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641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옴개구리 야. 나야. 나왔어. 옴개구리야. 나야. 놀라지 않아도 돼. 빛이 이렇게 흐르고 흐트러진 것은 내가 빙글빙글 둘러보고 있기 때문은 아니겠지. 참을 수 없구나. 새파랗구나. 사방에서 향기가 나는구나. 느긋하게 흐르는 구름이구나. 이쪽 저쪽에서 무언가 중얼중얼 울기 시작했구나. 힘껏 날아가버린 겨울 눈부시구나. 파랗구나. 참을 수 없구나. 봄아 나야. 옴개구리야. * * * * * * * * * * * * * * * 옴개구리 척삭동물문 / 양서강 / 무미목 / 개구리과 / 옴개구리속 ​ 몸길이 4~5.5cm 주름돌기개구리라고도 한다. 등면은 검은색 바탕에 많은 작은 융기가 있으며, 피부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등 중앙에 연한 황색의 세로줄이 있다. * * * * * * * * * * * * * *..

게리 셔먼 스나이더(Gary Sherman Snyder)

마린 안 젖은 초원 저 아래 있는 유칼립투스 숲 위로 해가 떠오르고 물은 알맞게 뜨거운데 나는 열린 창가에 앉아 담배연기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다. 멀리서 개들이 짖고, 깍깍거리는 까마귀 한 쌍, 소나무 저 꼭대기서 조그만 동고비새의 콧소리-- 방풍림 삼나무 숲 뒤에서 암말이 올라온다, 풀을 뜯으며. 저 아래 육 차선 하이웨이의 계곡서 들려오는 낮게 지속되는 호통, 수천의 수천 대의 차들이 사람들을 일터로 실어 나른다. * * * * * * * * * * * * * * * Marin-an sun breaks over the eucalyptus grove below the west pasture, I sit in the open window & roll a smoke. distant dogs bark, a ..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봄의 노래 개구리는 겨울 동안 땅 밑에 머물다 봄이 되면 땅 위로 올라옵니다. 그 첫째 날의 노래. 너무 눈부셔요. 너무 기뻐요. 벌레는 미끌미끌. 바람은 솔솔. 쾰른 쿡. 아아 쾰른 쿡. 오 개불알풀꽃이 피어있네. 오 커다란 구름이 움직이고 있네. 쾰른 쿡. 쾰른 쿡. * * * * * * * * * * * * * * * 여기저기서 개구리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도록 의성어(擬聲語)가 나열된 싯구이다. 작가는 개구리의 울음과 풍경이 하나가 된 것 같다. 시 속의 의성어가 봄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 * * * * * * * * * * * * * *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1903년 5월 12일 ~ 1988년 11월 12일 향년 85세)는 일본의 시인이다. 후쿠시마현 이시키 군 가미오가와무라(현 이와..

게리 셔먼 스나이더(Gary Sherman Snyder)

모두를 위하여 오, 살아 있음이여. 북 로키산맥의 햇살 아래, 얕은 곳은 얼어 있는 여울을 장화는 들고, 배낭은 등에 지고, 바지를 걷어 올린 맨발로 건너는 구월 중순 아침에 얼음 깔린 시냇물은 조잘거리고 반짝이고 발밑에 뒤집어지는 자갈들, 발가락처럼 작고 단단하고 찬 콧물이 흐르고 시냇물의 노래, 가슴의 노래, 자갈 위의 햇빛의 냄새를. 속으로 노래하며 나는 헌신할 것을 맹세한다. 몸 바칠 것을 맹세한다, 거북섬 안의 온 흙에게, 그리고 그곳에 사는 모든 생물이 하나의 생태계로 다양하게 태양 아래서 모두가 기쁜 공생관계로 살 수 있도록. * * * * * * * * * * * * * * * For All Ah to be alive on a mid-September morn fording a stream..

낙빈왕(駱賓王)

감옥의 매미 소리 이 가을에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저 매미 이 죄인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나그네 설움 어떻게 견디리오 머리 검은 저 매미가 이렇게 날아와 머리 하얀 나를 보고 노래함을 이슬이 무거워서 날아가지 못하는데 바람이 심해 소리마저 잦아들고 마는구나 아무도 고결함 믿어 주지 않으니 누구에게 내 마음 보여 줄거나 * * * * * * * * * * * * * * * 在獄詠蟬(재옥영선) 西陸蟬聲唱 (서륙선성창) 南冠客思侵 (남관객사침) 那堪玄鬢影 (나감현빈영) 來對白頭吟 (내대백두음) 露重飛難進 (노중비난진) 風多響易沈 (풍다향이침) 無人信高潔 (무인신고결) 誰爲表予心 (수위표여심) * * * * * * * * * * * * * * * * 낙빈왕(駱賓王, Lo Pin-wang, 성인 이름 광광(觀光/观..

낙빈왕(駱賓王)

거위 : 詠鵝(영아) 鵝鵝鵝(아아아) 거위야 거위야 거위야 曲項向天歌(곡항향천가) 굽은 목으로 하늘 향해 노래하네 白毛浮綠水(백모부록수) 흰 깃털은 초록 물 위에 떠 있고 紅掌撥清波(홍장발청파) 붉은 손바닥은 맑은 물결 퉁기네 * * * * * * * * * * * * * * * 《당재자전(唐才子傳)》이나 《당시기사(唐詩紀事)》등에 따르면 이 시는 낙빈왕이 7세 때 지은 시라 한다. 동시 같은 분위기에서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된다. 첫 구가 묘미가 있다. 거위를 부르는 말로 우선 번역하였으나 거위가 노래하는 소리를 묘사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더욱 묘미가 있는 것은 이 시의 운자가 정지상의 과 같은 가(歌) 운목(韻目)에 속하는데, 아(鵝) 자도 이 운자를 맞췄다는 것이다. 거위의 특징이 구부러진 긴 ..

낙빈왕(駱賓王)

역수 강의 송별 : 易水送別(역수송별)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이곳에서 연(燕) 나라 태자 단(丹)과 이별할 때 壯士髪衝冠(장사발충관) 장사(壯士)의 머리칼은 관을 뚫었지. 昔時人已沒(석시인이몰) 그 옛날의 사람은 이미 가고 없지만 今日水猶寒(금일수유한) 오늘의 이 강물은 여전히 차다네. * * * * * * * * * * * * * * * ○ 易水(역수) : 허베이 성(河北省) 역현(易縣)에서 흐르는 강. ○ 此地別燕丹(차지별연단) : 燕丹(연단)은 연나라의 태자 단(太子丹)을 말하며, 형가(荊軻)가 진(秦) 나라 왕 정(政: 후일 진시황제)을 살해하러 진으로 떠나는 날 태자 단이 역수에서 형가를 송별하였으며, 고점리(高漸離)는 축을 타고 형가(荊軻)는 “風蕭蕭兮易水寒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 물은 차구..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미래의 노래 인간만이 사랑을 가진 자이기에 자기가 품었던 꿈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자기가 불렀던 노래가 다른 사람의 입술로 자기가 걸었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로 자기의 사랑마저 다른 사람의 팔로 성취되고 자기가 뿌렸던 씨를 다른 사람들이 따게 하도록 사람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완전히 잊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길이다 인간이란 스스로 기꺼이 나아가는 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술을 마시도록 인간은 언제나 그 몸을 내미는 혼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가 또 자기 몸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그 고통의 보상 따위는 추호도 구하지 않고 그리고 왔을 때처럼 빈 몸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분골쇄신 힘을 다하고 목표로 했던 만큼 자기를 넘어 나아간다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사람에게 확실한 것은 없다 그의 힘도 그의 약함도 마음도 그리고 그가 그의 팔을 벌릴 때 그 그림자는 십자가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그가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 있다고 믿을 때 행복을 깨트려버린다 그의 삶이라는 것은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이별이다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삶이라는 그것은 무기를 들지 않은 병사와 같다 다른 운명을 위해서 군복을 입었던 병사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인가 저녁에는 주저하는 무장 해제된 그들을 보게 된다 이 말을 해 봐라 내 삶 그리고 눈물을 참아라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내 아름다운 사랑이여 내 소중한 사랑이여 내 찢어진 부분이여 나는 그대를 상처 입은 새처럼 내 품에 품는다 그리고 저들은 알지도 못한 채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내가 엮은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죽음이 오는 데에는 죽음이 오는 데에는 거의 일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그때 알몸의 손이 와서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손은 되돌려주었다 내 손이 잃었던 색깔을 내 손의 진짜 모습을 다가오는 매일 매달 광활한 여름의 인간들의 사건에로 업무에로 뭐가 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항상 몸을 떨고 있었던 나에게 나의 생활에 바람과 같은 커다란 목도리를 두르고 나를 가라앉히는 데는 두 개의 팔이면 족했던 것이다 그렇다 족했던 것이다 다만 하나의 몸짓만으로 잠결에 갑자기 나를 만지는 저 가벼운 동작만으로 내 어깨에 걸린 잠 속의 숨결이나 또는 한 방울의 이슬만으로 밤 속에서 하나의 이마가 내 가슴에 기대며 커다란 두 눈을 뜬다 그러면 이 우주 속의 모든 것이 나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황금빛의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