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점
3교시 쉬는 시간
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다
슬프거나 기쁜 일 어느 하나로
선생님께서 날 부르셨을 거다
두려움, 주저,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왔다
교무실 문의
열쇠 구멍 안을 엿보니
선생님께선 혼자 앉아
공책을 검토하고 계신다
말이 어눌한 나이였던지라
곧바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소가 꼬리를 추켜올리고 뛰는 한창 더위에
송아지 꼬리를 잡고
넘어지지 않는 작은 ‘힘’에 우쭐해할 때
아버지께서 풀을 찾아 가축을 몰고 멀리 가시고
폭우가 쏟아져 내리던 밤
집에서 ‘용기’ 있게 지냈던 일이 생각나자마자, 난
“선생님, 들어가도 돼요?”라고 했다
“들어오너라, 락그수와렌!”
선생님께선 잠시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셨다
그 눈은 ‘잘못한 게 있지’하고 말한다
잘못이 있다면 모두 말해 버리고 싶었다
말수가 적으신 선생님께서는
눈으로 말씀하시곤 했다...
*작나무 장작불처럼 타오르는 눈빛은
분명 뭔가 한 가지를 말씀하시고 있었다...
허름한 내 공책을 펼치시더니
“이 생각은 다른 사람 글에서 베낀 거지!!!
최소한 옳게 베껴 썼더라면...
너의 작은 주의력을 생각해서 중간 점수는 주었을 게다
다른 사람이 흘린 땀으로
자신의 부족을 채울 수 있는 거니?
*‘2’점을 준다!”라고 하셨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의 코브라 같은 2자가
공책에서 자꾸 고개를 들더니 붉은 무지개가 떴다
첫 아네모네의 예감을 실어 온 봄바람을 흐느끼게 하며
가방과 마음의 의욕이 온통 젖도록 울었다, 난
학창 시절 그 어리숙한 실수를
잠깐 지나가 버린 세월 앞에서
용서하세요! 저를... 선생님!
다른 이의 마음과
피가 배인 아름다운 시에서
한 연을 물론이거니와
한 줄도 베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 작나무 :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
* 2점 : 예전에 성적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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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어린 시절 쓴 글을 보고 선생님이 베껴 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인은 단연코 베껴쓴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증명할 수 있겠는가?
선생님이라는 존재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니 말이다.
선생님이 부르고, 그 부름에 용기를 내어 나아가고, 그리고 선생님에게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는 내용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그려져 있다.
시인의 어린 시절 마음이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했을지가 아주 잘 나타나 있다.
문학비평가인 호르로긴 샘필덴데브는 젊은 시인이 처녀작으로 시단에 선구자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다른 작가를 모방한 처녀작으로 자신의 재능을 보여 주면서, 나름대로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락그와수렌은 첫 번째 작품으로 천재성을 지닌 특별한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고 평한다.
그의 시들은 언어적 의미 관계를 새롭게 개척했으며, 독특한 문학적 상상력과 선명하고 탁월한 묘사로, 1980년대 시적 긴장이 없던 시대에 시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도르지팔라민 소미야 시인은, 락그와수렌 시 창작의 새로운 특징을 언어적 의미 관계를 새로이 개척하고, 거의 모든 시마다 몽골 생활과 풍속을 소재로 삼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으며, 시 한 편마다 하나의 완결된 서사적 줄거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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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긴 락그와수렌(Bavuugiin Lhagvasuren, 몽골: Бавуугийн Лхагвасүрэн, 1944년 11월 25일 ~ 2019년 2월 5일 울란바토르)은 몽골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한 지한파다.
몽골 민족의 위대한 작가인 바오긴 락그와수렌은 1944년 11월 25일에 몽골 초원의 튀브(Tüv) 지방에서 태어났다.
1963년 모스크바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1963년부터 1968년까지 국립인형극장에서 배우, 미술가, 조감독, 연출가로 활동했고, 몽골문학협회 옆 박람회장에서 배우로 활동했으며, 문학신문 편집인, 몽골 라디오 전문 작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문화부 전문 작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 문화예술 집행기관 국장으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문화 예술 문제에 관한 수십 개의 법률과 규정을 도입했다.
그는 《앤지 프로틴》, 《커플 라이트》, 《뜨거운 풀》, 《진주》 등의 시를 썼고, 《끝나지 않은 왕국》, 《차가운 왕좌》, 《잃어버린 사랑》, 《황금 삼각지》 등 수십 편의 희곡과 만화를 작곡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대중가요를 다수 작곡했다.
바오긴은 새로운 세대의 시의 기적을 반영하는 독특한 장인 정신, 내용, 예술적 아름다움, 철학, 심리학 등을 업데이트하여 몽골의 자부심을 높인 사랑받는 시인이었다.
그는 시인이자 작가로서 조국과 국민에 대한 깊은 사랑, 불같은 애국자, 정직, 날카로운 지혜, 사려 깊은 감정을 그의 말로 수시로 깨닫게 된 지적 깨달음이었다.
1993년 국가상, 1996년 문화유산상, 2003년 인민예술가상, 2017년 몽골 노동영웅상을 수상했다.
몽골의 위대한 깨달음, 날카로운 꽃, 지적 원천과 같은 몽골의 장엄한 문화적, 사회적 고위 인사, 바오긴 락그와수렌은 몽골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