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2 2

20여년 전 서울대 합격자 생활 수기 중에서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영어사전뿐이다.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지우고 물걸레 질을 하는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쓴 채 맨 앞자리에앉아 열심히 공부했다.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