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높은바위 2024. 7. 13. 05:49

 

고독한 자의 독백

 
나?
홀로 걷는다.
한밤의 거리
발아래로 꺼질 듯 소용돌이치는 일렁임
눈을 감으면
일시적인 변덕에 의해
꿈결 같은 집들의 풍경은 전부 죽어 버리지
저너머 박공의 남루한 세상 위로 천상의 달이 양파처럼 높게 걸려 있어.
 
나,
집들을 오그라 들게 한다.
그리고 소멸되는 나무들
늘어지듯 이어지는 나의 시선에
가까스로 매달리듯 따라붙는
자신들이 얼마나 타락한가 깨닫지 못하는 꼭두각시 사람들
웃음, 키스, 흥청거림,
방관의 눈을 감지 않는 한
그들은 죽는다.
 
나,
우스개 소리는,
들판을 더 푸르게 하고
블루 스카이의 무한함을
황금의 태양에 자혜로움을
그러나, 화려함을 배척하는 것도,
아름다운 꽃의 진리를 거절하게 하는 것도,
나를 붙들고 있는 압도적인 힘은 나의 냉담함에 있다.
 

알고 있다.
내게 다가오는
선명한 당신의 모습을
당신에 대한 나의 거절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기쁨의 원천,
당신에 대한 정당한 요구 권리였음을
욕망을 드러낸 격한 사랑일지라도
사랑을 증명하기엔 충분히 명백하지
모든 당신의 아름다움, 당신의 위트,
그것은 친애하는 당신에게로의 나의 선물인 것을.
 

* * * * * * * * * * * * * *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필명 : 빅토리아 루카스 ; Victoria Lucas, 1932년 10월 27일 ~ 1963년 2월 11일, 향년 30세)는 미국의 시인이다.

생물학 교수이자 땅벌 연구가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와 어머니 아우렐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늘 자살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죽음은 실비아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당대 최고의 시인인 테드 휴즈와 결혼하였지만, 휴즈의 여성편력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휴즈와 이별한 후, 작품에 몰두하다가 결국 30세 나이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은 채 자살함으로써 그녀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그녀의 세 번째 자살 시도만이 성공이었다. 
 
플라스 사후, 그녀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일은 테드 휴즈에게 맡겨졌다.

테드 휴즈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실비아 플라스가 결혼생활 마지막 몇 달 동안 쓴 일기를 없앴다.

시집 《아리엘(Ariel)》을 편집하면서, 순서를 밝고 경쾌한 내용의 시로 시작하여, 점차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의 시로 가도록 고의적으로 배열해 비판을 받았다.

실비아와 개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누이 올윈 휴즈(Olwyn Hughes)가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테드 휴즈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글의 출판을 결사적으로 막기도 했다.

테드 휴즈에 대한 반감이 늘어갔고, 밤 사이 사람들이 실비아 플라스의 묘비에 새겨진 정식 이름, “실비아 플라스 휴즈”에서 “휴즈”를 지워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69년, 테드 휴즈는 다시 외도를 시작했고, 아시아 웨빌은 테드 휴즈와 사이에 태어난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동반자살했다.

6년 전 실비아 플라스가 자살했을 때 썼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