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난장판

높은바위 2024. 8. 17. 16:33

 

"그들 둘은 닭싸움하듯 한데 엉겨 붙어서 물고 꼬집고 차면서 난장판을 벌였다."

"강아지의 장난으로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사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떠들어 대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 또는 그런 상태.'를 ' 亂場(난장) 판'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을 배제하여, '란장판'이라고 한다.

 

이 말의 유래는 조선시대 과거 제도와 형벌, 또 정기적인 시장인 장시와 달리, 허가받지 않은 행상인들이 모여 어수선하게 벌인 난전장(亂廛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지금이야 각종 시험은 수험자별로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만,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즉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자리는 과거 시험의 문제, 즉 시제가 잘 보이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비가 붙어서 서로 쌈박질이 벌어진 데서 '난리 속의 과거 시험장'이 줄어서 난장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 유래에는 도적을 잡아, 장형과 유사한 고문법으로 '난장(亂杖)'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도적을 취조하기 위해서 고문할 때 의자에 앉히고 다리를 묶은 다음에 그 주변에 서, 나졸들이 모여서 나무 매인 장을 들고 후려 갈기는 형벌이었다.

성호 이익이 남긴 표현에 의하면 다리를 묶어서 들어 올리고 발바닥을 치는 형벌이었다.

정약용은 이 형벌을 '발가락을 자르는 형벌'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발가락이 떨어져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죄인의 주변에서 나졸들이 마구 후려치면 그 참혹함과 어수선함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