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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황이다

"오를 줄 알고 너도 나도 잔뜩 심은 배추들이 풍년이 되어, 운송비도 못 건져. 올 배추 농사는 말짱 황이 되어 버렸어." '황(巟)'이라는 말은, '노름에서 짝이 맞지 아니하는 골패의 짝'을 말한다. '어떤 일을 이루는 데에 부합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한자인 '망할 황(巟)'을 어원으로 추측하고 있다. 관용어구로 '말짱 황'과 같이 쓰이며, 투전이나 도리 짓고 땡에서는 집을 짓지 못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꽝(제비 뽑기에서 당첨 안 된 것)'의 어원이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캐나다:울리히 샤퍼(Ulrich schaffer)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하루는 한 생애의 축소판,아침에 눈을 뜨면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피로한 몸을 뉘어 잠자리에 들면또 하나의 생애가 끝납니다. 만일 우리가 단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나는 당신에게 투정 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당신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할 겁니다.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불평하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아무도 미워하지 않고모두 사랑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나는 당신만을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도 버리지 못할 그리움그 엄청난 고통이 두려워당신의 등 뒤에서 그저 울고만 있을 겁니다.바보처럼. * * * * * * * * * * * * * * * *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오늘 하루가 없다면 인생..

무작개의 저항과 반호주의(反胡主義)

한말(韓末)에 되소금[胡鹽:호염]이라 하여, 청나라에서 밀수되는 식염이 나라안에 꽤 나돌았다.재래염보다 한결 짜고 아울러 부피가 작기 때문에 소금이 소중한 산골사람들에게는 십상이어서 소금장수들은 살 판이 난 것이다. 그런데 춘천서 양구로 가는 소금길만은 이 되소금장수가 오갈 수 없었다.소양강 건너 마작산(麻作山) 줄기의 뜨내리재 부침치(浮沈峙)를 넘어야 하는데, 이 되소금 짐을 지고 넘어가노라면, 뜨내리재가 떴다 내렸다 들쑥날쑥하여 소금짐을 뒤엎어놓고 만다고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만약 호인(胡人)이 이 재를 넘는다면, 그 뜨내리의 조화 때문에, 머리가 돌아 발광하고 만다고도 구전되어 왔다. 그러기에 되소금이건 청인이건 호(胡)와 관계된 것이면 이 가까운 뜨내리재로 가질 못하고 두곱이나 더 먼 낭천..

기린아(麒麟兒)

"그 선수는 중학생 때부터 야구계의 기린아로 평가를 받았다.""그는 한국 문단의 기린아다." '기린아(麒麟兒)'는 '재주나 지혜가 아주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사람'을 말한다.  기린(麒麟)은 성인(聖人)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짐승이다. 기린은 살아 있는 풀은 밟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은 먹지 않는 어진 짐승으로 매우 상서로운 동물이다.  요즘은 '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난 촉망받는 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유망주, 기대주 등의 뜻으로 쓴다.

마크 스트랜드(Mark Strand)

그대로 두기 위하여 초원에서나는 초원의 부재다.언제나 이런 식이다.어디를 가건나는 무언가의 사라짐이다. 내가 걸을 때는공기를 갈라놓는다.그리고 그럴 때마다공기가 움직인다.내 몸이 지나간 자리를메우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데는저마다 이유가 있다.나는 무언가를 그대로 두기 위해움직인다. * * * * * * * * * * * * * * * * 마크 스트랜드(Mark Strand, 1934년 4월 11일 ~ 2014년 11월 29일, 향년 80세)는 캐나다 태생의 미국 시인, 수필가, 번역가이다.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미국과 남미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았다. 10여 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중 (Blizzard of One)은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주요 시집으로 (Dark 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