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67

학을 떼다

"나는 학창 시절에 수학이라면 거의 학을 뗐다.""그녀는 이제 남자라면 학을 뗀다."  '학을 떼다'는 '(사람이 어떤 일에)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느라 진이 빠지거나 질리게 되다.'의 뜻이다. 말라리아를 한자어로 `학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을 떼다`는 `학질을 떼다`, 즉 `학질을 고치다`에서 나온 말이다. 학질은 흔히 열이 많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자연히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곤경에 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학질 : 학질모기가 매개는 말라리아 원충의 혈구 내(血球內) 기생에 의한 전염병으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고열이 나는 특징이 있어 3일열, 4일열 및 가장 악성인 열대열 등으로 구분한다. 특수한 열과 적혈구의 파괴로 빈혈 및 황달을 일으키는 수가 많다.

날카롭다

"송곳이 날카롭다."(끝이나 모가 뾰족하거나 날이 서 있다.)"눈매가 날카롭다."(생김새가 눈에 띄게 뚜렷하다.)"분석력이 날카롭다."(힘 혹은 상태가 생생하다.) 이렇게 표현되는 '날카롭다'의 옛말은 '날칼업다'이다.'날칼'은 날이 선 칼이라는 뜻이고, '업'은 접미사이다.그것이 연음 되어 '날카롭다'로 변한 것이다.오늘날, 칼이 잘 들게 날이 잘 서 있다는 본뜻 외에도 어떤 일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성격적인 특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가위

'한가위'는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로, 추석,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중추(中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 가윗날 등으로 불린다.‘한가위’란 말은 ‘크다’는 뜻을 가진 ‘한’과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가위’란 한 달의 가운데, 즉 ‘보름’이란 뜻이니 한가위란 ‘큰 보름’이란 뜻이다. 보름 중에서도 큰 보름이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농사일을 시작할 때 치르는 ‘정월 대보름’이고 또 하나가 농사일을 거두는 때인 ‘팔월대보름’, 즉 ‘추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곡식을 거둔 다음 그 풍요로움을 기리는 한가위를 가장 큰 보름으로 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그 당시 한가위를 기쁨과 잔치의 날로서 맞이했던 기록이 보인다.왕녀(王女)가 여공(女功)을 장려하기..

아낙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칠갑산'의 가사 중, '아낙네야'를 '여편네야'로 바꾸면 이 노래의 맛은 어떻게 변할까? '아낙네'나 '여편네'나 모두 '부녀자'를 가리키는 것 같지만 그 뜻은 사뭇 다르다. '여편네'를 '결혼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하면, '아낙네'는 '남의 집 부녀자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것이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다.'여편네'가 '여편'과 '네'로 분석되듯이 '아낙네'는 우선 '아낙'과 '네'로 분석될 수 있다. '아낙네'와 거의 같은 뜻으로 '네'가 붙지 않은 '아낙'이 독립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아낙'은 더 이상 분석될 수 없을까? '아낙'과 의미상 연관이 있는 '아내'가 원래 '안해'였고, 이것은 '안'과 '해'로 분석..

단골집

" 그는 매일 가던 단골집을 오늘은 그냥 지나쳤다."" 내 거래처들은 대부분 오래된 단골집이라 쉽게 다른 곳으로 바꿀 수가 없다네." '단골집'은 '늘 정해 놓고 다니거나 거래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 민속신앙인 무속신앙은 예로부터 가족 중에 병이 들거나 집안에 재앙이 있으면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냈다.이렇게 굿을 하는 것을 푸닥거리라고 하며, 병이나 재앙이 되는 살(煞)을 푼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굿을 할 때마다 늘 불러다 쓰는 무당을 '단골('당골'이라고도 한다)'이라고 했다. 여기서 지금의 '단골손님'이나 '단골집'이니 하는 말들이 비롯됐다.'단골'은 이 밖에도 호남 지방에서 특히 '세습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동냥의 어원

'동냥'은 "거지나 동냥아치들이 돌아다니며 구걸함", 또는 "수행 중인 승려가 시주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 "애걸하여 빌어서 얻는 일"이라고 사전에 뜻풀이가 되어 있다.  이 말은 한자어 '동령(動鈴)'에서 온 말이다.원래 불가에서 법요(法要)를 행할 때 놋쇠로 만든 방울인 요령을 흔드는데 이것을 '동령'이라고 했다.그러다가 중이 쌀 같은 것을 얻으려고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문전에서 방울을 흔들기도 했다.지금은 방울대신 목탁을 두드리지만 '동냥'이라는 말은 이렇듯 중이 집집마다 곡식을 얻으러 다니던 데서 비롯한 말이다. 한편 '가을 중 싸대 듯'이라는 말이 있다.이 말은 가을이 되면 농민들이 곡식을 수확하게 되고, 그러면 중들은 때맞춰 시주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 데서, 여기저기 ..

헌칠하다

'헌칠하다'는 형용사로, '썩 보기 좋을 정도로 적당히 크다.'라는 뜻이다.‘헌칠하다’는 말은 본래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한 ‘헌걸차다’와 식물이나 채소가 잘 자란 것을 가리키는 ‘칠칠하다’가 합쳐진 말이다.  "찻집에 들어서는 헌칠한 사람이 어린 시절 코흘리개였던 바로 그일 줄이야!" 이렇게 요즘은 '키가 크고 몸매가 균형이 잡혀서 시원스럽고 훤하게 보이는 용모'를 가리킨다.

천(賤)덕꾸러기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직을 못 해 집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비싼 돈을 주고 산 가구들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이사를 다니면서 거추장스러운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천덕꾸러기'는 '남에게 업신여김과 푸대접을 받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킨다. '천덕꾸러기'는 합성어로, ‘천+데기’에서 나온 말이다. 소박데기, 부엌데기 등 천한 사람을 가리키는 ‘데기’라는 접미사가 붙어 '천데기'가 되었다가 ‘천더기’로 음운변이 되었다. 여기에 또 ‘꾸러기’라는 접미사가 붙어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교활(狡猾)과 낭패(狼狽)

"교활(狡猾)"은 '몹시 간사하고 나쁜 꾀가 많다.'는 뜻이고, "낭패(狼狽)"는 '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됨.'을 말한다. '교활(狡猾)'과 '낭패(狼狽)'는 중국의 기서(奇書)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이름이다.이 '교활'이란 놈은 어찌나 간사한지 여우를 능가할 정도인데, '교(狡)'라는 놈은 모양은 개인데 온몸에 표범의 무늬가 있으며, 머리에는 쇠뿔을 달고 있다고 한다.이놈이 나타나면 그해에는 대풍(大豊)이 든다고 하는데, 이 녀석이 워낙 간사하여 나올 듯 말 듯 애만 태우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이 '교'의 친구로 '활(猾)'이라는 놈이 있는데, 이놈은 '교'보다 더 간악하다.생김새는 사람 같은데 온몸에 돼지털이 숭숭 나 있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