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남산(南山)

"경주 남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만월이 가까워지자 아내의 배는 남산만 해졌다." 애국가의 가사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가사가 나온다. 서울의 '남산'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서울의 남산은 신 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목멱산(木覓山)은 도성의 남산인데 인경산(引慶山)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남산'은 '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일반화된 이름이고, 고유명은 '목멱산', '인경산'이었음을 알 수 있다.그 밖에 남산을 우리말로는 '마뫼'라고도 불렀는데, 한글학자 문일평은 '마'는 남쪽을 뜻하는 우리말이고, '뫼'는 산을 뜻하는 순우리말로써 '마뫼'는 우리 고어로 '남산'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고, '목..

바람맞다

"철수는 슬기에게 바람맞고 의기소침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할아버지는 바람맞아 자리에 누우셨다." 자동사로 쓰이는 "바람맞다"라는 말은, 원래  중풍에 걸렸다는 것을 뜻한다. '중풍(中風)'의 '풍(風)'이 바람을 뜻하는 한자말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그런데 중풍에 걸리면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비참한 모습이 된다. 그래서 '남에게 속거나 약속이 어그러졌을 때'의 손해나 허탈감을 중풍에 연결시켜서 "바람맞았다"라고 하게 된 것이다.

마(魔)가 끼다

"올해는 나한테 마가 끼었는지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했다." '마(魔)'는 불교용어인 '마라(mara)'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마라'는 '장애물', '훼방 놓는 것'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이다. 원래는 '마음을 산란케 하여 수도를 방해하고, 해를 끼치는 귀신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용어였다.현재는 '일이 안 되도록 훼방을 놓는 요사스러운 방해물'을 '마(魔)'라고 하며, 때로는 '마귀나 귀신'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가 낀다'는 말은, '일의 진행 중에 나쁜 운이나 훼방거리가 끼어들어서, 일이 안 되는 쪽으로 상황이 기우는 것'을 말한다.

트집 잡다

"우리 남편은 공연한 일에도 트집을 잡으려 한다.""아내는 음식을 만드는 데 타고난 손방이니 새삼 해장국 솜씨를 트집 잡을 이유가 없었다." '트집'은 '공연히 남의 조그만 흠집을 들추어 불평을 하거나 말썽을 부림', 또는 '마땅히 붙어서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일의 벌어진 틈'을 뜻하는 말이다.따라서 '트집 잡다'라는 말은, '공연히 조그마한 흠집을 잡아 말썽이나 불평을 하다'의 뜻이다.원래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한데 뭉쳐야 할 일이 벌어진 틈'을 일컫던 '트집'이라는 말이 점차 그 뜻으로 번져 쓰인 것이다.

다람쥐

다람쥐는 북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북동부에서 사는 설치류의 속들의 총칭이다. 등에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원은 'ᄃᆞᄅᆞᆷ+쥐'로, 'ᄃᆞᄅᆞᆷ'은 '달리다(走주)'라는 뜻인 'ᄃᆞᆮ다'의 명사형이다. 재빠르게 잘 달리는 쥐라는 뜻인데, 현대국어식으로 바꾸면 '달림쥐' 또는 '달리기쥐'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람쥐'는 'ᄃᆞᄅᆞᆷ쥐'라는 형태로 18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ᄃᆞᄅᆞᆷ쥐(豆鼠두서) (18세기), 다ᄅᆞᆷ쥐(鼯오) , , , 등에 수록되어 있다.그리고 ‘다ᄅᆞᆷ쥐’나 오늘날의 형태인 ‘다람쥐’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이후이다. '손금 없는 사람'(하도 손바닥을 비벼대서 손금이 다 닳아 없어진 사람, 즉 아부하는 사람)이란 표현이 '다람쥐 같은 놈'(다람쥐가 뒷다리로 서서..

사명당 사첫방

'매우 추운 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흔히 사명대사라고 하는, 사명당은 조선 선조 때의 유명한 승려로, 임진왜란 당시 사명당의 활약을 과장한 많은 일화들이 전해져 온다. 그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유명하다.사명당이 일본과 강화를 하기 위해 일본에게 건너갔는데, 그때 왜왕이 사명당을 태워 죽이려고 구리로 집을 지어 그 속에 가두고 사면에서 불을 피웠다. 그러나 사명당은 사벽(四壁)에 서리 상(霜) 자를 써 붙이고, 방석 밑에 얼음 빙(氷) 자를 써 놓은 다음, 팔만대장경을 외우니 방이 타기는커녕 방안에 얼음이 얼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이러한 이야기로부터 몹시 추운 방을 가리켜 '사명당 사첫방'이라고 하게 되었다. 사첫방의 '사처'는 '하처(下處)'가 변해서 된 말로, 점잖은 손님이 객지에..

나발거리다

'나발거리다'는 동사로 '입을 가볍게 함부로 자꾸 놀리다'라는 뜻이다.규범 표기는 '나불거리다'이다.  '나발'은 쇠붙이로 만든 긴 대롱처럼 생긴 옛 관악기의 하나로, 위는 가늘고 끝이 퍼진 모양이다.군중(軍中)에서 호령이나 신호를 하는 데 주로 썼다. 원래는 '나팔'에서 온 말로,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팔'이라는 악기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물건이다. 나발의 소리가 크고 시끄럽다고 해서 흔히 '마구 떠벌리는, 객쩍거나 당치도 않은 소리'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구경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다'의 '나발'이 그런 경우이며, 더 나아가 '개나발'이라는 속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이처럼 '나발거리다'는 나발을 부는 것처럼 수다스럽게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마지기

"논 몇 마지기, 밭 몇 마지기"처럼, "마지기"는 농촌에서 '농토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로서 쓰이고 있다. 그저 논밭 넓이의 단위려니 생각한다. "몇 섬지기"라는 말이 있어서, "마지기"는 "마"와 "지기"로 분석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기"는 "농사를 짓는다"는 말의 "지기"일까?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지기"가 아니고 "짓기"이겠지만,"지기"는 옛말로 "디기"였다. 곧 "떨어진다"는 뜻의 "디다"의 명사형이다. 그러니까 "마지기"는 "말 + 디기"가 되어 "말디기"가 되고 "ㄷ" 앞에서 "ㄹ" 이 떨어져서 "마디기"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가 되어 "마지기"가 된 것이다. 즉 "한 말이 떨어질 수 있는 땅" 즉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마지기"라고 한 것이다. 이..

맙소사

"이런 맙소사, 세상에 이런 일을 다 보네.""맙소사, 이게 웬 날벼락이야." '맙소사'는 감탄사로, '기막힌 일을 보거나 직접 당했을 때 내는 말'이다.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수입형 감탄사를 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이 말을 우리말로는 '어머나, 어머', '어라', '아이고 저런', '맙소사', '하느님 맙소사' 등으로 쓸 수 있는데 말이다. ‘맙소사’는, ‘맙-+-소사’나 ‘마 -+-ㅂ소사’ 중에 하나일 텐데, ‘-소사’와 같은 어미는 없고, ‘-ㅂ소사’는 ‘줍소사, 오십소사’ 등에서처럼 쓰이어 결국 ‘마-+-ㅂ소사’로 분석될 것 같다. ‘마-’는 ‘-ㅂ소사’와 통합되는 것이니까 동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마다’라는 동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없다. 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