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

높은바위 2024. 9. 9. 07:07

 

이름들(Names)

 

어제, 난 손바닥처럼 펼쳐진 밤중에 깨어 있었네.

가벼운 비가, 바람도 없는데, 슬며시 들어왔고,

창문이 은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을 때,

A부터 시작하였네, 애커먼(Ackerman)으로,

그러곤 백스터(Baxter)와 컬래브로(Calabro),

데이비스(Davis)와 에벌링(Eberling), 빗방울이

어둠 속에 떨어지듯이, 이름들이 자리를 잡네.

밤의 지붕 위에 인쇄된 이름들.

굽은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이름들.

강둑의 26그루의 버드나무들.

아침에, 난 맨발로 걸었네

수천 송이의 꽃 속을

눈물방울 같은 이슬에 젖어 무거운,

그 각각은 이름을 가졌네 -

노란 꽃잎에 새겨진 피오리(Fiori),

곤잘레스(Gonzalez)와 한(Han), 이시카와(Ishikawa)와 젠킨스(Jenkins).

허공에 쓰이고

그날의 천 위에 수놓은 이름들.

우편함에 붙은 사진 아래의 이름.

찢어진 셔츠 위에 쓰인 이름,

상점 창문과 도시의 펼쳐지지 않은

밝은 차양에 새겨진 네 이름을 보네.

난 길모퉁이를 돌며 이름을 말하네 -

켈리(Kelly)와 리(Lee),

메디나(Medina), 나르델라(Nardella)와 오코너 (O'Connor).

숲 속을 들여다볼 때,

난 글자가 숨겨진 무성한 덤불을 보네,

마치 아이들을 위해 만든 수수께끼처럼.

물푸레나무 위의 파커(Parker)와 퀴글리(Quigley),

오랜 단풍나무 가지에 비밀스럽게 새겨진

리초(Rizzo), 슈버트(Schubert), 토레스(Torres)와 업턴(Upton).

창백한 하늘에 쓰인 이름들.

빌딩 사이 바람을 타고 위로 떠오르는 이름들.

벽돌 속에 침묵하고 있는 이름들,

또는 닫힌 문 뒤에서 울면서 외쳤던 이름들.

대지 위에 흩날리고, 바다로 떠내려간 이름들.

저녁에는 - 약해지는 빛, 마지막 제비들.

호수 위의 소년은 노를 들어 올리네.

창문가의 여인은 촛불을 켜며,

장밋빛 구름에 이름들이 비치네 -

배너코어(Vanacore)와 월리스(Wallace),

(X,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실종된 이를 가리키네)

그러곤 영(Young)과 마지막의 지민스키(Ziminsky).

버튼 핀 위에 새겨진 이름들.

다리 위에 걸쳐진 이름, 터널 속으로 이어지는 이름.

피부 위에 문신된 푸른 이름.

시민, 노동자, 어머니와 아버지,

밝은 눈동자의 딸, 의욕이 넘치는 아들의 이름들.

푸른 들판 위의 이름들.

새들이 날아가는 짧은 여행길 위의 이름들.

모자에서 끄집어내거나,

또는 혀끝에 머무르고 있는 이름들.

희미한 기억의 창고 속에 실려가는 이름들.

너무나 많은 이름들, 가슴의 벽에 더 이상 담을 공간이 없을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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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s

 

Yesterday, I lay awake in the palm of the night.

A soft rain stole in, unhelped by any breeze,

And when I saw the silver glaze on the windows,

I started with A, with Ackerman, as it happened,

Then Baxter and Calabro,

Davis and Eberling, names falling into place

As droplets fell through the dark.

Names printed on the ceiling of the night.

Names slipping around a watery bend.

Twenty-six willows on the banks of a stream.

In the morning, I walked out barefoot

Among thousands of flowers

Heavy with dew like the eyes of tears,

And each had a name -

Fiori inscribed on a yellow petal

Then Gonzalez and Han, Ishikawa and Jenkins.

Names written in the air

And stitched into the cloth of the day.

A name under a photograph taped to a mailbox.

Monogram on a torn shirt,

I see you spelled out on storefront windows

And on the bright unfurled awnings of this city.

I say the syllables as I turn a corner -

Medina, Nardella, and O'Connor.

When I peer into the woods,

I see a thick tangle where letters are hidden

As in a puzzle concocted for children.

Parker and Quigley in the twigs of an ash,

Rizzo, Schubert, Torres, and Upton,

Secrets in the boughs of an ancient maple.

Names written in the pale sky.

Names rising in the updraft amid buildings.

Names silent in stone

Or cried out behind a door.

Names blown over the earth and out to sea.

In the evening - weakening light, the last swallows.

A boy on a lake lifts his oars.

A woman by a window puts a match to a candle,

And the names are outlined on the rose clouds -

Vanacore and Wallace,

(let X stand, if it can, for the ones unfound)

Then Young and Ziminsky, the final jolt of Z.

Names etched on the head of a pin.

One name spanning a bridge, another undergoing a tunnel.

A blue name needled into the skin.

Names of citizens, workers, mothers and fathers,

The bright-eyed daughter, the quick son.

Alphabet of names in a green field.

Names in the small tracks of birds.

Names lifted from a hat

Or balanced on the tip of the tongue.

Names wheeled into the dim warehouse of memory.

So many names, there is barely room on the walls of th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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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9.11 테러가 일어났다.

빌리 콜린스의 이 시는 2001911일 미국에서 일어난 비극적 테러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이다.

 

9.11 사태는 이슬람 과격 단체인 알 카에다에 속하는 19명이 미국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하여, 그중 2대를 뉴욕의 미국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쌍둥이 빌딩에 충돌시킨 테러 사건이다.

 

110층의 두 빌딩의 완파로 사망자만 거의 3천 명에 달했다.

 

콜린스는 9.11 테러 당시 미국 계관시인이었다.

테러 발생 1년 후에 쓰인 이 시는 뉴욕타임스지에 게재되었으며, 2002.9.8 미국 상하원 특별 합동회의에서 그가 직접 낭독하였다.

 

콜린스는 이 시에서 알파벳 A에서 Z까지의 각 글자에 희생자의 이름을 한 사람씩 거명함으로써, 1년 전 비극의 엄청난 깊이와 참담함을 미국민의 가슴에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들도 많았다.

콜린스는 이들까지도 누락되지 않도록 알파벳 X의 범주에 넣어, 배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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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 본명 : William James Collins, 1941년 3월 22일 ~ 현재)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시인 계관시인을 역임한 미국 시인이다.

콜린스는 맨해튼에서 윌리엄 콜린스와 캐서린 콜린스 사이에서 태어나 퀸스와 화이트 플레인스에서 자랐다.

윌리엄은 아일랜드 출신의 대가족에서 태어났고, 캐서린은 캐나다 출신이었다.

그의 어머니 캐서린 콜린스(Katherine Collins)는 간호사였으나 부부의 외동딸을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

콜린스 여사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시를 암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는 종종 그렇게 했으며, 어린 아들에게 글과 말의 단어에 대한 사랑을 키워주었다.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의 아버지는 월스트리트의 직원이었는데, 콜린스는 그를 그의 유머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한다.

 

콜린스는 스테피낙 대주교 고등학교에 다녔고, 1963년 성십자가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에서 낭만주의 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리버사이드 대학의 교수들 중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학자이자 시인인 로버트 피터스(Robert Peters)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칼 샤피로, 하워드 네메로프, 리드 휘트모어와 같은 현대 시인들의 영향을 받았고, 청소년기에는 비트 제너레이션 시인들의 영향도 받았다.

 

1975년 콜린스는 친구 월터 블랑코(Walter Blanco), 스티브 베일리(Steve Bailey)와 함께 미드 애틀랜틱 리뷰(The Mid-Atlantic Review)를 설립했다.

 

 

Collins는 브룽크스에 있는 Lehman College의 영어 석좌 교수로 1968년에 교수진에 합류했다.

그는 리먼 대학(Lehman College) CUNY 아일랜드계 미국인 연구소(CUNY Institute for Irish-American Studies)의 창립 자문 위원이다.

Collins는 뉴욕 브룽크스빌에 있는 Sarah Lawrence College에서 가르치고 객원 작가로 활동했으며, 미국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워크숍을 가르쳤다.

Collins SUNY Stony Brook Southampton의 교수진의 일원이며(2015) 시 워크숍을 가르치고 있다.

 

콜린스는 2001년 미국 시인 수상자(U.S. Poet Laureate)로 선정되어, 2003년까지 이 칭호를 유지했다.

Collins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의 시인 수상자를 역임했다.

Collins Rollins College의 계열사인 플로리다 주 Winter Park에 있는 Winter Park Institute에서 근무했다.

2012, 콜린스는 스미소니언 매거진(Smithsonian Magazine)의 시 컨설턴트가 되었다.

 

2013년 여름, 콜린스는 NPR에서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lor)의 인기 있는 일일 라디오 방송인 '작가의 연감(The Writer's Almanac)'을 게스트로 진행했다.

콜린스는 2001, 2011, 2014년 세 차례 백악관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2014년에는 미국 국무부의 문화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2013년과 2015, 콜린스는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만(Aimee Mann)과 함께 투어를 하며, 그녀와 함께 무대에서 음악--대화 형식으로 공연했다.

 

콜린스와 폴 사이먼은 2008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무대 위에서 시, 음악, 가사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2008년 뉴욕의 92번가 Y와 윈터 파크 인스티튜트, 2013년 셔터쿼 연구소, 2013년 에모리 대학교에서 사이먼이 2013년 리처드 엘먼 강사였던 리처드 엘먼 현대 문학 강의의 일환으로 열렸다.

 

Collins TED 2012에서 TED 강연 Everyday moments, caught in time을 발표했다.

역대 가장 좋아하는 TED 연사 100인 중 한 명인 Collins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14에서 또 다른 TED 강연에 초대되었다.

 

미국 시인 수상자인 콜린스는 2002 9 6 9/11 테러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열린 미국 의회의 특별 합동 회의에서 그의 시 The Names를 낭독했다.

영국의 시인들과는 달리, 미국 시문학상 수상자들은 가끔씩 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기대받지 않지만, 콜린스는 의회 도서관장으로부터 그 행사를 위해 특별히 시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콜린스는 처음에 "The Names"를 공개적으로 읽는 것을 거부했지만, 2002년 이후 두 번 공개적으로 읽었다.

그는 자신의 어떤 책에도 이 책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9/11 테러를 이용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The Names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출간한 The Poets Laureate Anthology에 수록되었고, 콜린스가 서문을 썼다.

당시에는 "The Names"의 유일한 책 출판 버전이었지만, 많은 인쇄상의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는 2002 9 6일 자 뉴욕 타임스에도 실렸다.

콜린스는 마침내 2013년 그의 신작 Aimless Love The Names를 수록하기로 동의했다.

 

시인 수상자로서 Collins는 고등학교를 위한 Poetry 180 프로그램을 제정했다.

콜린스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180편의 시를 선정했고, 함께 수록된 책 ' 180: 시로의 복귀(Poetry 180: A Turning Back to Poetry)'를 선정했는데, 학기 중 매일 한 편씩 선정했다.

콜린스는 두 번째 선집인 180 More Extraordinary Poems for Every Day를 편집하여 사용 가능한 시의 공급을 새로 고쳤다.

 

1997, 콜린스는 그의 시 34편을 모은 최고의 담배(The Best Cigarette)를 녹음했는데, 이 시집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5,  CD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에 따라 재발매되어 녹음의 비상업적 무료 배포가 허용되었다.

그는 또한 Garrison Keillor의 시집 Good Poems (2002)의 오디오 버전을 위해 그의 시 중 두 편을 녹음했다.

Collins Keillor의 라디오 쇼인 A Prairie Home Companion에 여러 번 출연하여 많은 팔로워를 얻었다.

2005, 콜린스는 뉴욕에서 Billy Collins Live: A Performance를 녹음했다.

콜린스는 그의 친구이자 배우인 빌 머레이(Bill Murray)의 소개를 받았다.

 

그는 뉴욕시립대학교 리먼 칼리지(Lehman College)의 석좌교수였으며 2016년에 은퇴했다.

 

콜린스는 1992년 뉴욕 공립 도서관의 문학 사자로 선정되었으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 시인으로 선정되었다.

 

2016년 콜린스는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에 입회했다.

 

2020년 현재, 그는 Stony Brook SouthamptonMFA 프로그램 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