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거덜 나다'의 유래

높은바위 2024. 7. 18. 07:37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무리 냉장고를 채워도 이틀이면 거덜이 난다."

"십오 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식당이 일 년도 안 돼서 거덜 났다."

 

'거덜 나다'는 '재산이나 살림 따위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결딴나는 것'이나 '옷,  같은 것이  닳아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거덜 나다'의 '거덜'은 '조선시대 임금이 거동할 때 말고삐를 붙잡고 따라다니던 종 7품 잡직'을 이르던 말이었다.

'거덜'은 말을 키우기 위해 나라에서 '사복시(司僕寺)'라는 관청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근무하는 하급관리로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말똥을 치우는 일을 담당했다.

'거덜'은 사복시(司僕寺)에 속해 있었기에 '사복 거덜'이라고도 불렀다.

 

이들은 행차하는 관리의 앞에서 길을 트는 역할도 했다.

지체 높은 궁중 사람들이 타는 가마나 말을 관리하고 직접 모신다는 우월감에서 앞뒤 좌우로 몸을 크게 흔들었다.

그래서 '거덜'은 '몹시 흔들거림'이나 허세와 관련 있는 '우쭐거림'이 대표 속성이 되었다.

특히 '몹시 흔들 거림'은 경제에 적용되면서, '거덜'이 '재산이나 살림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짐'을 뜻하는 의미가 되었다.

 

'거덜'의 과장된 모습을 '거덜 거리다'라고 했는데 오늘날 '거들먹거리다'가 되었다.

또 '거덜'은 고위 관리직의 행차에 앞장서서 길을 텄기에 자신이 길을 터주는 관리의 권세를 등에 업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 태도에서 '거덜'이 '거드름 피우다'의 '거드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