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641

찰스 램(Charles Lamb)

그리운 얼굴들 내 어린 시절, 즐거운 학창 시절에 내겐 소꿉친구 마음친구 다 있었지.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난 함께 웃어대고 떠들어댔었지. 마음 벗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아리따운 여인과 한때 사랑도 했었어. 그녀의 문이 닫혀버려 더는 만날 수 없다네.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나의 벗 하나, 그보다 더 다정한 벗 있었을까. 난 배신자처럼 그 친구를 훌쩍 떠나고 말았네. 떠난 뒤로 그리운 얼굴들 곰곰이 생각하였지만. 난 유령처럼 어릴 적 놀던 곳을 맴돌았지. 세상은 내가 건너야 할 사막만 같았네. 그리운 얼굴들 찾기 위해 건너야 할 내 진정한 벗, 형제보다 더한 벗이여. 왜 자넨 내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밥 딜런(Bob Dylan)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아 모여라, 어디를 다니든지 간에. 그리고 변화의 물결이 다가옴을 보여주자. 그 물결이 뼛속 시리게 젖어들 것임을 받아들이자. 그대의 세월이 당신 자신에게 소중하다면 흐름에 발맞추자. 아니면 돌처럼 가라앉을지니.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펜으로 예언을 말하는 작가와 논자들이여 오라 눈을 크게 뜨라, 변화의 순간은 다시 다가오지 않으니. 수레바퀴는 아직 돌고 있으니 섣불리 논하지 말고, 갓 싹튼 변화를 섣불리 규정하지 말지어다. 지금의 패자들은 훗날 승자가 되리니.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국회의원들, 정치인들아, 사람들의 부름을 경청하라. 문 앞을 가로막지 말고 회관을 봉쇄하지 말라. 상처 입는 것은 문을 걸어 잠그는 이들이 되리라. 바깥세상의 싸움은 점점 가열되고 있으매, ..

밥 딜런(Bob Dylan)

바람에 날리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들이 있어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산이 씻겨서 바다로 내려갈까? 사람은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

줄리아 애비게일 플레처 카니(Julia Abigail Fletcher Carne)

잘못을 부드럽게 생각하라 잘못을 부드럽게 생각하라: 너희는 어둠의 유혹이 어떤 방심의 시간에 임한 권세를 알지 못하는도다. 그들이 얼마나 열렬히 투쟁했는지, 얼마나 잘 싸웠는지 너희는 알지 못하리라, 연약함의 시간이 올 때까지 슬프게도 그들은 이렇게 쓰러졌느니라. .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부드럽게 생각해 보라: 오! 그대는 잊지 말라, 아무리 죄로 더럽혀졌을지라도 그는 아직 그대의 형제이다. 같은 유산의 상속자, 같은 하나님의 자녀, 그는 그대가 연약하게 밟은 길에서 비틀거렸을 뿐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부드럽게 말하라 무죄와 평안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니하냐 그대의 책망이 거칠지 아니하냐? 죄로 얼룩진 그 마음을 짊어져야 할 피곤한 몫임에 틀림없고, 더 행복한 운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

줄리아 애비게일 플레처 카니(Julia Abigail Fletcher Carne)

작은 것들 작은 물방울, 작은 모래알, 그것이 그 큰 바다가 되고 그 아름다운 옥토가 된다. 작은 때의 한 순간 한 순간 그것이 비록 보잘것없다 해도 그것은 영원이라고 하는 거대한 세월을 이룬다. 작은 잘못들은 쌓이면, 영혼을 미덕의 길로부터, 벗어나 죄악에 빠진 채, 멀리 새도록 하네. 작은 친절, 작은 사랑의 말, 그것이 저 위의 천국처럼 세상을 밝게 만든다. ​ * * * * * * * * * * * * * * Little Things Little drops of water, Little grains of sand, Make the mighty ocean And the pleasant land. So the little moments, Humble though they be, Make the mig..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늙은 나이는 날 저물 때 열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똑똑한 이들은 끝장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마땅하다 알지만, 자기네 말로써 번개를 가르지 못한 까닭에, 그 좋은 밤 속으로 온순히 가지 않는다. 착한 이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자기네의 연약한 행적이 푸른 포구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억울해 울면서,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이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나무들의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바위틈으로 물을 몰아가는 힘이 붉은 내 피를 몰아간다; 모여드는 강물을 마르게 하는 힘이 내 피를 밀랍처럼 굳게 한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내 혈관에게 입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산속 옹달샘을 똑같은 입이 빠는지를. 웅덩이의 물을 휘젓는 손이 모래수렁을 움직인다; 부는 바람을 밧줄로 묶는 손이 내 수의(壽衣)의 돛폭을 잡아끈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목 매달린 자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살(肉)이 목을 매다는 자의 석회가 되는지를. 시간의 입술..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내가 뜯는 이 빵은 내가 뜯는 이 빵은 전에 귀리였다. 이국 땅 나무에 매달렸던 이 포도주가 그 열매 속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바람이 그 곡식을 쓰러뜨렸고, 그 포도의 기쁨을 파괴했다. 한 때 이 포도주 속에서 여름 피가 덩굴을 장식한 살 속으로 쳐들어갔고, 한 때 이 빵 속에서 귀리는 바람 속에서 즐거웠는데, 인간은 태양을 부수고, 바람을 끌어내렸다. 네가 쪼개는 이 살, 네가 혈관 속에서 황량하게 만드는 이 피는 관능의 뿌리와 水液(수액)에서 자란, 귀리였고, 포도였다. 내 포도주를 네가 마시고, 내 빵을 네가 물어뜯는다. * * * * * * * * * * * * * * * * 딜런 말레이스 토머스(Dylan Marlais Thomas, 1914년 10월 27일 ~1953년 11월 9..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가을밤의 회화 춥구나 그래 춥구나 벌레가 운다 그래 벌레가 운다 곧 땅 속에 들어가야지 땅 속은 싫어 파리해졌구나 너도 무척 파리해졌구나 어디가 이렇게 죄어올까 배일까 배라면 죽고 말 거야 죽고 싶지는 않아 춥구나 그래 벌레가 운다 * * * * * * * * * * * * * * * 이 시의 주제는 명확하다.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비틀거리며, 서글픔 속에서도 이기고 살아가는 의지, 그것을 시시껄렁한 말은 없으면서 일상어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가 풍기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세계는 달리 비할 바 없다. 두 마리 개구리에 기탁되어 묘사되고 있는 것은 인생 그 자체이다. 가을의 싸늘함이 몸에 스며드는 밤,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벌레에게 공감을 기탁하면서 말하는 정경에는, 작자의 젊은 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게리 셔먼 스나이더(Gary Sherman Snyder)

8월 중순 사워도 산 전망대에서 저 아래 골짜기 자욱한 연기 닷새 동안 장마 뒤, 무더위 사흘 전나무 솔방울 송진은 빛나고 바위와 초원 너머 파리떼 옛날에 읽었던 것들 생각나지 않고 몇 안 되는 친구들, 모두 도시에 있네 양철 컵으로 차디찬 눈 마시며 높고 고요한 대기 안에서 저 아래를 굽어본다 * * * * * * * * * * * * * * * Mid-August at Sourdough Mountain Lookout Down valleys a smoke haze Three days heat, after five days rain Pitch glows on the fir-cones Across rocks and meadows Swarms of new flies. I cannot remember t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