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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기행(丹楓 紀行)

흐르는 곡은, Louis Prima - I Want Some Lovin * * * * * * * * * * * * * * *단풍 기행(丹楓 紀行)                                                                         高巖 단풍빛 쏟아지는 숲하늘을 하냥 뒹굴고 왔습니다. 숲의 단풍도 가을 아래서는 별이었고 꽃이었습니다. 꽃숲의 바람은 노래였고 흩날리는 별잎은 춤이었습니다. 단풍 든 이 마음은 출렁이는 바다였습니다.

벙어리 그릇 아도(啞陶)

이제는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지금도 서울 원주민의 집이나 인사동 도기 파는 곳에서, 주먹만 한 "아도(啞陶)"라는 질그릇을 가지고 있는 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저금통 모양의 구형(球形)인, 이 질그릇 언저리는  "아도구(啞陶口)"라 하여, 저금통의 전구(錢口)처럼 기다랗게 입이 찢겨 있고, "아도귀(啞陶耳)"라 하여 양쪽에 구멍이 뚫어져 있다.즉 귀인 셈이다. 며느리가 말대꾸를 잘한다든지 입심이 좋고 하면, 그것이 못마땅한 시어머니는 이 아도를 며느리에게 던져 줌으로써 무언의 훈계를 하였고, 또 구설수로 화를 당하면 아도 100개를 사서 문간에 쌓아놓기도 하였다.입이 있되 말을 말고, 귀가 있되 듣지 않는 무간섭 안일주의의 상징으로서, 또한 가정교육의 귀감으로 삼았던 질그릇이다.특히 사화(士禍)가 심..

창피(猖披)하다

"너는 동생하고 싸우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니?""약간 창피한 얘기지만 벌써 나는 가슴이 와들와들 떨리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창피(猖披)'는 명사로,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 또는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한다. '창피(猖披)'는 본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단정하지 못하게 흩트린 모습'을 가리키던 말로, 중국 전국 시대의 문필가 굴원(屈原)이 쓴 '이소경(離騷經)'에 나오는 '어찌 걸(桀)과 주(紂)는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흩뜨린 채, 다만 궁색한 걸음으로 지름길을 찾았는가(何桀紂之猖披兮 夫唯捷徑以窘步)'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이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 품위와 체통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나타낸 ..

에이프릴 린드너(April Lindner)

첫 입맞춤 이빨끼리의, 혀와 입술끼리의 이 부딪힘,눈 가린 채 낯선 방에서문을 찾아 더듬는 것과 같다.데이트 네 번 만에 남자는 여자를안다고 상상하고, 둘은 제대로웃으려고, 눈을 맞추려고 애를 쓴다.여자는 적어도 이 긴 첫 입맞춤이자기가 맞닥뜨려야 할 순간을 뒤로 미룬다고 생각한다.네 면의 하얀 벽, 부엌 식탁,거기에 놓인 마른 꽃잎과 육두구 껍질 담긴 그릇,산뜻한 꽃 한 송이 꽂혀 있는 산뜻한 노란 꽃병,전화자동응답기의 핏발 선 외눈. * * * * * * * * * * * * * * * First Kiss This collision of teeth, of tongues and lips,is like feeling for the doorin a strange room, blindfolded.He ima..

껍질

흐르는 곡은, Bahr - Question of Color * * * * * * * * * * * * * * *  껍질 - 양파를 벗기면서 -                                            高巖화사한 화장의 무늬 뒤로탱탱한 청춘의 볼 속으로허연 이를 드러낸 예쁜 해골 겉을 보고 속을 어이 알 수 있겠소. 발가벗은 여인 향해어둠 속에서 일어서는 몸들이여!욕념(欲念)을 채우고서 허물어지는 껍질이여!겉보기가 속보기가 되고,속 알기가 겉핥기가 되고,알이 빠져나가고속을 잃어버렸는데무엇이 겉이요.무엇이 속이요.몸이 마음이고 마음이 몸인데. 달은 빛을 빌려 빛나고세상은 눈을 뜨고도 꿈을 꾸네.껍데기속의 껍데기그 아찔한 허망(虛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