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므네모시네 : Mnemosyne)
지금은 가을이 오는 내 추억의 고장
길모퉁이 하냥 따스한 바람결 스치고
태양 향그러이 긴 여름날을
산마루 감돌아 그림자 조을던 곳
지금은 추운 바깥 내 추억의 고장
한낮에 금빛 보리밭결 박차 소리 또는
날씬히 기운 제비 나래여
누런 소 넓은 들에 한가로이 풀 뜯던 곳
지금은 비인 땅 내 추억의 고장
칡빛 머릿단에 수심 짙은 눈망울에
내가 보아도 사랑스런 내 누이와
밤이면 손목 잡고 노래부르던 숲 속
지금은 쓸쓸한 내 추억의 고장
내 귓전에 어린 자식들 도란거리고
난로 뒤에 남은 재 내 눈여겨 보면
눈물방울 스며스며 불꽃마다 별인 양 반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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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mosyne
It's autumn in the country I remember.
How warm a wind blew here about the ways!
And shadows on the hillside lay to slumber
During the long sun-sweetened summer-days.
It's cold abroad the country I remember.
The swallows veering skimmed the golden grain
At midday with a wing aslant and limber;
And yellow cattle browsed upon the plain.
It's empty down the country I remember.
I had a sister lovely in my sight:
Her hair was dark, her eyes were very sombre;
We sang together in the woods at night.
It's lonely in the country I remember.
The babble of our children fills my ears,
And on our hearth I stare the perished ember
To flames that show all starry thro' my tears.
It's dark about the country I remember.
There are the mountains where I lived. The path
Is slushed with cattle-tracks and fallen timber,
The stumps are twisted by the tempests' wrath.
But that I knew these places are my own,
I'd ask how came such wretchedness to cumber
The earth, and I to people it alone.
It rains across the country I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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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미국의 시인 트럼볼 스티크니가 쓴 시, "추억(Mnemosyne)"이란 작품을 번역했는지 모르지만,
정지용 시인(1902년 6월 10일 ~ 1950년 9월 25일)의 "향수(鄕愁)"와 너무도 닮아 있음을 느낀다.
더 나아가 미국의 스티크니의 영문 원어시와는 시어와 형식까지도 너무 닮아 있어서 아연해진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는, 이 시의 시어까지 그대로 빌면서도 그 시어의 쓰임이 시 전체에 녹아들도록 하였으니,
모방은 하되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적인 모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긴 인류 유래로 내가 쓴 시어나 문장 느낌이, 고래(古來)로 누구라도 아니 사용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창조적인 모방, 그것은 모든 예술의 창작과 재창조의 통로일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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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트럼불 스티크니(Joseph Trumbull Stickney, 1874년 6월 20일 ~ 1904년 10월 11일)는 미국의 고전학자이자 시인이다.
그는 제네바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다.
그는 하버드 먼슬리(Harvard Monthly)의 편집장이자, 시그넷 소사이어티(Signet Society)의 회원이 된, 1891년부터 우등으로 졸업한 1895년까지 하버드 대학교에 다녔다.
그 후 파리에서 7년간 공부하며 소르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그곳에서 두 개의 논문을 썼는데, 하나는 베네치아의 인문주의자 에르몰라오 바르바로(Ermolao Barbaro)에 관한 라틴어 논문이고, 다른 하나는 에우리피데(Euripide)의 문장(Les Sentences dans la Poésie Grecque d'Homère à Euripide)에 관한 것이었다.
후자는 비극의 탄생과 실뱅 레비(Sylvain Lévi)의 지도하에 바가바드 기타에 대한 스틱니(Stickney)의 연구에 공개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
스티크니는 미국 최초의 문학박사였다.
그 후 그는 첫 번째 운문집 《극적인 운문》(1902)을 출간하고, 하버드에서 고전학 강사로 일했으나 1년 후 뇌종양으로 보스턴에서 사망했다.
스티크니는 토마스 파커 샌본(Thomas Parker Sanborn), 조지 캐벗 로지(George Cabot Lodge), 필립 헨리 새비지(Philip Henry Savage) 및 휴 맥컬록(Hugh McCulloch)과 같이 젊은 나이에 사망한 하버드 시인(또는 하버드 비관주의자)에 속한다.
스티크니의 시 "노래"(늦은 봄에 솟아오르는 대지와 "아직"이라고 노래하는 뻐꾸기를 묘사함)는, 로버트 드니로의 2006년 영화 "선한 목자(The Good Shepherd)"에서, ― 마이클 갬본(Michael John Gambon)이 프레드릭스 박사(Dr. Fredericks)로 연기한 ― 예일대 영문학 교수가 맷 데이먼(Matt Damon)이 연기한 ― 주인공을 유혹하려다 실패한 것을 표절한 것이다.
스티크니의 시 중 두 편인 "추억(므네모시네 : Mnemosyne)"과 "Eride, V"는, 시인이 사망 한 지 100년 후인 2004년에 출판된 "The Best Poems of the English Language"에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