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교활(狡猾)과 낭패(狼狽)

높은바위 2024. 8. 27. 07:18

 

"교활(狡猾)"은 '몹시 간사하고 나쁜 꾀가 많다.'는 뜻이고, "낭패(狼狽)"는 '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을 말한다.

 

'교활(狡猾)'과 '낭패(狼狽)'는 중국의 기서(奇書)인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이름이다.

이 '교활'이란 놈은 어찌나 간사한지 여우를 능가할 정도인데, '교(狡)'라는 놈은 모양은 개인데 온몸에 표범의 무늬가 있으며, 머리에는 쇠뿔을 달고 있다고 한다.

이놈이 나타나면 그해에는 대풍(大豊)이 든다고 하는데, 이 녀석이 워낙 간사하여 나올 듯 말 듯 애만 태우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이 '교'의 친구로 '활(猾)'이라는 놈이 있는데, 이놈은 '교'보다 더 간악하다.

생김새는 사람 같은데 온몸에 돼지털이 숭숭 나 있으며, 동굴 속에 살면서 겨울잠을 잔다.

도끼로 나무를 찍는 듯한 소리를 내는데, 이놈이 나타나면 온 천하가 대란(大亂)에 빠진다고 한다.

'교(狡)'는 길조인 동물인데 반해, '활(猾)'은 흉조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교'가 있는 곳에는 '활'도 따라다닌다고 하니, 이는 일상에서 길흉이 항상 동반해서 반복되는 것을 비유한 것일지 모른다.



이처럼 '교'와 '활'은 간악하기로 유명한 동물인데, 길을 가다가 호랑이라도 만나면 몸을 똘똘 뭉쳐 조그만 공처럼 변신하여 제 발로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들어 내장을 마구 파먹는다.

호랑이가 그 아픔을 참지 못해 뒹굴다가 죽으면, 그제야 유유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서 바로 ‘교활한 미소’라는 관용구가 생겨났고, ‘교활(巧猾)’이라고도 쓴다.

 

'낭패(狼狽)'의 '낭'과 '패'는 모두 이리의 한 종류로 상상 속의 동물이다.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

'낭(狼)'은 꾀는 없지만 용감하고, '패(狽)'는 꾀는 많지만 겁쟁이이다.

이 둘이 호흡이 잘 맞으면 문제가 없지만, 서로 떨어지게 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낭패'는 계획한 일이 어렵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