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18

생선회 밑에 깔려있는 '그거'

'천사채(天賜菜)'다. 생선회를 시키면 회 밑에 깔려있는 반투명한 국수 같은 물질이다. 먹어도 될까 싶지만 엄연한 식품이다. 천사채는 다시마를 증류·가공해서 만드는데, 다시마 속 알긴산(해초산) 등이 주요 성분이다. 무미(無味) 무취(無臭)의 재료지만 오독거리는 식감과 낮은 칼로리 덕분에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횟집에서는 주로 회의 양을 많아 보이게 만드는 장식용 재료로 쓰인다. 종래에 같은 용도로 쓰였던 무채보다 가격 변동이 작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지금은 천사채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회의 볼륨감(?)을 높여주는 역할 외에도 회가 건조해지거나 산화하는 것을 방지해 주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생선회의 장식 재료로 사용된 천사채는 먹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논밭 한 가운데 있는 하얗고 둥근 '그거'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라고 한다. 추수를 마친 들판에 거대한 마시멜로나 두루마리 휴지처럼 줄지어 놓여있는 그 물건의 이름이다. 지름 1~2m, 무게 100~500㎏내외의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는 곤포 사일리지는 탈곡을 끝낸 볏단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이다. 곤포(梱包·baling)란 단단히 다져 크게 묶은 더미나 짐짝, 혹은 그런 짐을 꾸려 포장한다는 의미고, 사일리지는 곡물이나 볏단을 밀폐 후 발효시켜 만든 숙성사료를 뜻한다. 그러니까 곤포 사일리지는 두 단어를 뜻을 합쳐 볏단을 단단히 압축한 뒤 밀폐 포장해서 만든 숙성사료가 되겠다.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닌지라 정작 농가에서는 '덩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베일러라는 농기계를 통해 원통형 혹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뭉치고 발효제 등..

책 사이에 있는 줄 '그거'

'가름끈(bookmark)'이다. 갈피끈이라고도 한다. 인쇄물을 묶고 표지를 달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 제책(製冊·제본이라고도 함)의 방식 중 양장제본에서 책머리(책등의 윗부분)에 가름끈의 끝을 접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해 두기 위한 책갈피 역할을 한다. 여담으로, 책갈피가 없어 페이지 모서리를 삼각형 모양을 접어서 표시하는 것을 두고 영어권에서는 강아지 귀(dog's ear)라고 표현한다. 빌린 책에는 하지 말자.

빵봉지 묶는 철사 '그거', 빵봉지에 끼우는 '그거'

철사끈은 '트위스트 타이'. 봉투 입구를 조여 밀봉해 주는 C자형 클립은 '브레드 클립'이다. 브레드 클립은 '브레드 태그/브레드 리본/브레드 타이'라고도 한다. 트위스트 타이는 끝을 함께 뒤틀어 고정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단순히 빵봉지뿐만 아니라 전선, 꽃다발 등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한데 묶어놓는 용도로 쓰인다. 브레드 클립은 빵봉지를 빠르고 간편하게 (그리고 저렴한 제작 단가로) 밀봉해 주는 용도로 쓰인다. 최초의 브레드 클립은 고(故) 플로이드 G. 팩스톤(Floyd G. Paxton, 1918~1975)이 발명했다. 그는 1952년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땅콩 봉지를 밀봉하기 위해 기한이 만료된 신용카드를 즉석에서 클립 모양으로 잘라 사용했다. 이후 비닐봉지라고도 하는..

운동화 끈 끝에 '그거'

'에글릿(aglet)'이다. 운동화 끈 끝 부분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끈의 올이 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운동화 구멍에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글릿이란 이름은 '바늘'을 뜻하는 라틴어 'acus'에서 파생된 옛 프랑스어 'aiguillette(aguille)'에서 유래했다. 에글릿의 역사는 유구한데, 쇠붙이나 유리, 돌 등으로 만들어진 초기 단계의 에글릿은 단추가 발명되기 이전 로마 시대 때 옷을 여미는 데 사용됐다. 확실하진 않지만 많은 출처에서 에글릿은 1790년대 영국의 하비 케네디(Harvey Kennedy)라는 발명가에 의해 대중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배달피자에 있는 삼발이 '그거'

피자를 배달시켜 먹어본 사람이라면 피자 중앙에 다소곳이 꽂혀서 오는 플라스틱 삼발이를 알 것이다. 무심코 버리는 물건이지만 이름은 굉장하다. 무려 '피자 세이버(Pizza saver)'다. 피자 세이버가 없으면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종이 상자가 우그러져 피자 표면에 맞닿게 된다. 골판지 상자는 결코 매력적인 토핑이 아니다. 이름처럼 피자를 구원하는 존재다. 1983년 미국 뉴욕에 사는 카멜라 비탈레(Camela Vitale)라는 양반이 발명하고 특허 출원을 낸 '포장 세이버(package saver)'가 시초다.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귤락'이다. '알베도'라고 하기도 한다. 귤을 먹을 때 속 과육과 껍질 사이의 붙어있는 하얀 실 같은 섬유질 부분을 일컫는다. 식감을 위해 제거하고 먹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먹는 편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귤락에는 헤스피리딘이라는 화학물질이 풍부한데, 헤스페리딘은 혈관의 탄력과 밀도를 유지해 주고 모세혈관 파열을 예방한다.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 혈관이 약한 고령자에겐 귤락을 떼지 말고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자. 귤락에는 비타민C, 식이섬유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도 있다. * * * * * * * * * * * * * * * * "그거."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나 '이거'로 부르는 말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알아 두면 좋은, 한자어의 유래와 뜻 : 似而非(사이비)

비슷하지만 아니라는 말. "공자는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싫어하였으니, 강아지풀을 싫어한 것은 그것이 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고, 아첨을 싫어한 것은 그것이 의리를 해칠까 걱정해서이고, 말 잘하는 것을 싫어한 것은 그것이 신의를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고, 음란한 정나라 음악을 싫어한 것은 그것이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고, 자줏빛을 싫어한 것은 그것이 붉은빛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고, 僞善者(위선자)를 싫어한 것은 그것이 덕을 해칠까 걱정해서이다."라는 말이 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