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60

소주(燒酒)

"포장집 안에는 퇴근길에 들러 간단하게 소주 몇 잔을 걸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화이트와인을 생선과 함께 먹듯이 단맛이 특징인 전통 증류 소주도 어패류와 잘 어울린다." '소주'는 '발효된 곡류나 고구마 등을 증류해서 만든 맑고 투명한 술'이다. 막걸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술이다. 쓴 소주와 기름진 삼겹살은 궁합도 좋고, 일상생활에서 서민들의 애환과 퇴근길 회사원들의 고단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한국의 소주(燒酒)는 전통적으로 쌀로 증류해 왔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부터 경제 성장기에 걸쳐 감자, 밀,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 등의 전분을 첨가한 소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소주는 원래는 증류식 소주만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1960년대에 쌀을 원료로 하는 주조가 금..

겨울로 가는 영혼

흐르는 곡은, 심진 스님 - 무상초 * * * * * * * * * * * * * * * 겨울로 가는 영혼                                     高巖 아름다운 세상을그려왔던 꿈,다 그리지도 못할 것 같아건전한 생각,튼튼한 정신바른 행동도세상을 보듬고 업고 사는 길힘들지등지고 살아 봐 장국밥 한 그릇으로하루를 맡기는 노동의 새벽은그래도 살아있음을 느끼고빈 논,허수아비가 걸친 옷이 더 새것이라빌려 입고 길 가오.

다문다문

'드문드문'의 여린 말. 배지 않고 사이사이가 조금씩 뜬 상태.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흰점이 백이고 배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산골 사람을 닮었다 (백석, '咸州詩抄함주시초', "백석시전집", P. 64) 마음 다문다문 밀어낸 옛 기억들이 나직이 길을 불러 오늘 가파른 골목 가득 햇살을 깔았다 (박태일, '용호농장· 4-후박나무', "약쑥 개쑥", p.45)

맥스 어만(Max Ehrmann)

기도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리라, 만약 절망의 어두운 시간이 날 덮치면,암울했던 다른 날에 날 위로했던 그 힘을 잊지 않게 하소서.​ 항상 기억하게 하소서, 조용한 언덕을 걷고, 고요한 강가에서 꿈꾸던어린 시절의 밝은 시간들을,내 가슴속에 빛이 빛나고, 변화하는 세월의 어떤 폭풍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겠다고 내 어린 마음속의 신에게 약속하였던 그때를.​ 불현듯 찾아오는 쓰라린 심정과 격렬한 감정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소서.가난과 부는 영혼에 속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 비록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 생각과 행동으로 항상 나 자신을 평온하게 유지하도록 하소서.​ 지상에서 눈을 높이 들어, 하늘 위 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나 자신이 규탄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

대가족주의(大家族主義)의 비정사(非情史)

경남 하동(河東) 옥종면(玉宗面) 종화골에서 안계골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다."가마고개"로 불린다.광해군 때 일이라 구전된다.남명(南冥) 조식(曺植)의 학통을 이어받은 종화골의 한 명문 집안에서 딸을 출가시키고자 가마행차를 하였다.공교롭게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학통을 이어받은 안계골의 한 명문 집안에서도 딸을 출가시키고자 가마행차를 하였다.이 양가는 수백년래 명문을 두고 다투어 왔으며 학통(學統)을 달리 한 것도 그 적대의식 때문이었다.이 적대문명의 가마가 하필이면 이 고갯마루에서 부딪치게 되었다.비록 좁은 고갯길이긴 하지만 가마가 못 비켜 갈이만큼 좁진 않았다.고개 아래는 낭떠러지로 남강(南江)의 지류(支流)인 덕천강(德川江)이 흐르고 있고―. 어느 한쪽의 가마가 비켜주거나 비켜가기만 하면 아무 일..

하늘길

하늘에 난 길. 또는 하늘로 난 길. 영원에 이르는 길.  재를 뚫고 날아가는 자취 없는 새여너의 발자국들을 하늘에 찍고너의 깃털들을 하늘길에 놓아다오 (최승호, '모습 없는 새', "회저의 밤", p. 22) 어디쯤 갔는가, 그대의 하늘길거기서는 눈부시게 물결치며 오는 날을 한눈으로볼 수 있는가 (양성우, '그대의 하늘길', "그대의 하늘길", p. 9)

반영(反影)

흐르는 곡은, Jeane Manson & C'Delagrange - Les Larmes Aux Yeux(흘러내리는 눈물) * * * * * * * * * * * * * * * 반영(反影)                                                           高巖지나온 시간은 행복만 보이는 것 같다.기억의 갈피마다 행복한 시절이 잉태되어 있고,고만고만한 밝음들이 출렁이고 있다. 저 수면에 반사되는 빛은 어두움의 원류인가.오래 전의 아름다움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거짓 표정은 아니지만 뭔가 굴절되어 있는진지하지 못한 어설픈 표정... 사라졌던 날들이 신기루처럼 다가온다.시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추억들이조각조각 내 몸에 박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