애달프게 기다리는 나의 맹세 아 아 ~~~~ ​ 신이시여, 내님을 도와주소서, 태양을 볼 수 있을 때 태양을 볼 수 있을 때, 신이시여, 내님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내님은 무릎을 꿇고 빌고 있나이다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아, 나는 내님를 기다립니다 내님이 내 곁에 오실 때까지 내 곁에 오실 때까지, 그리고, 당신이 천상에서 날 기다리신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만나리 그곳에서 우리는 만나리 아 아 아 ~~~~ ​ * * * * * * * * * * * * * * *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의 위촉으로 작곡한 그리그 불후의 명작인 '페르..

덴마크: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천국으로 가는 시 삶의 끝에 서면 너희 또한 자신이 했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너희는 행복했는가? 다정했는가? 자상했는가? 남들을 보살피고 동정하고 이해했는가? 너그럽고 잘 베풀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했는가? 너희 영혼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영혼이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 * * * * * * * * * * * * * * 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 1813년 5월 5일, 덴마크-노르웨이 왕국 코펜하겐 ~ 1855년 11월 11일 덴마크 코펜하겐(향년 42세)]는 '쇠..

핀란드:발라

슬픔 나는 당신의 소중한 꽃이었습니다. 나는 저녁에 뚫어질 듯이 바라보며 사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 눈에 키스했습니다. 당신은 언덕 위에서 노래했습니다. '너는 사랑하는 것 이상이다'라고 그 가락이 틀렸음을 내 어찌 알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의 뱀 같은 마음을 내 어찌 알았겠습니까. 좋아요 어서 가셔요! 나는 내 어두운 마음을 밤의 숲에 던졌습니다. 오오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릅니다. 모든 나무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일찍이 내 행복의 새였던 그 이름을 말입니다. * 카트리 발라(Katri Vala : 1901-1940)는 핀란드의 여류 시인으로서, 가난과 병고의 역경 속에서 인생에 대한 정열과 불굴의 정신으로 뛰어난 서정시를 썼다. 이승재 / 눈동자

덴마크:라쿠르

너와의 한때 바람 거세게 부는 지상에서의 너와 지낸 한때 회색진 대지를 때리는 싸락눈과 검푸른 자취를 남기며 지나가는 피욜드와 바다새를 태우고 천천히 흔들리는 파도와 그리고 침묵, 그리고 네게라면 나는 언어 없이 나를 열 수가 있노라. 뿌리의 말없음이 대지 앞에 아무 것도 숨길 수 없듯. * 폴 라쿠르(Paul La Cour : 1902-1956)는 덴마크 예술파의 대표적 시인으로서, 작풍은 R.M.릴케의 영향을 받아 릴케의 철학적인 시풍에 가깝고, 초기의 회화적 · 인상적 시풍에서 후기의 실존적 시풍으로 나아간 점도 유사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침묵하고, 현대에 있어서의 시의 존재 양식은 어떤 것이어야 하겠는가에 관하여 사색하였다. 전후에는 사회파 시풍이 풍미하는 속에서 미적 · 실존적 입장을 지..

덴마크:요르겐센

열한 시 —엘레나에게 너는 해 지고 저녁 어두움 드리울 때 왔다. 하지만 두려워하지도 않고 나와 함께 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너는 알지 못했다. 네가 방황하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네가 알고 있던 것은 단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너는 성에 낀 창 곁에서 네 장소를 발견하였다. 나는 일찍이 혼자서 앉아 있었다. 이제 우리는 둘이서 거기 앉았다. 그리고 별들이 하늘에 켜지면 너는 볼 것이다. 빛나는 별들 전체를 우리 집 위에서. 그리고 지금 우리는 듣는다. 열한 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를 그리고 나는 안다 네가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갈 결심이라는 사실을. * 요하네스 요르겐센(Johnnes Jrgensen : 1866-1956)은 덴마크의 시인, 소설가이다. 그는 덴마크의 펜 섬에서 출생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