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8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

이름들(Names) 어제, 난 손바닥처럼 펼쳐진 밤중에 깨어 있었네.가벼운 비가, 바람도 없는데, 슬며시 들어왔고,창문이 은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을 때,난 A부터 시작하였네, 애커먼(Ackerman)으로,그러곤 백스터(Baxter)와 컬래브로(Calabro),데이비스(Davis)와 에벌링(Eberling), 빗방울이어둠 속에 떨어지듯이, 이름들이 자리를 잡네.밤의 지붕 위에 인쇄된 이름들.굽은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이름들.강둑의 26그루의 버드나무들.아침에, 난 맨발로 걸었네수천 송이의 꽃 속을눈물방울 같은 이슬에 젖어 무거운,그 각각은 이름을 가졌네 -노란 꽃잎에 새겨진 피오리(Fiori),곤잘레스(Gonzalez)와 한(Han), 이시카와(Ishikawa)와 젠킨스(Jenkins).허공에 쓰이고그..

동냥의 어원

'동냥'은 "거지나 동냥아치들이 돌아다니며 구걸함", 또는 "수행 중인 승려가 시주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 "애걸하여 빌어서 얻는 일"이라고 사전에 뜻풀이가 되어 있다.  이 말은 한자어 '동령(動鈴)'에서 온 말이다.원래 불가에서 법요(法要)를 행할 때 놋쇠로 만든 방울인 요령을 흔드는데 이것을 '동령'이라고 했다.그러다가 중이 쌀 같은 것을 얻으려고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문전에서 방울을 흔들기도 했다.지금은 방울대신 목탁을 두드리지만 '동냥'이라는 말은 이렇듯 중이 집집마다 곡식을 얻으러 다니던 데서 비롯한 말이다. 한편 '가을 중 싸대 듯'이라는 말이 있다.이 말은 가을이 되면 농민들이 곡식을 수확하게 되고, 그러면 중들은 때맞춰 시주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 데서, 여기저기 ..

내시(內侍)이야기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조선시대 내시  내시(內侍)는 고려 시대, 조선시대 임금의 시중을 들거나 숙직 등의 일을 맡아보던 관원을 말한다. 또, 거세당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내시는 임금을 곁에서 모시는 일종의 비서로 경호나 잡일을 해 주는 역할이었다.그 특성상 높은 품계를 받긴 어려웠으나 실권자와 친밀하여 권력이 강할 수도 있었고, 내시 생활을 끝내며 중신으로 옮겨오는 사례도 많았다.'환관(宦官)'과는 다르지만, 중화권에선 환관이 내시를 맡는 경우가 제법 흔한 편이었고, 한국에서도 조선시대의 영향으로 '환관=내시'로 통하기도 한다. "좋은 환관(宦官)"이란, 학문과 행정 능력이 있고 없음을 가지고,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그런 능력, 학문 등은 좋은 환관이..

몽골: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순진한 믿음 별들 사이 빈 공간에별이 있다고 난 믿는다순환하는 큰 고통의 틈새에행복이 있다고 난 믿는다내 순진한 믿음은비 온 뒤에 무지개가 뜨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어둠 뒤에 빛이 밝아 오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큰 눈물 뒤에 웃음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내 순진한 믿음은큰 웃음 뒤에 눈물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 * * * * * * * * * * * * * * * 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몽골: Бавуугийн Лхагвасүрэн, 1944년 11월 25일 ~ 2019년 2월 5일 울란바토르)은 몽골의 시인이자 작가이다.풀들을 울리며 부는 바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

탐조등

먼 곳에 있는 목적물을 비추기 위한 조명등. 탐조등 불빛이 염전을 물들이듯 부옇게한 장 쓰레기의 엽서가 마음을 물들인다 (이가림, '深夜放送심야방송', "빙하기", p. 16) 연탄 조각으로 전쟁놀이를 하면서 나는 주변을 점령해 나갔다. 주민들은 끊임없이 밧줄을 던진다. 탐조등이 깜빡이고 담 밑으로 무수한 탄피가 떨어졌다. 쓰러지는 이국어. 수갑에 채여서 많은 나라가 오고갔다. (박덕규, '데탕트 '80', "아름다운 사냥", p. 12)

쥘 르나르(Jules Renard)

인생은 아름다워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눈이 보인다.귀가 들린다.몸이 움직인다.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맙다!인생은 아름다워 * * * * * * * * * * * * * * *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년 2월 22일 ~ 1910년 5월 22일, 프랑스 출생)는 프랑스의 소설가·극작가이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하고도 친숙한 작가로 기억되는 쥘 르나르는 프랑스 중부의 샬롱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낸 그는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쓴 명작 '홍당무'를 1894년에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르나르는 플로베르와 모파상 등의 자연주의 소설에 심취했으며, 빅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