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루퍼트 쇼너 브룩(Rupert Chawner Brooke)

병사(The soldier) 내가 죽으면, 나에 대해서 단지 이것만 생각하라,어느 외국 들판의 한 귀퉁이는영원히 영국이라고. 그 비옥한 땅에그보다 더 비옥한 흙이 묻힐 것이네,그 흙은 영국이 낳고, 기르고, 삶을 알게 하였고,한때 사랑할 꽃과 자유롭게 다닐 길을 주었으며,영국의 공기를 숨 쉬고, 고향의 강물에 몸을 씻고,고국의 햇살로 축복받은 영국의 몸이네.​그리고 생각하라, 이 심장은, 모든 악이 씻겨 나가고,영원한 마음으로 고동치며, 영국이 준 소중한 생각들을받은 것 못지않게 어딘가로 되돌려 준다는 것을,영국의 풍경과 소리, 영국에서의 하루처럼 행복한 꿈,그리고 친구와 함께 한 웃음들과 온화함을,천국인 영국 하늘 아래 평화로운 가슴속에 있는. * * * * * * * * * * * * * * * Th..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고독한 자의 독백 나? 홀로 걷는다. 한밤의 거리 발아래로 꺼질 듯 소용돌이치는 일렁임 눈을 감으면 일시적인 변덕에 의해 꿈결 같은 집들의 풍경은 전부 죽어 버리지 저너머 박공의 남루한 세상 위로 천상의 달이 양파처럼 높게 걸려 있어. 나, 집들을 오그라 들게 한다. 그리고 소멸되는 나무들 늘어지듯 이어지는 나의 시선에 가까스로 매달리듯 따라붙는 자신들이 얼마나 타락한가 깨닫지 못하는 꼭두각시 사람들 웃음, 키스, 흥청거림, 방관의 눈을 감지 않는 한 그들은 죽는다. 나, 우스개 소리는, 들판을 더 푸르게 하고 블루 스카이의 무한함을 황금의 태양에 자혜로움을 그러나, 화려함을 배척하는 것도, 아름다운 꽃의 진리를 거절하게 하는 것도, 나를 붙들고 있는 압도적인 힘은 나의 냉담함에 있다. 나 알고 있다. ..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

기도 어떤 날들은, 우리가 기도할 수 없을지라도, 기도가저절로 나오네. 그래서 한 여인은머리를 감싼 손에서 얼굴을 들어나무가 노래하는 선율을,갑작스러운 선물인 듯, 지켜보네.​ 어떤 밤들은, 우리가 믿음이 없을지라도, 진실이,그 작고 익숙한 고통이, 우리 가슴속으로 들어오네,그때 한 남자는 우뚝 멈춰 서서, 저 멀리 라틴어 기도처럼울리는 기차 소리에서 그의 젊음을 듣네. 이제 우리를 위해 기도하라. 초등학교 1학년의피아노 치는 소리가 미들랜드 마을 저 너머를바라보는 주민을 위로하네. 또한 황혼 무렵에, 어떤 이가,그들의 상실에 이름을 붙인 듯,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네. ​바깥은 어둡고, 안에는, 라디오의 기도가 들리네 -로크올, 말린, 도거, 피니스테르¹ * 로크올, 말린, 도거, 피니스테르¹ : 영..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떼까마귀가 있는 겨울 풍경 물방아 홈통의 물은, 돌로 만든 수문(水門)을 지나,저 검은 연못 속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지고,연못에는, 우스꽝스럽고 철 지난, 백조 한 마리가눈(雪)처럼 정숙하게 떠돌고 있다, 그 하얀 반사를확 끌어내리길 갈구하는 구름 덮인 마음을 조롱하며. 준엄한 태양은 늪지 위로 하강한다,이 유감(遺憾)의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보기를수치로 여기는, 주황색 키클롭스 눈(目).생각에 어둡게 깃털 덮인 채, 난 깊은 상념에 잠겨떼까마귀처럼 훌쩍 걷는다, 겨울밤은 밀려오는데. 지난여름의 갈대는 모두 얼음 속에 새겨져 있다,당신의 영상이 내 눈 속에 그러하듯. 메마른 서리는내 상처의 창의 유리가 되어간다. 어떤 위안이바위를 치면 나와서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금 푸르게 만들 수 있을까? 누가 이 모진 곳..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

여가를 위한 교육 난 오늘 뭔가를 죽일 거야. 무엇이든지.난 지겨울 만큼 충분히 무시되었고, 오늘은신이 되려고 해. 오늘은 그저 그런 날이야,거리에 따분함이 넘쳐 우울하게 느껴지는.​ 난 파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창문에 짓눌러 죽였어.우리는 학교에서 그랬었어. 셰익스피어가. 그건다른 언어였고, 이제 파리는 다른 언어 속에 있어.난 내 재능을 창문에 불어내었고, 내 이름을 써넣었어.​ 난 천재야. 난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기회만주어진다면, 하지만 난 오늘 세상을 바꿀 거야.누군가의 세상을. 고양이가 날 피하네, 고양이는아는 거야, 내가 천재인 줄, 그리고 숨어버렸어.​ 난 금붕어를 변기에 쏟아붓고, 물을 내렸어.그것이 보기에 좋았어. 앵무새는 공포에 질렸어.보름에 한 번은, 난 2마일을 걸어 도시로 가지,..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튤립 튤립은 너무 흥분을 잘해요, 이곳은 겨울. 보세요, 모든 것이 순백색이잖아요, 조용하고 또 눈 속에 갇혀 있어요. 햇살이 이 흰 벽, 이 침대, 이 손에 떨어질 때 나는 조용히 혼자 누워 평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무명인입니다. 그래서 폭발과는 아무 관계도 없지요. 나는 내 이름과 내 세탁물을 간호원들에게, 또 내 병력을 마취사에게, 내 몸은 외과 의사들에게 내주어 버렸답니다.  그들은 내 머리를 베개와 시트 끝동 사이에 받쳐놓았어요 마치 닫히지 않는 두 개의 흰 눈꺼풀 사이의 눈처럼. 멍청한 눈동자, 모든 걸 놓치지 않고 봐야만 된다니. 간호원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요, 그들이 성가시진 않아요. 그들은 흰 캡을 쓰고 갈매기가 내륙을 지나가듯 지나가죠. 저마다 손으로 일을 하면서, 이 간호원이나..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

첫사랑 첫사랑이 립스틱만큼 입술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말하는 꿈에서 깨어나, 난 네 이름을, 수년간의 침묵 후에, 베개 머리맡에 말하네, 네 이름의 힘은 날 발가벗은 맨몸으로 창가에 다가가, 빛에 흔들리는 정원에 이름을 재차 말하게 하네. 아이의 사랑이었네, 하나 난 그 영상들을 눈에 힘주어 떠올리네, 처음엔 초점 없이 흐릿하게, 그러곤 거의 또렷하게, 낡은 영화가 느린 속도로 상영되듯이. 종일 난 그것을 보네, 내 연인의 두 눈을, 거울 속에서, 수시로 바뀌는 하늘을 담은 창문에서, 네가 그 어디에 있더라도. 그리고 나중에 여기, 오래전에 죽은, 한 별이 정확히 눈물방울 크기처럼 보이네. 오늘 밤, 꿈속에서의 연애편지가 내 가슴에 말을 더듬네. 얼마나 진지했던가. 넌 그 마지막 저녁에도 내 머릿속에 미소..

예카테리나 안드레예브나 베케토바(Ekaterina Andreevna Beketova)

나이팅게일 저녁에는 봄에 피고,나이팅게일은 우리 정원으로 날아가고,밤의 시원함과 합쳐지고,라일락은 향기의 가치가 있습니다.따뜻한 저녁, 향긋하고 맑은 날씨,조용히 정원으로 향하는 창문을 열고,— 당신은 그것이 어떻게 듣게 될 것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새벽부터 새벽까지 노래하리라.그리고당신은 맑은 하늘에 초승달이 어떻게 빛나고 타오르는지,그리고 향기로운 머리 장식을 한 사과나무처럼 색으로하얗게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달이 당신의 방을 들여다볼 것입니다.어린 봄이 보일 것입니다.당신은 기분이좋고 편안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전혀 잠을 못 이룰 것입니다.잠이 들면 나이팅게일의 노래가말없이 노래로 잠들게 하고,봄꽃의 싱그러운 향기가 너를 잠들게 하리라. ​ * * * * * * * * * * * *..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매장의 공포  빈 들판아침나절시신은 부름 받기를기다리네.영혼은 그 옆에 앉았네작은 바위 위에.그것에 형체를 다시 만들어주려고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생각해 보렴 그시신의 외로움을.밤에 삭막한 들판을따라가는그것의 그림자를.꽁꽁 묶인온몸을.그토록 긴여행을. ​이미 아득하고 경련하는마을의불빛들그 불빛들이 광선으로훑어볼 때시신을 위해 멈추진 않네.얼마나 멀어졌는가.그것들이 보이기에는.목재로 된 문들,빵과 우유테이블 위에묵직하니 놓인. ​* * * * * * * * * * * * * * * The Fear of Burial In the empty field, in the morning,the body waits to be claimed.The spirit sits beside it, on a small roc..

예카테리나 안드레예브나 베케토바(Ekaterina Andreevna Beketova)

별들의 빛 (롱펠로우에서).밤은 서서히 내려갔다.젊은 달이 지고, 황금빛 얼굴을 감추고,조용히 하늘을 미끄러지듯 떠다닌다.별들만이 푸른빛을 쏟아붓는다 먼 하늘의 땅에,그리고 첫 번째 교대에서 보라색화성 시계에 밤이 설정되어 있습니다.빛나는 것은 사랑의 별,사랑과 멋진 꿈의 별입니까?안 돼! 이제 영웅이 파란색 천막에서 갑옷을빛냅니다.그리고 내 영혼 속에서 명랑한 생각들이 일어났고,내가 묵상할 때,하늘에서처럼, 푸른 거리에서,별들의 붉은 방패가 반짝였다.오, 굳건함의 별이여! 제 슬픔이 당신께 터무니없는 줄압니다.그러나 나는 다시 기쁨으로 불타오릅니다:당신의 손이 내게 표징을 주었습니다.오직 별들만이 하늘에서처럼 내 가슴에 푸른빛을 쏟아붓고,첫 번째 교대에서 나는 밤의 시계에 보라색화성을 놓았다.무적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