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높은바위 2024. 7. 11. 07:35

 

떼까마귀가 있는 겨울 풍경

 

물방아 홈통의 물은, 

돌로 만든 수문(水門)을 지나,

저 검은 연못 속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지고,

연못에는, 우스꽝스럽고 철 지난, 

백조 한 마리가

눈(雪)처럼 정숙하게 떠돌고 있다, 

그 하얀 반사를

확 끌어내리길 갈구하는 

구름 덮인 마음을 조롱하며.

 

준엄한 태양은 늪지 위로 하강한다,

이 유감(遺憾)의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보기를

수치로 여기는, 

주황색 키클롭스 눈(目).

생각에 어둡게 깃털 덮인 채, 

난 깊은 상념에 잠겨

떼까마귀처럼 훌쩍 걷는다, 

겨울밤은 밀려오는데.

 

지난여름의 갈대는 

모두 얼음 속에 새겨져 있다,

당신의 영상이 내 눈 속에 그러하듯. 

메마른 서리는

내 상처의 창의 유리가 되어간다. 

어떤 위안이

바위를 치면 나와서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금 

푸르게 만들 수 있을까? 

누가 이 모진 곳을 걸으려나?

 

* * * * * * * * * * * * * *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필명 : 빅토리아 루카스 ; Victoria Lucas, 1932년 10월 27일 ~ 1963년 2월 11일, 향년 30세)는 미국의 시인이자 단편소설작가이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으며, 시와 함께 자전적 성격의 소설인 《벨 자(The Bell Jar)》로 명성을 얻었다.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와 결혼했고, 사후 컬트적인 명성을 얻었다.

생물학 교수이자 땅벌 연구가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와 어머니 아우렐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0년 11월, 아버지 오토 플래스가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다.

당시 당뇨병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병이었으나, 자신의 병이 말기 폐암이라고 착각한 오토 플래스는 끝까지 치료를 거부했다.

7세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늘 자살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죽음은 실비아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듬해, 아직 9세였던 실비아는 첫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당대 최고의 시인인 테드 휴즈와 결혼하였지만, 휴즈의 여성편력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휴즈와 이별한 후, 작품에 몰두하다가 결국 31세 나이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은 채 자살함으로써 그녀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2003년 실비아 플라스를 다룬 전기 영화 《실비아》가 개봉하였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주인공 실비아 플라스를 연기하였다.

영화는 실비아와 테드 휴스의 애정 관계를 중심으로, 실비아의 시인으로서의 성공,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짤막하게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