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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거리다

'나발거리다'는 동사로 '입을 가볍게 함부로 자꾸 놀리다'라는 뜻이다.규범 표기는 '나불거리다'이다.  '나발'은 쇠붙이로 만든 긴 대롱처럼 생긴 옛 관악기의 하나로, 위는 가늘고 끝이 퍼진 모양이다.군중(軍中)에서 호령이나 신호를 하는 데 주로 썼다. 원래는 '나팔'에서 온 말로,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팔'이라는 악기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물건이다. 나발의 소리가 크고 시끄럽다고 해서 흔히 '마구 떠벌리는, 객쩍거나 당치도 않은 소리'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구경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다'의 '나발'이 그런 경우이며, 더 나아가 '개나발'이라는 속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이처럼 '나발거리다'는 나발을 부는 것처럼 수다스럽게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후스(胡适, 胡適)

나의 아이 나는 아이가 필요 없었네 그러나 아이 스스로 왔네 나의 후손 안 갖기의 간판은 이제 내걸 수가 없게 되었네 나무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우연히 열매가 맺듯, 그 열매는 너고, 그 나무는 바로 나 나무가 본디 열매 맺을 생각이 없었듯이, 나 역시 너에게 베푼 건 아니다 그러나 너는 이미 태어났다 그러니 나는 너를 먹이고 가르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람의 도리로서의 의무일 뿐 너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훗날 네가 다 커서, 내가 어떻게 아이를 가르쳤는가를, 잊지 말라 나는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 * * * * * * * * * * * * * * * 우리는 역사적 인물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아는 것은 그저 단편적이거나 공적 모습인 경..

가을 기도

흐르는 곡은, 방미 - 올가을엔 사랑할거야 * * * * * * * * * * * * * * *       가을 기도                                     古巖 눈물 같은 땀인지땀 같은 눈물인지범벅되어 여름을 달려왔습니다식은 등어리가 시립니다메말랐던 가슴 한 구석에 소금만 하얗게 남습니다버걱대던 아픔이 말씀되어 솟구칩니다 겸손한 기도가 필요한 지금내 조그마한 마음에 넉넉함을 부어 주소서너무 꽉꽉 채워온 것 같은 지난날알뜰하게 챙겨 가져온 것이죄스러워짐을 어찌 하오리까 손해 보지 않으려고 타인의 몫까지 담지는 않았는지내 짐 무겁다고 남에게 더 얹지는 않았는지무섭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두리 뭉실약간 모자란 듯반듯한 삶보다 빈 듯한 삶 살아가게 하소서이 가을에.

부처의 유골, 유물을 안치하고 공양하기 위해 세운 좁고 높은 건축물. 후에는 덕을 기리기 위해 쌓은 것을 두루 일컬음. 탑은 불가에서 부처의 몸을 닮았다고 해서 탑자체가 불신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불교의 진리를 나타내고 믿음의 표징이 되기도 한다. 시에서 탑은 기원과 정성, 그리고 경건과 숭배 및 소망과 믿음의 상징으로 흔히 사용된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그렇게 많은 돌덩이들이 쌓여 있음에나는 정말 몰랐다그 탑을 보기 전에는 (김영석, '탑을 보기 전에는', "썩지 않는 슬픔", p. 28) 너의 웃음이 보고 싶다. 희게 바랜 내 마음에 박히는, 너의 희게 바랜 치아. 네가 탑이라면, 그 탑을 떠받치고 있는 누런 땅이라면, 오래전에, 희게 바랜 탑을 물이끼 위로 솟은 현호색꽃과 함께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

마지기

"논 몇 마지기, 밭 몇 마지기"처럼, "마지기"는 농촌에서 '농토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로서 쓰이고 있다. 그저 논밭 넓이의 단위려니 생각한다. "몇 섬지기"라는 말이 있어서, "마지기"는 "마"와 "지기"로 분석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기"는 "농사를 짓는다"는 말의 "지기"일까?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지기"가 아니고 "짓기"이겠지만,"지기"는 옛말로 "디기"였다. 곧 "떨어진다"는 뜻의 "디다"의 명사형이다. 그러니까 "마지기"는 "말 + 디기"가 되어 "말디기"가 되고 "ㄷ" 앞에서 "ㄹ" 이 떨어져서 "마디기"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가 되어 "마지기"가 된 것이다. 즉 "한 말이 떨어질 수 있는 땅" 즉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마지기"라고 한 것이다. 이..

아도(啞陶)

조선 건국 시 이태조가 정도전을 시켜 만든 주먹만 한 질그릇. 입은 찢어져 있고 눈은 감겨 있는 얼굴 모양으로, 이 그릇을 지식인의 대문간에 하룻밤 새 100개씩 쌓아 놓으면 '말조심'하라는 경고의 뜻과 함께 요시찰 인물임을 암시했다. 그래도 입이 험하거나 빳빳하면 끌어다가 고문을 가했다고 함.  아도란 무엇이냐질그릇이다.인사동 골짜기의 고물상 같은 데 가서 만나보면입은 기다랗게 찢겨져 있고 두 귀는 둥글게구멍이 패어 있는입이 있어도 벙어리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못생긴 우리네의 질그릇이다. (송수권, '啞陶아도', "지리산 뻐꾹새", p. 97)

콘래드 포터 에이컨(Conrad Potter Aiken)

말다툼 갑자기, 말다툼 후에,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낙담하여,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눈꺼풀, 손가락 하나 꿈쩍 않고, 둘 다 절망하여, 하지만 서로를 갈라놓은 말을 도로 주워 담을 불가능한 희망을 품으며, ​ 우리 주위에 방 안의 침묵이 깊어지고, 깊어지며,우리 각자가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어떻게, 나뭇잎 떨어지는 작은 소리처럼, 어둠이 내렸고,그리고 두 연인이 다투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침묵 속에서, 내가 너의 깊은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있을 동안 - 아, 슬프게도 - 너의 비극적 아름다움이여,마치 창백한 꽃이 분별없는 참새에 의해 꺾이듯이 상처 입은 -가엾게 여겨지고, 사랑받고, 그리고 이제 버림받은 아름다움이여,  바로 그때이네, 어둠이 가장 짙게 드리우는 그 순간, -믿음이 희망과 함께 사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